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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의학 3.0, 보안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인간 중심의 선제적 방어를 향하여

by 김정덕

의료 패러다임이 질병 중심의 치료(의학 1.0)와 표준화된 치료(의학 2.0)를 넘어, 개인의 건강수명과 삶의 질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의학 3.0’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선제적 예방과 지속적인 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러한 의학 3.0의 통찰은, 조직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보안 관리, 특히 ‘인간 중심 보안(People-Centric Security)’을 어떻게 구축하고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기술 통제에만 의존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의학 3.0이란 무엇인가?


의학 3.0은 유전체학, 인공지능과 같은 최첨단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질병 발생 이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개입하며, 개인의 유전적 특성, 생활 습관, 환경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건강 관리를 지향하는 의료 철학입니다. 핵심은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lifespan)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healthspan)을 늘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질병의 치료보다 예방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며, 환자 개개인을 고유한 특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환자 스스로 건강 관리 결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의학 3.0이 제시하는 인간 중심 보안의 4 가지 방향


1. 사고 후 대응에서 ‘선제적 예방’으로

의학 3.0이 질병 발생 전 예방에 집중하듯, 보안 관리 역시 침해 사고가 터진 후 대응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잠재적 위협을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하는 능동적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과 같습니다.


사용자 위험 인지 능력 강화: 최신 공격 트렌드, 피싱 이메일 식별법, 악성코드 감염 경로 등 실질적인 위협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여, 사용자가 스스로 ‘위험의 징후’를 인지하고 예방적 행동을 취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보안 자가 진단 문화 조성: 사용자가 자신의 업무 환경(비밀번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데이터 백업 등)의 보안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간편한 도구나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이를 실천하는 문화를 장려해야 합니다.


2. 일률적 통제에서 ‘개인화된 보안 경험’으로

의학 3.0이 모든 환자를 평균적 존재가 아닌 고유한 개인으로 대하듯, 보안 정책 역시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역할 기반 맞춤형 정책: 사용자의 직무, 시스템 접근 권한, 위험 노출 수준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보안 수칙과 교육을 차별화하여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민감 정보를 다루는 부서의 직원에게는 한층 강화된 데이터 처리 지침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자율성과 책임의 균형: 기본적인 보안 프레임워크는 유지하되, 일부 영역에서는 사용자가 편의성과 보안 수준 사이의 균형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고,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명확히 인지시켜야 합니다. 단, 이러한 자율성은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되어야 합니다.


3. ‘통제’가 아닌 ‘협력’의 보안 문화 조성

의학 3.0이 환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듯, 보안 관리도 기술적 솔루션에만 의존하는 것을 넘어, 모든 조직 구성원이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안전한 행동을 실천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보안 챔피언(Champion) 제도: 각 부서에 보안에 대한 열정과 이해도가 높은 담당자를 ‘보안 챔피언’으로 지정하여, 보안 정책 전파와 인식 개선 활동을 주도하게 합니다. 동료가 전하는 메시지는 때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대기업과 같이 여러 사업 본부가 있는 경우, 비즈니스 보안 책임자(BISO)를 임명하여 CISO와 연계하에 현업의 보안 이슈를 해결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긍정적 강화와 성공 사례 공유: 보안 수칙을 잘 지키는 개인이나 부서를 격려하고 우수 실천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처벌과 통제가 아닌 긍정적 강화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4. 단기적 처방에서 ‘지속 가능한 보안 체계’로

의학 3.0이 일시적인 증상 완화가 아닌 지속 가능한 건강(Healthspan)을 추구하듯, 보안 역시 일회성 캠페인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조직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려 일상 업무 과정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야 합니다.


업무 프로세스 내재화(Embedding): 보안 절차가 번거로운 추가 업무가 아니라, 업무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중요 문서 생성 시 암호화 설정이 기본값이 되거나, 외부 메일 발송 시 수신자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시스템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식이 좋은 예입니다.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보안 위협은 끊임없이 진화하므로, 새로운 위협에 대한 학습 자료를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변화하는 보안 환경에 사용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게임화(Gamification) 요소를 도입한 학습이나 모의 훈련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높여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인간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보안으로의 전환


의학 3.0이 제시하는 ‘예방, 개인화, 참여, 삶의 질 향상’이라는 핵심 가치는 보안 관리, 특히 인간 중심 보안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중요한 철학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기존의 기술 중심, 통제 중심의 보안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원 각자를 이해하고, 신뢰하되 검증하며, 자발적인 보안 행동을 이끌어내는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은 디지털 전환 시대의 복잡하고 진화하는 보안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 이는 결국 조직 전체의 보안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혁신과 성장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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