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공간, 변하지 않는 사람

'마음을 나눈 친구'가 왔다.

by 글터지기

서재를 방으로 옮기고 생활 환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마침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한 번 보겠다던 '마음을 나눈 친구'가 주말에 찾아왔습니다.


토요일까지 일하는 제 시간을 고려해 늦은 시간에 도착한 친구는, 불쑥 가방 하나를 건넸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 다니겠다고 했던 제 말을 기억하고, 배드민턴 운동할 때 쓰라며 챙겨온 것이었습니다. 집에 남는 것이 있으면 하나 가져다 달라고 했던 말을 잊지 않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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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해 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 한 잔을 곁들였습니다. 손님이니 제가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친구는 자신의 형편이 더 낫다며 계산을 마쳤습니다. 집에 가서 맥주나 한 캔을 네가 사라며 등을 떠밀었지요.


집에 돌아오니 흰머리 소년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식탁에 둘러앉아 구운 고구마를 나누고, 집 앞에서 사다 두신 참외를 꺼내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사다 둔 맥주를 거의 비워갈 즈음,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마무리됐습니다. 서재를 작은 방으로 옮겼으니, 거실에 매트를 깔아 잠자리를 마련해 두었는데, 불편하지 않았을까 뒤늦게 마음이 쓰였습니다.


술이 덜 깬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마음지기'에게 친구는 따뜻한 응원을 건넸습니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제가 최근 공유 책방에 꾸려 놓은 『아주 사적인 글터 책방』에도 들러 책을 옮겼습니다. 책방의 분위기를 함께 살펴보며 응원을 보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친구는 집 앞 간짜장 맛집에서 흰머리 소년과 함께했습니다.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함께한 시간은 생각보다 깊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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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나니 관계의 무게를 다시 느끼게 됩니다. 생활이 바뀌고 공간의 형태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한 번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힘이 되는 존재.


친구 역시 나름의 고민을 안고 왔을 것입니다. 굳이 묻지 않았습니다. 묻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고, 그저 하루만큼은 마음이 가벼워졌기를 바랐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찾아와 준 마음이 고맙고, 말없이 건네는 응원이 든든합니다.


친구가 두고 간 가방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살다 보면 짐을 덜어내야 할 때도 있지만, 어떤 관계는 그렇게 하나씩 더해가며 이어지는 것이라고.


이제 이 가방을 메고, 열심히 운동해서 6월 대회에는 좋은 컨디션으로 참가해야겠습니다.


"친구야! 언제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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