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님이 전해 준 종량제 봉투
주말에 친구와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와 보니 20리터 종량제 봉투 두 묶음이
신발장 위에 덩그러니 얹어져 있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봉투가 아닌데
왜 종량제 봉투를 사 오셨을까 싶었습니다.
"아버지, 이건 어디서 난 거예요?"
"토요일에 통장이 주고 갔다.
우리 집이 국가유공자로 등록 돼 있대."
오잉? 내가? 국가유공자?
이사 온 지 1년이 넘도록 처음 있는 일입니다.
평생 장사를 해오신 흰머리 소년께서
국가유공자일리 없고 제가 군생활을
기껏 24년을 했다고 유공자가 될 리도 없습니다.
오늘 퇴근하면 관리사무소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아마 그전에 살던 어르신이 유공자가 아닐까.
국가유공자에게 지급하는 종량제 봉투를
온라인에서 검색해 보니,
분기별 통장이 지급해 준다고 하더군요.
오늘 확인해 보고 반납하면 그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지원입니다.
국가유공자라고 해서 쓰레기가 더 많지도 않을 것이고
행여 필요하다고 해도 용량이 가정마다 다를 것인데
일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도 어쩌면 낭비가 아닐까.
차라리 현금을 통장으로 입금이나
디지털 쿠폰 등으로 지급해 주는 게
필요한 걸 구매해서 사용하는 실질적 지원이 아닐까.
통장님이 이걸 우리 집에 가져다주면서
국가유공자 이름이 누구인지만 물어봐도
잘못 지원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지원의 취지는 분명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다만 제도라는 게 늘 그렇듯,
현장에 닿는 순간 작은 어긋남이 생깁니다.
누구를 위한 지원인지, 정말 필요한 방식은 무엇인지
한 번쯤 더 묻고 살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견물생심이라고
'이걸 그냥 쓰고 말아?'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기 전에 눈에서 이걸 치워버려야겠습니다. ㅋㅋ
아무것도 모르시는 흰머리 소년은
"네가 국가유공자 아니냐?" 물으십니다.
"아버지, 국가유공자 아무나 되는 거 아니에요." 하하
오늘 해야할 일이 하나 추가 됐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