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개요
민법 제747조 제1항은 원물반환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748조는 부당이득자의 이익반환 범위에 대해 수익자의 선의 ․ 악의에 따라 그 반환범위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수익자는 부당이득의 일반적 효과로서 취득한 이익 자체를 반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반환의무를 부담하고, 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도록 하여 부당이득의 반환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나. 원물반환의 경우 민법 제201조 내지 제203조와의 관계
판례는 선의의 점유자는 점유물로부터 생기는 과실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비록 선의의 점유자가 과실을 취득함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다 할지라도 그 과실취득으로 인한 이득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하여, 민법 제201조 제1항이 특별규정으로서 제748조 제1항보다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봅니다(대법원 1976. 7. 27. 선고 76다661 판결, 대법원 1978. 5. 23. 선고 77다2169 판결, 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45025 판결, 대법원 1995. 5. 12. 선고 95다573(본소), 95다580(반소) 판결,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다6213 판결,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61869 판결).
그러나 악의의 점유자는 과실을 반환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한 민법 제201조 제2항이 제748조 제2항에 의한 악의 수익자의 이자 지급의무까지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므로 악의 수익자의 부당이득금 반환범위에 있어서 민법 제201조 제2항이 제748조 제2항의 특칙이라거나 우선 적용되는 관계를 이루는 것은 아니고, 따라서 악의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범위는 민법 제748조 제2항에 따라 정하여지는 결과 그는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여야 하며, 위 이자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도 지급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36799 판결,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61869 판결).
다. 수익자의 선의, 악의
수익자의 선의, 악의는 그 수익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는가, 인식하였는가에 따라 구별됩니다. 통설은 부당이득의 수익자가 선의이냐 악의이냐 하는 문제는 오로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임을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된 이유가 수익자에게 있음을 요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또한 수익자가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발생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자신의 이익 보유가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인식하여야 악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라. 증명책임
‘악의’의 수익자라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반환청구자에게 있다는 것이 통설, 판례입니다.
마. 선의 수익자의 반환범위
선의수익자는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의무를 부담합니다.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라 함은 수익자가 받은 이익이 잔존하는 범위에서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수익자는 그가 받은 이익이 소멸하면 그 반환의무를 면하고 수익사실과 관련하여 비용 등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으면 이를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하면 됩니다.
현존이익의 결정시기와 관련하여, 통설은 반환할 때가 기준시이지만, 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그 소가 제기된 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서 책임을 지므로(민법 제749조 제2항) 소제기시가 기준시라고 합니다.
바. 악의 수익자의 반환범위
1) 받은 이익
악의수익자는 1차적으로 ‘받은 이익’을 반환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이득은 손실자의 손실범위에 속하는 한 원칙적으로 그 전부를 반환하여야 하고, 선의 수익자와 달리 그 이익의 현존 여부를 불문합니다.
2) 이자의 부가
제748조 제2항은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라고 규정하여 악의 수익자에게 추상적으로 이자의 부가반환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가액반환의 경우뿐만 아니라 원물반환의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견해가 대립됩니다.
이에 대해 판례는 한국전력공사가 권원 없이 타인 소유 토지의 상공에 송전선을 설치함으로써 토지를 사용·수익한 경우, 구분지상권에 상응하는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금에 대하여 점유일 이후의 법정이자 및 그 이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인정하고 있으나, 원물반환의 경우에도 이자의 부가 반환의무를 인정할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가. 종래의 논의
1) 이익과 손해의 중복기준(소위 양자의 한도)
부당이득의 반환범위는 손실자의 손해와 수익자의 이익 양자에 의하여 제한을 받습니다. 즉, 손해가 크고 이익이 작은 때에는 이익의 범위로 제한되고, 이익이 크고 손해가 작은 때에는 손해의 한도 내에서 반환하면 족합니다.
2) 이익의 의미와 범위
부당이득에서의 이익은 ‘부당이득의 원인사실이 있은 후에 수익자에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재산의 총액이 그 사실이 없었다고 가정하는 경우에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산의 총액보다 많은 경우 그 차액’을 말합니다(차액설).
한편, 민법 제747조 제1항은 ‘그 받은 목적물’을 원칙적인 반환대상으로, ‘그 가액’을 예외적인 반환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그 받은 목적물’은 ① 그 목적물에 기하여 수익자가 실제로 취득한 과실이나 사용이익 기타의 종된 이익도 포함하지만, ② 수익자가 원래 목적물에 갈음하여 취득한 것(대위물)은 당초의 ‘그 받은 목적물’이 특정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반환대상에 포함됩니다. ③ 금전은 가치적 특성으로 인해 특정성을 갖지 아니하므로, 가액반환만 허용됩니다. ④ 수익자가 원래 취득한 목적물을 법률행위에 기하여 처분한 대가, 즉 ‘거래행위에 기한 이익’역시 원물반환이 허용되지 않고 원물의 가액 상당액을 반환해야 합니다.
