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을 지키는 숨은 주역, 판촉 여직원

그들의 미소 뒤에 숨은 노동의 무게

by 글터지기

대리점에서 납품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장마다 각 브랜드 본사 또는 대리점에서 파견한 판촉 여직원이 그들이지요. 대형 쇼핑몰에 가면 쇼핑몰 조끼를 입고 매대를 정리하거나 시식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 대부분은 쇼핑몰 직원이 아닙니다.


대부분 여성이고, 나이대도 다양합니다. 아이 학교 보내고 오후에 나오시는 분도 있고, 직장 은퇴 후에 일터로 나오신 분도 있지요. 혹은 평생 판촉일을 해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직원 대다수가 이런 파견 직원입니다.


보이지 않는 경쟁


그들의 자리는 늘 매대 앞이나 창고 구석이지만 늘 손님들의 눈길이 닿는 곳에 있습니다. 보통 아침에 출근하면 전날 판매된 매대 물건을 정리하고 창고에 보관 중인 재고 물건을 다시 진열합니다. 배송 기사가 물건을 배송하고 검수를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일거리가 생기기 시작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해당업체의 일만 할 수 없습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가정한다면, 4시간은 본사나 대리점 물건을 진열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파견된 매장 일을 합니다. 매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납품업체에서는 파견된 분들이 애쓰는 만큼 매출을 높일 수 있으니 이런 생태가 조성되는 겁니다.


이런 판촉 직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판매 매대 크기와 위치가 결정됩니다. 우리 같은 중소 대리점에서는 어지간한 매출을 올리는 매장이 아니라면 이런 파견 직원을 두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대는 자연스레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고, 진열 공간도 좁아집니다.


풀기 어려운 갈등, 서열과 왕따


재미있는 건, 판촉 직원들 사이에도 갈등이 생깁니다. 브랜드마다 직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지요. 매대 자리 하나를 놓고도 언성이 높아지고 행사 시즌이 되면 서로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암투를 벌이는 겁니다. 그래도 이건 업무적 갈등이니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정말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은 그들 사이에 '서열'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경력이 오래되거나, 매장 관리자와 친분이 깊은 누군가가 자연스레 대장 자리를 차지하는 거죠. 그러면 나머지는 자연스레 그 규칙을 따르게 됩니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 이에 반발하거나 갈등이 빚어지면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왕따' 현상이 발생하지요.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들은 맡은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손님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대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그래도 다시 매대 앞에 서는 마음


그들의 급여는 결코 넉넉하지 않습니다. 법이 정한 최저 인금이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지요. 서서 일하다가 다리가 붓고, 시식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목소리까지 지치는 일상입니다. 거기에 관계에 갈등까지 생기면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지옥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출근 걸음에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자신이 진열한 상품이 잘 팔릴 때 느끼는 작은 보람,

목표한 매출을 달성했을 때의 뿌듯함.

그리고 넉넉하지 않지만 노동으로 받은 대가로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을 돌보고 지켜낼 수 있다는 자부심.


우리가 만나는 판촉 직원들의 미소 뒤에는,

고단한 노동과 보이지 않는 경쟁, 서열의 무게가 숨어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잠시 스쳐가는 얼굴일지 모르지만, 저 같은 배송 노동자에게는 현장을 함께 살아내는 동료들입니다. 그래서 매대 앞을 지나 얼굴을 마주칠 때는 꼭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넵니다.


"오늘도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 한마디가, 그들에게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요.


모든 노동자에게 존경을 보냅니다.


* 에필로그

이 글을 쓰고 다시 보니, 이런 현상과 고난은 비단 판촉 직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직장인, 노동자가 크고 작은 방식으로 겪어내는 삶의 무게지요.


다만 그 무게를 견디는 얼굴마다 사연은 다를 겁니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우리는 결국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비추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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