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개의 색깔, 당신이라는 장르

퍼스널 컬러? 아니, '퍼스널 소울'의 시대!

by 기록습관쟁이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꼭 물어보는 게 있습니다.

"혹시 퍼스널 컬러가 뭐예요? 웜톤? 쿨톤?" 하지만 제가 오늘 말하고 싶은 건 겨우 피부색에 어울리는 옷 색깔 따위가 아닙니다. 바로 나만의 색깔,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각자 고유한 색을 하나씩 들고 태어납니다. 어떤 이는 정열적인 떡볶이 레드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차분한 새벽 4시의 네이비일 수도 있죠. 그런데요, 우리는 이 예쁜 색을 그대로 두고 자꾸 남의 팔레트를 훔쳐보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의 10대는 그야말로 질풍노도 그 자체였죠. 머릿속엔 물음표만 가득했고, 세상 모든 게 불만인 삐딱한 사춘기였습니다. 그러다 맞이한 20대는... 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메소드 연기 대상 후보였다고나 할까요?


제20대는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내 몸 안에 있는 본질적인 성격과는 상관없이,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을 설정해 놓고 그 인격에 빙의해서 살았거든요.

어느 날은 세상에서 가장 쿨하고 지적인 차도남인 척 안경을 치켜올리며 카페에서 어려운 철학 책을 읽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세상 모든 인맥을 다 끌어모으는 파티 피플처럼 유쾌하고 적극적인 사람인 척 연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 이게 바로 나야! 나는 역시 핵인싸야!"라고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면서요.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 분장을 지우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왜 그렇게 공허했을까요? 남의 옷을 빌려 입고 춤을 추는 것처럼 몸에 맞지 않는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유쾌하고 적극적인 '척'을 했던 것이지, 사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제 본연의 색깔이 가장 편안한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결국 저는 제 색깔로 돌아왔을 때 가장 '나다운'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지금 지구에는 약 80억 명의 인간이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게 얼마나 대단한 숫자인지 아시나요? 전 세계 인구 80억 명 중에서 지문이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목소리도 다르고, 눈동자의 홍채 모양도 제각각이죠.

우주의 설계자가 우리를 만들 때 'Ctrl+C, Ctrl+V'를 귀찮아서 안 한 게 아닙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단 하나의 오리지널 작품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을 생각해 보세요. 그는 흔하디 흔한 통조림 캔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려내어 예술로 만들었습니다. 남들이 "그게 무슨 예술이야?"라고 비웃을 때도 그는 자기만의 색깔을 밀어붙였죠.

또, 세계적인 팝스터 에드 시런은 어떻습니까? 데뷔 전, 그는 외모도 평범하고 빨간 머리에, 팝스타가 되기엔 너무나 맞지 않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남을 따라 하는 대신 자신의 진솔한 목소리와 기타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결과는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티스트가 되었죠. 그가 만약 남들처럼 성형을 하고 춤을 추며 아이돌을 흉내 냈다면, 지금의 에드 시런을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종종 SNS 속의 누군가를 보며 "나도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 "저 사람의 성격이 부럽다"라며 발버둥 칩니다. 하지만 그건 남의 영화 대본을 가져와 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읽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자신이 되어라. 다른 사람들은 이미 모두 임자가 있다."

정말 뼈 때리는 말 아닙니까? 남을 따라 하려고 애쓰는 순간, 우리는 일류 카피캣은 될 수 있어도 '일류 나 자신'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가진 고유한 느낌, 나만이 내뱉을 수 있는 단어, 나만의 독특한 유머 감각... 이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나다움의 조각들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을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해 봅시다.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고난, 실수, 시행착오... 이 모든 것들은 사실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기 위한 빌드업이자 복선입니다.

어떤 영화는 초반에 엄청난 액션이 터지기도 하고(10대의 질풍노도처럼요), 어떤 영화는 중반부까지 주인공이 정체성을 못 찾아 헤매기도 합니다(제20대처럼 말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오직 당신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조연들이 옆에서 뭐라고 떠들든,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영화는 계속됩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제 인생의 결말은 해피엔딩일까요, 새드엔딩일까요?"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그건 임종 직전에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슬픈 장면을 찍고 있다고 해서 당신의 영화가 새드엔딩인 것은 아닙니다. 그건 단지 후반부의 감동적인 대역전극을 위한 장치일 뿐이죠. 그러니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려 하지 마세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나다움이라는 배역을 충실히 연기하면 됩니다.


자, 이제 거울을 한번 보세요. 그 안에 있는 사람은 80억 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난 기적 같은 존재입니다. 당신이 가진 그 독특한 색깔, 때로는 촌스러워 보이고 때로는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색깔이야말로 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꼭 필요한 한 점의 빛입니다.

남과 비교하며 지치지 마세요. 누군가를 쫓아가려고 숨 가쁘게 뛰지 마세요. 당신의 속도로, 당신의 색깔로 걸어가세요.

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빙의' 연기를 좀 해봐도 괜찮아요. 그러다 결국 "아, 역시 나는 나일 때가 제일 좋아!"라고 깨닫는 그 순간, 당신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될 테니까요.

지치지 말고, 멈추지 마세요. 당신이 당신만의 고유한 빛을 잃지 않도록, 저 또한 이곳에서 진심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당신의 영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화려한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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