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덕 Feb 25. 2020

코로나19, 기생충, 그리고 보안

올 겨울은 유난히도 우울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불안과 공포가 올 겨울내내 우리들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12월 말부터 시작된 우한폐렴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2월 중순 이후부터는 국내에서 지역사회 전파라는 현실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경 검역망을 통한 외부로부터의 감염을 방어한다는 전략에서 이제는 내부 지역사회에 이미 퍼져있는 감염원을 조속한 탐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 수정으로 변경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생태적으로 다르지만 바이러스라는 공통의 이슈를 다루는 보안 업계에서도 이 사태의 진행과정과 대응방식을 통해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겠다.

첫째, 코로나19와 같이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외부경계망 보안으로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중국, 일본, 동남아 국가와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국내 현실에서 국경 검역망을 통한 봉쇄작전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초연결사회’라고 규정짓는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경제사회에서는 외부망으로부터 위협을 방어하는 네트워크 보안만으로 보안활동을 규정하는 것은 이미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특정 기업, 조직 단위로의 보안관리체계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협력사 보안, 공급망 보안체계 구축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자기 자신 위생에만 신경쓴다고 해서 감염이 안되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으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 지역사회가 합심하여 공동의 노력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몇 년 전부터 보안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공급망 보안을 위한 레질리언스(resilience)’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수 많은 협력사로 구성된 공급사슬에서 공동의 노력으로 보안 면역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면서 어디서 발생할 지 모르는 보안사고 탐지와 정상복구 역량을 갖춘 안전한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난 5년전 메르스 사태에서의 교훈을 우리가 얼마나 잘 실천하였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2016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행된 ‘메르스 백서’에 의하면 5가지 향후 과제를 제시하였다. 첫째, ‘비상 계획 수립’을 통한 급증대응능력 강화, 둘째, 지역 내 파트너십과 유관 조직과의 네트워크 구축, 셋째, 합리적 의심과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역량 기반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 넷째, 방역조치에 대한 ‘윤리적 고려’, 다섯째, 실시간 정보 공유를 위한 ‘감염병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이다. 과연 5년이 지난 현재 이 과제가 얼마나 실천되었는 가에 대한 질문에는 대구, 경북에서의 지역사회 대응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부터 배우지 않는 조직은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몇 차례 대규모 보안사고를 겪은 우리는 과연 사이버보안에 대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자원투입이 있었나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사회 전파와 감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당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절대적이다. 대구 신천지교회에서의 슈퍼감염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보안도 역시 보안부서의 정책과 노력 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보안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인식하고 긍정적 보안활동을 수행할 때 비로서 위험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인간중심보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효과적 보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또는 스토리두잉(story-doing) 기법 적용이 요구된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보고 듣는다고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내용으로 재미를, 재미를 넘어 감동을 줘야 한다. 감동해야 공감하고, 공감할 때 비로서 메시지가 전달된다. 보안 메시지의 올바른 소통과 인식제고를 위해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우울한 겨울에 그래도 한 가닥 반가운 소식은 ‘기생충’ 영화가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했다는 뉴스였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기생충’ 영화는 계급갈등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도, 스릴과 코미디가 적절히 포함되어 있으며, 맛갈스러운 ‘말글’ 등이 계속 뇌리에 남는 인상깊은 영화였다. 특히 "계획을 세워봤자 의미 없다"던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보안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agile한 접근방식의 필요성을 되새겨 본다.

유난히도 춥지 않아 미세먼지가 창궐하고, 코로나19로 사람 만나기도 두려운 이 겨울에 그냥 연구실에 틀어박혀 보안 관련 집필 작업을 한다. 본격적으로 다가올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사태로 우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연구실 창밖의 얼마 남지 않은 잔설을 보면서 맑은 하늘과 따스하고 희망찬 봄날을 기대해 본다. 

2020.02.21

작가의 이전글 인간 중심 보안 전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