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작은 후회
일일 배송을 위해 새벽 출근을 하면
세 명이 함께 일합니다.
함께 근무하는 과장과 저는
농협을 제외한 사설 매장에 납품을 하고
한 명은 농협 위탁으로 배송을 하지요.
위탁대리점은 혼자 하는 일이다 보니
배송이 많아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곤 합니다.
그 친구는 간혹 혼잣말로 욕설도 하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분류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 모습이 오래전부터 마음에 걸렸습니다.
월요일 아침인데 비도 쏟아지고
물건을 비 맞지 않게 하느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좁아진 상황이라
내심 짜증이 났던 모양입니다.
혼자 일하는 친구가 물건을 팽개치듯 챙기고
혼잣말로 욕설을 해가며 일하는 게
자꾸 눈과 귀에 들어왔지요.
사무실에서는 직책이나 나이로 봐도
그가 가장 어린 친구이기도 해서
지금까지는 혼자 일하는 게 안쓰러워
그런가 보다 하며 지냈습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정색을 했습니다.
"0 팀장!, 아침부터 욕 좀 안 하면 안 돼?"
공기마저 싸늘해졌습니다.
그가 불평이나 불만인 태도가 보인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 모습을
보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180도 달라진 태도로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일을 이어갔습니다.
오히려 제가 괜한 짜증을 부렸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도 분명히 명절 연휴가 끝나고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이라 평소보다 물량도 많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을 겁니다.
그때 할 말이 있었다면
사무실이나 흡연장에서 둘이 있을 때
차분하게 꺼냈어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 역시 비 맞은 월요일처럼
속이 잔뜩 흐려져 있었던 겁니다.
버럭 해놓고 하루 종일 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럴 걸 뭐 한다고 한소리 해서
분위기도 썰렁해지게 만들었을까.'
아직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다시 다짐합니다.
'어떤 일이 있든, 짜증이나 잔소리가 올라올 때면
열을 식히고 10분 후에 말하자'
어쩌면 그게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자,
나를 지키는 마음의 기술일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화요일 만드세요.
*에필로그
오늘은 1985년 청주 흥덕사지를 발견한 날입니다.
흥덕사지가 의미를 갖는 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
<직지>를 주지하고 발간하던 사찰로
기록만 되어있던 흥덕사의 정확한 위지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1985년 발굴과정에서 '흥덕사'가
새겨진 사찰용 종과 청동사발이 발견되면서
실재했던 사실이 증명된 일입니다.
몇 번은 다녀왔던 곳이
이런 의미가 있었다는 걸 다시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