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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Jul 20. 2020

숲 속의 반딧불 같은 사나이

폴로 몽타녜의 순정과 음악

Polo Montañez (1955/cuba/Las Terrazas)



그곳에 밤이 찾아오자 수평선 끝까지 인공의 빛이라고는 찾아볼  없는 검은 대지가 낮의 열기를 식히며 쉬고 있었다.  그곳은 온통 열대림으로 뒤덮인 산들뿐이었고 휘향 찬란한 별들의 고귀한 빛들은  잘게 쪼개져서  산등성이들의 라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가운데 유난히 영롱한 반딧불 형상의 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불빛은 폴로의 집이자 직장의 거처였다대충 쌓은 흙벽 위의 풀로 엮은 어설픈 지붕은  듬성듬성 뚫린 구멍들 사이로 숲의 냄새와 별빛들이 오가는 통로 같았다.

아버지는 말했다.

"폴로내일은 다른 산으로 이동해야 하니 오늘은 일찍 자거라~"

폴로는  말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벽에 걸려있는 기타를 잡았다불빛에 비친 그의 손은 뮤지션의 손과는 어울리지 않는 두껍고 갈라진 갑옷 같은  손이었다.

새벽부터 저녁때까지 심한 노동으로 결리고 화상을 입어 쓰라린 거친 손이었지만  손이 기타를 잡을 때는 마치 연인의 손을 잡듯 애정이 가득한 조심스러운 손이었다

아버지의  고는 소리가 들리자 그의 기타와 노랫소리는 지붕의 숨구멍을 통과하여 드넓은 검은 숲으로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오늘도  속의 동물들은  노랫소리를 들으며 " 시작했군." 하며 안심하고 잠들었다.


그 밤 그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었다.


<Un Montón De Estrellas(수많은 별들 아래서)>

https://youtu.be/_3bsI9AK8Ak

수많은 별들 아래서 나는 왜 그녀를 생각할까

사랑에 관한 한 더없이 바보인 내가 

그녀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아파만 가는 나의 가슴.

나도 모르게 만드는 그녀를 위한 이 노래를

과연 그녀는 들을 수 있을까?

생각만이라도 그녀의 기쁜 모습에

나의 고통은 이미 날아가버렸네.




그가   전에  하바나에 갔을  우연히    여인을 잊지 못해 만든 노래이다.

산속에서 살아가는 그가 만들어서는   노래지만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녔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한 아버지와 함께 이산 저산을 옮겨 다니며 숯을 만들어야 근근이 생활할  있었던  그가 시내에 나갈  있는 때는 오직 3개월에   숯을 납품하는   뿐이었다

폴로가 하바나 거리 카페에서 일하는  여인을   이후 지워지지 않는 상처처럼 그의 가슴 안에는  그녀가 새겨져 있었다일을  때도 그랬지만 특히 별이 빛나는 밤이 되면  애틋함은 최대한 증폭되었고  뜨거운 심정은 마침내 노래로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그의 일상은 바뀌었고 그에게 3개월이란 만날  있을지도없을지도 모르고 그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오직 그녀를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은 허무하고 소비적이지 만은 않았다그는 줄이 끊어져 이제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낡은 기타에 위로받으면서 수많은 기다림의 시간 동안 그녀를 생각하며 많은 노래를 만들었다.  그는 악보를  수도  수도 없었기 때문에  곡들을 오직 머릿속의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었고나중에 기억의 용량이 다해가자 가끔 읍내에 사는 친구에게 채보를 부탁하여 그때부터는 악보로 남게 되었는데  곡들은 후에 쿠바 사람들의 값진 보석이 된다.


