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많은 사람들이 출판하는 것을 지켜봤지만,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던 내가 브런치에 글을 남기고, 작가 신청을 하게 된 계기는 한 문장에 있었다.
글을 읽으면 소비자가 되지만,
글을 쓴다면 생산자가 됩니다.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한 달에 2권은 책 읽기를 목표로 삼던 나에게, 이 문장은 도전이 되었다. 이전에 sns에서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이 좋다고 했던 말도 생각나서 근거 없는 자신감도 약간 생겼다. ‘나도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점점 마음이 굳혀졌다.
마음을 굳혔으니, 플랫폼을 정해야 했다. 그런데 이전에 출판 디자인 트렌드 강의에서 들었던 브런치가 생각났다. 이 곳에서 책을 발간하는 작가님들이 많으며, 출판사 입장에서도 좋은 작가님을 만날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라는 내용의 강의였다. 나는 이전에 썼던 글을 정리했고,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그런데 신청을 한지 하루가 지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나에게 글을 쓸 공간이 생긴 것이다!
평소에 짧게 메모하는 습관이 있던 나는, 이전에 적어놓은 글들을 하나하나 꺼내고 있는 중이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건, 무언가를 이루고 나서나 하는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평범한 일상을 공감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생각하니 조금은 부담이 덜어진다.
지금은 아이가 어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아이가 자고 난 뒤, 메모해둔 소재들로 글을 쓰다 보면,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의 시간인 것 같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무언가에 몰입할 때 나오는 기분 좋은 만족감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니, 아이를 키우는 일상에서 이보다 좋은 밤이 있을까.
나는 지금도 바쁜 일상 속에서 생각나는 소재들을 ‘작가의 서랍’에 제목만 남기며 메모한다. 제목만 남아있는 나의 서랍에는 아직 자라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나는 이 한 줄의 제목들이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매일 저녁, 육아로 바빴던 하루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