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
요즘 가을 산책을 하면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김주환 교수님이 전한 '친절'이라는 단어다. 며칠 동안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면서 그 단어를 떠올렸다. 이 단어가 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지, 돌아와 앉아서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옳음'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며 그것이 상대를 위한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옳음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친절하지 않다면 옳음을 잃는다는 그의 통찰은 나를 멈칫하게 했다.
나는 '옳음'을 추구하면서
타인을 얼마나 배려했는가?
그 옳음이 상대방에게는
무거운 돌처럼 느껴지진 않았는가?
얼마 전 대학원 과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성격에 대한 설문조사를 받았다. 주변사람들이 준 다양한 피드백은 나를 더욱 깊이 성찰하게 했다. 어떤 사람은 내가 따뜻하고 배려심 깊다고 느꼈지만, 어떤 사람은 내가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사람이다. 보통 주변 사람에 대해 궁금하지 않고, 알려준다고 해도 별로 알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물론 내가 좋아하는 친한 사람들과는 사사건건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 하지만, 그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기란 쉽지 않다. 대문자 T다. 그런데 내가 베푼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큰 감동을 주었고, 무심코 지나친 무관심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했다니. 그래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친절'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를 맴돌고 있나 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fact)보다는
'친절한 표현'이 중요하고,
그 표현이 상대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가 중요하다.
김주환 교수님이 말한 친절의 효과는 흥미롭다. 친절은 뇌의 보상회로를 활성화해 긍정적인 감정을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줄인다. 이는 단순히 순간적인 기분 전환을 넘어, 심리적 회복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향상하는 데도 기여한다. 친절을 실천할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은 우리를 더 안정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며,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되어 선순환을 이끌어낸다. 결국 친절은 '나를 위한 선물'이며, 동시에 '타인과 나를 잇는 다리'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이 다리를 더 튼튼히 할 수 있을까? 오늘부터 나는 친절을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친절이란, 옳은 말 대신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것.
친절이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행위인 것 같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합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면 - 미소 짓기, 칭찬하기, 공감하기로 '옳은 말'의 빈 공간을 메우려 한다. 아무리 옳은 말이더라도, 그 말이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고립감을 느끼게 한다면 그 옳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이미 너무나도 경쟁적이고 회의적인 환경에 놓여있기에, 옳고 그름을 가리며 사는 것보다는 감정적 공감과 안정감을 주는 '인간적 연결'이 필요하다. 모두 외로움과 스트레스 속에서 작은 위로와 이해와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물론 나는 여전히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때론 직설적이다. 그리고 이 무관심이 타인에게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과 내 직설적인 말들이 타인에게 칼이 되어 꽂힐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 말에 친절을 한 스푼 담아보려 한다. with smile, with kindness, with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