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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불 Jan 26. 2023

(일본세무) 근로소득공제는 조세평등주의에 반하는가?

일본은 연말정산 다 끝나고 이제 소득세 확정신고(한국의 종소세 확정신고에 해당) 시즌에 돌입합니다.

한국도 한참 연말정산에 연결산 시즌이니 실무하시는 분들은 분주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확정신고 준비하다가 (현실도피성으로) 소득세 관련하여 생각난 내용을 하나 써봅니다.




이미 널리 알고 계신 사실이지만, 근로소득의 계산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기본적으로 `수입금액-근로소득공제`로 계산됩니다.

근로소득공제는 실제 근무를 위해 지출한 금액과 상관없이 수입에 따라 공제액이 일괄적으로 정해집니다.


한국의 근로소득공제
일본 현행 소득세법상의 급여소득공제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사람에 따라 직장을 위한 지출이 천차만별로 다를 것이기 때문에 근로소득공제로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시는 분도, 손해를 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같은 소득이라도 사업소득의 경우는 수입금액(매출)에서 필요경비(원가 등)를 직접 공제하여 계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조세법의 근간에 조세평등주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1조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일본국헌법 제14조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인종, 신조, 성별, 사회적 신분 또는 출신에 의하여, 정치적 또는 사회적관계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すべて国民は、法の下に平等であつて、人種、信条、性別、社会的身分又は門地により、政治的、経済的又は社会的関係において、差別されない。 )


문언은 한일간에 서로 비슷비슷 합니다만, 요는 `법 앞의 평등`을 세법에도 적용하여, 과세에 있어서도 납세자의 담세력에 따라 공정하고 평등하게 해야 하며, 특정한 누군가에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는 조치는 위헌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근로소득공제로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사업소득자의 경우는, Tax Planning 목적으로 적법한 범위 내에서도 충분히 경비지출을 늘려 소득을 압축할 수도 있고, 적어도 본인이 지출한 필요경비를 그대로 공제할 수 있으니 적어도 손해를 보는 일은 없다고 본다면, 근로소득자에게 다소 불리한 조치라고 볼 여지도 있겠습니다.


현실적으로 수많은 근로소득자의 필요경비를 확인하여 개별적으로 공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긴한데, 그런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개인에게 불리한 조치를 강요하는 건 위헌 아니냐? 라는 의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실제로 근로소득공제의 위헌여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오오시마 사건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해당) 1985년 3월 27일 판결)


왜 오오시마 사건이냐면 소송을 제기한 사람 이름이 오오시마라서 그렇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현재도 일본 소득세법상 근로소득공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원고패소입니다.


판결의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근로소득공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그 목적은 정당하다.

 - 급여소득자가 경비를 지출해도 수입금액과의 관련성은 간접적 또는 불명확하며, 가사경비와의 구별이 어렵다.

 --> 근로에 필요한 경비나 사무비품(사무기구, 컴퓨터) 등은 사용자가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세상에는 블랙기업이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간접적인 경비의 경우 업무관련성의 소명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재무회계팀 신입사원이고, 직무학습을 위하여 개인적으로 재무회계 책을 샀거나 재무회계 관련 인강을 들었다고 치면, 이게 업무필요상 지출한 것인지(필요경비), 아니면 회계학을 연구하는게 좋아서 산 것인지(소비)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 급여소득자는 숫자가 방대하므로, 필요경비의 금액을 개별적으로 설정하여 실비공제를 행하는 것은 어렵다.

 --> 이건 현실적인 이유이자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 실비공제제도로는, 각 납세자의 주관적사정 및 입증기술의 질적 차이에 의하여 오히려 불평등이 일어날 수 있다.

 --> 위에도 구분이 어렵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만, 납세자의 성향에 따라 똑같이 재무회계 책을 샀다 치더라도, 적극적으로 필요경비에 산입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제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업무관련성 소명의 스킬(?)에 따라 세무직원에게 소명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못`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반대로 불평등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2) 근로소득공제의 금액은 근로소득에 투입된 필요경비의 금액과의 비교로 보아도 상당성을 결여한다고는 명확히 드러난 바 없으므로, 현행제도에는 합리성이 있다.

--> 이 말은 실제 필요경비의 금액이 전반적으로 근로소득공제액과 비교하여 명확히 크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 상당성을 결여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아래 특정지출공제제도의 창설의 이유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원고 패소로 끝나기는 했습니다만, 해당 재판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근로소득공제의 보완성격으로서 근로소득자에게도 통근비, 이사비, 자격취득비용, 업무지출경비 등 특정한 지출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근로소득공제에 더하여 공제를 해주는 `특정지출공제` 제도가 생겼습니다.


따라서 일본에 계신 근로소득자분들께서는 다른 건 몰라도 자격취득비 공제가 잘만 쓰면 절세하면서 커리어 관리도 가능하니 잘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당연한 상식에도 한 번은 의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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