그러나 운명은  산중의 거칠지만 연약한 청년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가 3 달마다 멀리서 라도   있었던 그녀는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의 애틋한 기다림에 불안이 추가되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봄날의 일요일은 그의 운명의 가장 추악한 날이 된다

다시 모습을 보인 그녀는 갓난아기를 안고 있었고 그녀의  뒤에서  카페 주인이 그녀와 아기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감싸고 있었다그녀는 카페 주인과 일 년 전에 결혼하여  봄날에 아기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행복의 가장 위에 앉은 그녀는 당연히  누군지도 모르는 폴로의 꺾인 날개의 아픔과 추락의 충격으로 가득 찬 폴로의 눈빛에 어린 격정과 마음속으로 부터 흘러넘치는 눈물의 의미를  리가 없었다.


휴일 오후도 되기 전에 아바나를 빠져나간아니 도망친 그는   일 년 동안 숲 속에서 기타를 멀리하고 오직 일만 하며 동물적인 생활을 한다연약한 청년이 견디기에는 너무 가혹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후에야 버려진 기타로 부터 비로소 조금씩 위로를 받기 시작한다그리고 그가 숲을 나올  그의 모습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곡을 만든다.


<Polo Montañez - Guitarra Mía(나의 기타)>

https://youtu.be/WZgkXIlprkY


폴로는 이후 도시에 자주 나오게 되고 음악친구들을 만나면서 호텔 로비에서 노래하는 아르바이트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다른 악사들과 다른 점은 그곳에서 부른 노래들이 모두 자신의 작사 작곡 노래였다. 그는 노래로 수입이 생기지만 그래도 생계를 위해 하는 가족의 목탄 일은 그만둘 수는 없었다.

어느덧 중년이 된 그에게 인생을 전환할 사건이 생기는데 그가 Cantores del Rosario라는 음악친구들의 그룹에 합류하여 호텔에서 노래하던 중 한 남자가 다가오는데 그는 José da Silva라는 사람으로 세자리아 에보라를 발굴한 음반회사 프로듀서였다.

그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폴로는 이제 목탄 작업을 하지 않고도 음악으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 후 폴로는 순식간에 유명 가수가 된다. 인생에 특별한 경험이 없는 그의 노래들은 모두 자신의 직접적인 이야기인데 그 소박함이 여러 쿠바 서민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공연 후에 카페에서 쉬고 있을 때 한 여자 팬으로부터 사인 부탁을 받는데 그녀는 그녀였다. 그녀는 폴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자신의 인생과 함께 해 온 그녀. 그녀와 이야기하면서 그녀는 결혼 후 얼마 안 돼서 폭력적인 남편과 헤어졌으며 지금까지 아들과 함께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폴로의 노래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었고 위안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의 노래들은 모두 그녀를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받은 느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후 폴로는 그녀에게 청혼한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과 함께 그의 찬란한 장밋빛 인생이 시작된다. 

그의 앨범들이 거의 모든 차트에서 1위를 하였고 그 인기가 주변 국가들까지 퍼져나갔다. 해외 공연과 TV 출연으로 바쁜 나날이었는데도 행복은 매일 그에게 노크하였다. 그는 그 문을 열어주는 데도 바쁠 지경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어째서 그에게는 그토록 짖꿎었던 것일까. 

공연을 마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식사를 하러 가던 중 대형트럭과 충돌하였다. 그리하여 폴로는 숲을 나와서 도시에서 잠시 머무는 듯했는데 이번에는 아들의 손을 잡고 숲이 아닌 하늘로 돌아간 것이다.

다만 그가 태어날 때는 숲에 감싸여 있었지만 죽을 때는 수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언론은 그 상황을 생방송으로 중개하고 있었다.  

그의 화려하고 행복한 도시의 생활은 불과 2년이 채 안되어 끝났고 거친 손이 채 아물기도 전에 그는 기타를 놓아야 했다.


2002년, 그의 나이 겨우 47세였다.


황무지같은 손과 기타


그의 아내와 행복했던 시간
순박함이 그를 떠나기 전에 그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는 순박함을 붙잡아 두었다.




중디선곡

https://youtu.be/2NSyC_k6UgM?list=PL43T1ehjnKSVc_yZPPmvg1iuiw_B_RD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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