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오버나이트

무기를 장착한 여성은 두려울 게 없다

by 정다솜

출산 후 1년. 오랜만에 백화점 팝업 행사에 복귀했다. 제품 스무 상자 정도는 거뜬히 나를 수 있는 체력과 하루 8시간 이상 서서 고객들을 응대할 수 있는 관절 상태로 돌아와야 백화점 팝업 행사를 치를 수 있다. 출산 후 1년 정도 지나니 이제 복귀할 수 있겠다 판단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오프라인 행사장은 열정이 가득했다. 특히 오래전부터 서로 인연을 맺어온 동료 기업들과 함께 진행하는 큰 행사였던 만큼 활기찬 현장이 무척 반가웠다.


위치도 좋고 기획도 좋았던 터라 이번 행사장은 많은 손님들로 북적북적했다. 이른 새벽부터 매대 설치하느라 쌓인 피로가 잊힐 만큼 밀려오는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오전 내내 화장실 한 번 가질 못했다.


아, 맞다. 오늘 그날이었지.


출산 후 여성은 다양한 몸의 변화를 겪는다. 나에게 온 변화 중 하나는 생리의 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20여 년간 익숙해져 있던 것이 한순간 바뀌게 되면 바로 적응하기가 어렵다.


부랴부랴 화장실로 향했지만 이미 살짝 생리가 새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당황할 시간이 없다. 추울까 봐 챙겨 왔던 긴팔 체크무늬 남방을 허리에 질끈 매고 거울을 봤다. 이내 결연한 표정을 지은 나는 오후 매출을 위해 화장실을 나섰다.


퇴근길. 마트에 들렀다. 내일은 추가로 들어오는 재고도 정리해야 하고, 여전히 매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말이다. 이 전장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흘리긴 하겠지만 새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뛰어난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다. 나는 아까 그 결연한 표정을 다시 한번 지으며 '중형 생리대'가 아닌 '입는 오버나이트'를 집어 들었다.


그래. 이 정도는 갖춰줘야 나의 뜻을 이룰 수 있다!


스무 상자가 넘는 재고를 창고에 들어 옮기고, 몇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중에도 나는 걱정이 하나 없었다. 어제의 선택은 탁월했다 - 생각하며 팝업 스토어 최고 매출을 갱신한 날이었다.



(좌) 매출이 잘 나와서 신난 사람 (우) 완판으로 텅 빈 매대
(좌) 용달 트럭에서 내린 재고들 (우) 혼자 창고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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