3) 손해의 의미와 형해화
부당이득에서의 손해는 이익 개념과 표리관계에 있는바, 역시 차액설로 파악됩니다. 즉, ‘그 사실이 없었더라면 손실자에게 확실히 재산이 증가하였으리라는 것이 증명된 경우’와 ‘그 사실이 없었더라면 손실자에게 그만큼 재산적 증가가 있는 것이 보통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합니다(통설).
그런데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손해는 어떠한 재화의 이전이라는 하나의 사실을 손실자의 측면에서 관찰한 명목적인 것을 지시한 것에 불과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우리 부당이득학설에서 손해의 개념은 극히 희석되어 실제로 부당이득의 성립여부․반환범위를 결정하는 요건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설에 대하여, 부당이득 규정(민법 제741조, 제748조 제2항)에서 굳이 ‘손해’를 부당이득의 성립요건이자 반환범위의 한 기준으로 둔 것을 고려할 때, ‘손해’개념에 실질을 부여해야 한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원래 부당이득 반환범위에 포함되지 않던 ‘이익을 초과하는 손해’를 악의의 수익자의 반환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나. 운용이익의 범주
운용이익은 ‘사용이익’과 ‘사용이익 이외의 운용이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받은 목적물의 직접 사용으로 얻은 ‘사용이익’의 경우, 목적물에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사용가치의 취득이라는 점에서 민법 제747조 제1항의 ‘그 받은 목적물’에 포함됩니다. 또한 손실자로서는 사용기회의 상실로 손해를 입었음이 대체로 명백합니다. 따라서 사용이익은 당연히 부당이득의 반환대상의 포함되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운용이익의 부당이득의 반환범위에서 문제되는 것은 운용행위로 인하여 수익자가 얻은, 원래의 받은 목적물을 초과하는 이익인‘사용이익 이외의 운용이익’(이하 일반적인 용례에 따라 이를 ‘운용이익’이라고만 칭합니다)입니다. 이하에서는 운용이익을 일반적인 운용행위로 얻은 운용이익과‘투자’로 인한 운용이익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다. 일반적인 운용이익의 처리방법
‘이익과 손해의 중복기준’에 따르면 수익자가 ‘운용행위로 받은 이익 중 손실자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한 이익’과 ‘손실자의 손해’를 비교하여 둘 중 적은 것을 반환범위로 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악의의 수익자는 이익을 초과하는 손해까지 배상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수익자의 운용이익에 대응하는 손실자의 손해란 ‘목적물로부터의 통상적인 수익가능성의 상실’일 것인데, 이는 ‘손실자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한 이익’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념상 서로 별개인 ‘이익’과 ‘손해’의 두 판단기준은 운용이익의 경우 ‘수익의 통상성’을 연결고리로 하여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라. 투자로 인한 운용이익의 처리
투자로 인한 운용이익의 경우, 부당이득 반환범위 판단기준인 ‘이익’과 ‘손해’는 모두 ‘통상적인 투자수익’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를 초과하는 운용이익은 ‘수익자의 특별한 능력으로 인한 이익’으로서 반환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한편 투자가 이루어지면 투자자가 보유하던 목적물이 다른 물건, 권리(대위물)로 완전하게 대체됩니다. 따라서 투자로 얻은 운용이익의 반환범위가 문제되는 것은 대위물이 당초의 ‘그 받은 목적물’로서의 특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뿐입니다. 만약 목적물의 특정성이 상실되었다면 수익자는 원물의 가액 상당액을 반환하여야 하고, 투자수익의 반환 여부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마. 부당이득된 금전으로부터 발생한 정기예금이자가 부당이득 반환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5다34711 판결)
- 매매계약이 무효인 경우, 매도인이 매매대금으로 받은 금전을 정기예금에 예치하여 얻은 이자가 반환해야 할 부당이익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본 사례
부당이득반환의 경우, 수익자가 반환해야 할 이득의 범위는 손실자가 입은 손해의 범위에 한정되고, 여기서 손실자의 손해는 사회통념상 손실자가 당해 재산으로부터 통상 수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상당이라 할 것이며(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다31581 판결 참조), 부당이득한 재산에 수익자의 행위가 개입되어 얻어진 이른바 운용이익의 경우, 그것이 사회통념상 수익자의 행위가 개입되지 아니하였더라도 부당이득된 재산으로부터 손실자가 통상 취득하였으리라고 생각되는 범위 내에서는 반환해야 할 이득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25551 판결,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6328, 26335 판결 참조). (……) 금전을 정기예금에 예치함에는 예치자의 특별한 노력이나 비용, 수완 등을 필요로 하지 않고, 실제로 피고 역시 별다른 노력이나 비용 등을 들이지 않고 이 사건 매매대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여 그 이자를 수령하였으며, 또한 이 사건 매매대금이 정기예금에 예치되어 있던 기간의 대부분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7.