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배웁니다.
제가 매일 납품을 하는 매장 앞에 호암동 행정복지 센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자리에 공사가 시작되더니 건물 하나가 새로 들어섰지요. 내심 행정복지센터가 낡아 새로 짓나 보다 했습니다. 며칠 전 배송하면서 지나치는데 건물도 거의 완성이 되었고 주차장에도 차량들이 많이 보여서 이제 새로 행정복지센터가 지어졌나 했는데 매장 직원이 그러더군요. '요 앞에 도서관이 새로 생겨서 학생들한테 좋겠네'.
'오호라. 그럼 또 이건 못 참지' 싶어서 오늘 마침 오전만 근무하는 첫날이기도 해서 새로 지은 도서관에 피서를 왔습니다. 이름하여 「호암도서관」. 4층 건물에 아직 도서들은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임시 개관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부 구성과 책상 등의 배치도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번에 이사한 곳이 거리가 좀 멀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을 마치면 잠시 들러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싶었습니다. 잘 살펴보면 주변에 참 활용하기 좋은 공간이 있는데도 무심코 지나치거나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이사하거나 지역을 옮길 때마다 지역의 도서관을 제일 먼저 찾게 됩니다.
다행히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하루 한두 시간쯤은 오롯이 저만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 듯합니다. 사실 집에 들어가면 자꾸 침대가 눈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거든요. 그런 저에게 딱 맞는 '피서지'가 생긴 셈입니다.
오늘 그곳에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다, 문득 '내가 꿈꾸는 삶'과 '지금의 현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꽤 오래전부터 드라마나 예능, 유튜브를 거의 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뉴스는 종이 신문이나 온라인 매체의 글로 접했고, 책도 틈틈이 읽었고요. 그렇게 살면서 ‘이만하면 괜찮다’는 묘한 자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도서관에서 정말 우연히 틀어놓은 EBS 다큐멘터리를 잠시 보게 되었지요. 경제, 역사, 교양을 책으로만 배우던 저였지만, 예전에 EBS 방송을 통해 지식을 쌓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읽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배움의 문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잊고 있었던 듯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그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 문인 유한준의 문장입니다. (유시민, 『청춘의 독서』 中)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말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배워야 할 것이 보이고, 아직 부족한 것도 보입니다.
결국, 결론은 하나입니다. 배워야 한다는 것.
무엇을, 어떻게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마치 작년 이맘때, 처음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던 그 어정쩡한 출발점처럼요.
하지만, 지금은 방향정도는 알 것 같습니다.
일단, 시작한 길이 맞는다면 계속 걷는 겁니다.
비록 느려도, 비틀거려도, 그게 나답다면 괜찮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집에 오자마자 EBS 교육방송 연간 구독을 신청했습니다.
일단 글쓰기부터 배워볼 요량입니다.
오늘도 요란한 성장통을 겪습니다.
https://classe.ebs.co.kr/classe/detail/448860/40009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