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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Jan 12. 2023

생각보다 무서운 통계라는 녀석

[스포츠 하나 비즈니스 하나] 매거진 프롤로그

통계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사실 통계는 오랜 기간 비인기 분야였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단어에서 느껴지는 어감 때문인지 몰라도 세련하거나 트렌디한 것과는 거리가 먼 분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데이터 분야가 뜨면서 통계 분야 역시 괜찮은 사람이 없어서 뽑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계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현상을 종합적으로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일정한 체계에 따라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다. 언뜻 데이터 분석과 비슷해 보이지만 현상을 분석하고, 알아보기 쉽게 정리하고, 숫자로 나타내야 하는 종합적인 분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덕분에 정부, 공공기관, 기업 할 것 없이 통계를 활용해 현상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그런데 통계가 가장 발전된 형태로 활용되는 분야는 따로 있는데,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는 몸을 써서 하는 운동이지만 그 결과는 모두 숫자로 기록된다. 그리고 이 숫자들이 누적되면 필요한 형태로 정리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더 발전된 형태의 스포츠가 탄생한다. 언뜻 관계없어 보이는 스포츠와 비즈니스지만 통계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우선 스포츠에서 통계가 활용되는 모습을 알아보고, 기업에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농구의 큰 흐름을 바꾼 통계


요즘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보면 3점슛 시도가 정말 많다. 3점 라인 밖에서 시도 때도 없이 던지는 모습이 마치 양궁에서 활이 날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우리나라 언론에선 '양궁 농구'라고 불르기도 한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3점슛을 무턱대로 쏘아대면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했다. 소위 3점 슛터라 불리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성공률이 낮은 3점 대신 골대 가까이서 확률 높은 2점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세는 통계가 스포츠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빠르게 변했다. 농구 통계사이트인 basketball-reference.com에서 20년 전, 10년 전, 그리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2002-03 시즌, 2012-13 시즌, 2022-23 시즌의 통계를 직접 비교해 봤다. (2022-23 시즌은 2023년 1월 10일 기준)



2002-03년 시즌, 한 팀의 선수들은 한 경기에 14.7회 3점슛을 시도해 5.1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34.9%. 반면 2점슛은 무려 66.1회 시도해 30.6개를 성공시켜 46.3%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당연히 감독들도 선수들도 확률 높은 2점슛을 많이 시도했고, 그러다 보니 골밑을 주무대로 하는 센터들이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통계가 발달하면서 이야기가 180도 달라졌다. 기대득점을 살펴보자. 2점슛은 성공하면 당연히 2점을 얻는다. 2002-03 시즌의 2점 성공률이 46.3%였으니 당시 당시 2점슛을 한번 시도하면 0.93점(2점 x 46.3%)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3점슛의 기대득점은 어땠을까? 3점슛의 기대득점은 무려 1점을 넘긴 1.05점(3점 x 34.9%)이었다. 즉 3점슛을 시도하면 2점슛을 시도했을 때보다 0.13점을 더 득점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통계적'으로 2점슛보다 3점슛을 시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몇몇 팀을 중심으로 3점슛 시도 횟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그 팀들의 성적이 향상되어 옳은 전략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10년 뒤인 2012-13 시즌, 3점슛 시도횟수는 36% 증가한 20회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올 시즌, 3점슛 시도는 무려 70% 이상 증가한 34.3회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농구 경기에서 단순히 기대득점만 가지고 전략을 변경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고 팀 전술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대득점이 확실히 높았기에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이런 시도가 옳았다는 것 역시 통계로 증명됐다.


위 수치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있다. 3점슛 기대득점은 20년 전(1.05점)이나 올 시즌(1.07점)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데 반해 2점슛 기대득점은 20년 전(0.93점)보다 올 시즌(1.09점)이 17.5% 증가해 이제는 3점슛 기대득점과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이 20년 전 선수들보다 기량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3점슛 성공률이 지금이나 그때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2점슛 성공률은 무려 8.1%p(46.3% -> 54.4%)나 증가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기에도 통계의 힘이 숨어 있다. 2점슛이라고 해서 다 같은 2점슛이 아니다. 농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당연히 골밑에서 2점슛을 시도하는 것이 3점 라인 바로 안쪽에서 2점슛을 시도하는 것보다 잘 들어간다. 코트의 특정 위치에서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성공률로 슛을 쐈는지를 볼 수 있는데 아래 그래픽은 2001-02 시즌과 2019-20 시즌을 비교한 자료다.