말부터 2002. 2.까지로서 예금의 이율이 역사상 이례적으로 높던 시기이므로 일반인의 경우 여유자금이 있다면 통상 은행에 예금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것이고, 위 매매대금과 같은 거액의 금전을 장기간 예금하는 경우에는 보통예금보다는 정기예금에 예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사정이 이와 같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정기예금이자 상당액은 사회통념상 피고의 행위가 개입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위 매매대금으로부터 원고가 통상 취득하였으리라고 생각되는 범위 내의 이익으로 볼 수 있어, 피고가 반환해야 할 이득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판결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손해’ 개념의 실제적 기능을 부인해 온 종래의 접근방식과 달리, 운용이익의 부당이득 반환범위에 관해 ‘손해’를 주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② 일반적으로 금전의 특정성이 부정되는 것과 달리, 매매대금의 특정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그 투자로 인한 운용이익 반환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부당이득의 반환범위를 논함에 있어서는 금전도 특정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음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③ 이 사건 매매대금에 대한 정기예금이자를 부당이득 반환범위에 포함시키는 논리로서, 단순히 정기예금이자를 법정과실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정기예금이자가‘손실자가 일실한 통상적인 수익’으로서 ‘원고의 손해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 대상청구권 일반론
1) 인정근거
다수설과 판례는 대상청구권을 널리 인정하고 있습니다(무제한적 긍정설). 그 인정근거에 관하여는 한때 ‘공평의 관념’이 제시되었으나, 최근에는 ‘채권관계의 연장효’에서 근거를 찾고 있습니다. 즉 본래의 급부의무가 불능하게 되어 원래의 채권관계가 그대로 실현될 수 없는 상황에서 채무자의 재산에 급부목적물에 갈음하는 대상의 이익이 발생한 경우에는 채권관계의 연장된 효력에 따라 그 이익이 원래 속하기로 되어 있는 채권자에게 상환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대상청구권은 급부불능에 따라 채권관계의 내용에 반하여 이루어진 재산가치의 분배를 원래 정해진 내용에 따라 실현,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성립요건
가) 대상청구권이 성립하려면,
① 급부의무의 존재
② 급부의무의 후발적 불능
③ 급부불능을 야기한 사유로 인한 채무자의 급부목적물을 대신하는 이익의 취득
④ 급부목적물과 대상 사이의 동일성
을 갖추어야 합니다.
나) 종류채권의 경우
(1) 특정 이전에는 문제될 여지가 없습니다.
(2) 특정된 이후 또는 제한종류채권의 경우에는 한정된 재고물이 모두 또는 일부 멸실되었다면 대상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 법정채권관계의 경우
(1) 부당이득
현행 민법은 제747조 제1항에서 원물반환의 불능에 따른 가액반환의무를 정하고 있을뿐 반환목적물에 갈음하는 보상금, 보험금과 같은 이익이 발생한 경우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수설은 대상물을 본래의 목적물과 경제적으로 동일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환청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2) 계약해제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 반환목적물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이익의 반환청구가 인정됩니다(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누1234판결 참조).
나. 대상청구권의 반환범위
1) 대상청구권과 부당이득 ; 양 제도의 유사성과 차이점
대상청구권은 급부불능으로 인하여 급부목적물에 갈음하는 재산이 채권자가 아니라 채무자에게 발생하는 잘못된 재산분배를 조정하려고 하는 점에서, 부당이득반환제도는 급부관계의 무효․취소 또는 타인의 물건․권리에 대한 무단침해에 의하여 잘못 행해진 재산이전을 조정하려고 하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습니다.
반면 대상청구권은 급부불능의 상황에서 그 대상물에 대한 채권의 효력을 관철하기 위한 목적이 있으나, 부당이득반환제도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 급부관계의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양 제도 모두 원래 의도하였던 재산의 이전이 더 이상 실현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그로 인한 이익을 원래 있어야 할 자에게도 되돌려주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따라 대상청구권의 행사에 따라 채무자가 반환해야 할 범위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모순되지 않게 정하려고 시도되고 있습니다.
2) 반환할 대상(代償)과 내용
가) 반환할 대상적 이익
(1) 급부목적물의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급부목적물의 수용으로 지급되는 수용보상금, 급부목적물에 관한 보험금
급부불능으로 인해 발생한 급부목적물에 갈음하는 재산이므로 당연히 대상청구권이 인정됩니다. 보험금의 경우 대상청구권의 반환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으나, 판례는 “매매의 목적물이 화재로 인하여 소실됨으로써 채무자인 매도인의 매매목적물에 대한 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면, 채권자인 매수인은 위 화재사고로 인하여 매도인이 지급받게 되는 화재보험금, 화재공제금에 대하여 대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 대상청구권의 행사를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3다7769 판결).
(2) 법률행위로부터 얻은 이익
반환할 대상적 이익에 법률행위로부터 얻은 이익, 즉 거래에 따른 처분대가도 포함되는지 문제됩니다. 다수설은 처분대가 역시 손해배상금, 보험금과 마찬가지로 본래 급부하기로 했던 목적물이 그 형태를 바꾸어 채무자의 재산에 존속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한 대상청구권의 반환범위에 포함된다는 입장입니다. 판례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으나, 사법상 매매에 해당한다고 여기는 협의매수로 인하여 지급되는 보상금에 대해서 대상청구권이 부정되지 않음을 전제로 판결한 예가 있습니다(대법원 1996. 6. 25. 선고 95다6601 판결).
나) 초과이익의 반환 여부
(1) 문제점
채무자가 급부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넘어서 얻게 된 수익, 즉 초과이익을 반환하여야 하는지 문제됩니다.
(2) 학설
우리 민법에서는 부당이득에 관하여 수익자가 얻은 이익 중에서 상대방의 손실을 넘는 부분은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통설과 판례의 입장입니다(이익과 손해의 중복기준). 이러한 ‘손실 한도’의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대한 상반된 평가에 따라 대상청구권의 반환범위에 관한 ① 초과이익 반환설과 ② 손해한도 반환설의 대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초과이익 반환설의 주된 근거는 (a) 채무자가 급부 목적물에 갈음하여 얻은 이익의 반환을 내용으로 한다는 대상청구권의 본질, (b) 채무자가 초과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한 의무위반에 대한 충분한 억제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무위반의 행위를 방관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입니다.
손해한도 반환설은 (a) 대상청구권의 반환범위는 유사한 사안에서 부당이득반환의무와 모순되지 않도록 권리자의 손실한도로 제한되어야 하는 점, (b) 채무자가 급부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넘는 초과수익을 얻는 경우 이는 채무자의 재능이나 수완에서 비롯한 바로서 채무자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3) 판례의 태도
판례의 입장은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경매목적물인 토지가 경락허가결정 확정 이후 하천구역에 편입되어 국유로 됨으로써 소유자의 경락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불능이 되고 소유자가 위 하천구역의 편입에 따라 손실보금을 지급받은 사안에서, “채무자가 목적물 소유자로서 수령하게 되는 보상금에 대하여 채권자인 경락인이 대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보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그 목적물에 대하여 지급되는 보상금 전부에 대하여 대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 당시 채권자가 그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출한 매수대금 상당액 등의 한도 내로 그 범위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5두5956 판결).
(4) 검토
(가) 손해한도 반환설에 대한 비판
대상청구권의 목적은 ‘채무자의 원만한 이행이 있었더라면 채권자에게 있었을 재산상태’의 실현에 있습니다. 만약 채권자의 ‘손해 한도’로 대상청구권을 제한할 경우 채무자는 채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가질 수 없었을 이익을 급부불능의 우연한 사정으로 보유하는 결과를 방치하게 됩니다. 따라서 손해한도 반환설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나) 초과이익 반환설에 대한 제한
채무자의 대상적 이익은 급부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묻지 않고 그 자체가 반환되는 것이 대상청구권의 목적에 부합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채무자가 얻은 대상적 이익이 급부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초과하더라도 전부 대상청구권의 반환범위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손해한도 반환설이 지적한 대로, 처분대가가 급부목적물 자체만으로 비롯하지 않고 가령 채무자의 영업시설, 비용지출에 의한 가치증가로 높아졌다고 여겨지는 경우까지 반환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채무자의 비용에 따른 가치증가는 채무자에게 속해야 할 이익인바, 채무자가 이를 입증하여 반환범위에서 공제해야 할 것입니다.
(다) 소결
채권자는 대상청구권을 행사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취득한 이익 자체를 반환하라고 청구할 수 있고, 여기에는 급부목적물의 객관적 가액을 넘는 대상적 이익도 포함되나, 채무자의 비용 등에 따른 증액부분은 공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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