위 그래픽은 구체적으로 NBA 선수들이 가장 슛을 많이 쏘는 100개의 포지션을 표시한 것이다. 2001-02 시즌을 보면 코너와 45도 각도에서도 미드레인지 슛을 많이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2019-20 시즌 통계를 보면 매우 극단적이다. 슛을 많이 시도하는 100개의 포지션 모두 3점 라인 밖 또는 골대 근처인 페인트존에만 위치한다. 이렇게 2점슛 역시 통계를 활용해 확률 높은 포지션에서 슛을 시도하도록 훈련했고 결과적으로 2점슛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증가해 이제는 3점슛과 기대득점이 동일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 결과 이제는 골밑과 3점 라인 모두를 지배하는 선수들이 NBA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스테판 커리처럼 40% 이상의 성공률로 3점슛 쏘는 선수들도 골밑 돌파에 능하고,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같이 골밑을 휘젓고 다니는 센터들 역시 심심치 않게 3점슛을 쏘고 있다.


이처럼 NBA는 이제 더 이상 선수들 개인 노력만 가지고 리그를 지배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통계를 바탕으로 이기기 위한 농구를 해야만 생존을 넘어 챔피언의 자리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먹여 살리는 통계


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인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진양철 회장이 통계를 활용해 전략을 펼치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출산율과 혼인가구 비율 저하로 가구 소비 저하를 염려하는 전문경영인에게 1인 가구 수 증가로 인해 오히려 가구 소비 증가의 기회가 될테니 목표를 다시 수립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통계에서는 현상을 어떤 각도와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에 따른 전략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해서 다 같은 통계가 아니고 다 같은 전략이 아니다.


대기업의 경우 한 번의 실수로 흔들리지 않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통계를 잘못 활용할 경우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내가 일했던 미국 암호화폐 세금신고 스타트업의 경우 통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낭패를 봤다. 암호화폐 세금신고에 대한 시장조사를 위해선 통계자료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야 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미국 암호화폐 사용자는 얼마나 되는지부터 시작해서 그들 중에 세금신고 대상에 해당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암호화폐 거래는 어느 채널을 통해서 하는지 등 수십 가지의 통계 자료를 살펴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특성상 모두가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정확도가 높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스타트업은 실패했다. 가장 큰 패인이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소비자를 정확히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우 암호화폐에서 거둔 수익에 대한 세금신고를 수년 전부터 요구해 왔고 2022년부터는 보다 철저히 의무화했다. 회사는 의무화했다는 것만으로 시장이 미국 정부에서 바라는 만큼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부에서도 제대로 추적할 수 없는 암호화폐 세금신고에 대해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신고를 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소비자 인식에 대한 통계 자료를 더 살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장밋빛 미래를 보고 인원을 지나치게 많이 채용했고, 이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인력 감축 그리고 폐업의 수순을 밝게 됐다.


물론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경험도 있다. 마치 통계를 통해 농구에서 3점슛의 위상이 달라지고 팀 전술 자체가 달라진 것처럼 통계로 인해 회사의 체질이 개선된 경우다. 글로벌 기업인 지멘스에서 전략 매니저로 일했을 때 일이다. 2010년대 초반에는 고객 정보를 엑셀 파일로 저장하기만 했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고객의 모든 정보를 하나의 서버에 통합 저장해 관리하게 됐다. 세일즈 초기 단계부터 시작해서 계약이 되고 매출과 수익이 생기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저장됐다. 데이터가 수년 동안 누적되면서 고객별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통계가 쌓이기 시작했다. 즉, 어떤 고객사에 더 많은 제품을 팔 수 있고, 또 어떤 고객사에 팔아야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보이게 된 것이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업 활동에 있어 집중해야 하는 고객들을 특정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영업 직원들은 제한된 시간을 보다 높은 수익과 미래 가치를 제공하는 고객들에게 집중적으로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수익성이 떨어지고 미래가치가 낮은 고객사의 경우 주로 대리점에서 관리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영업팀의 업무 문화 자체가 바뀌었고,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계를 기반으로 할 수 있었다.


물론 통계가 만능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을 막기 위해 여러 통계를 활용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까지는 변명의 여지없이 실패했다. 통계 너머에 있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헤아릴 수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NBA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계속해서 발전된 통계를 통해 확률 높은 시도를 해나간다면 개인도 조직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윈윈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




언뜻 상관관계가 적어 보이는 스포츠와 비즈니스를 통계라는 교집합을 통해 엮어봤다. 이번 글을 시작으로 [스포츠 하나 비즈니스 하나] 매거진에서는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공통분모들을 하나씩 찾아보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을 통해 스포츠는 신나고 역동적이고 재미있는데 반해, 비즈니스는 어렵고 고리타분하고 피곤하다는 편견을 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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