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조심하세요
금요일 저녁, 아이 아빠가 독감 진단을 받았다. 공동 육아를 할 주말 만을 기다려온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사업을 하는 개인적인 상황 상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아이 외할머니에게 육아를 부탁드리고, 목요일과 금요일은 내가 육아를 맡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를 하는 날들도 팀원들, 거래처 담당님들, 고객분들과 소통해야 할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업무를 같이 볼 수밖에 없는데 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때문에 금요일 저녁쯤 되면 급격히 피로가 몰려온다. 그렇게 아이 아빠 퇴근 만을 기다리던 그 시간에 그의 독감 진단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그는 퇴근 후 안방 격리에 들어갔다.
이번 주는 하필 아이도 나도 코감기에 걸려서 콧물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다행히 우리 둘은 일반 감기라서 많이 아프진 않았지만 콧물 때문에 불편한 아이는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고, 나 역시 아이가 깰 때마다 자주 깰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주중에 지방 출장까지 다녀온지라 피로가 계속 누적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주말의 공동 육아를 특히나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무엇을 탓하고 속상해할 시간이 없다. 이불 털고 일어나, 빨래도 돌리고, 청소기도 돌리고, 이유식도 만들어야 한다. 속상해한다고 할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속상함을 꿀꺽 삼켰다.
다음날 아침, 아이의 코감기 약이 떨어져 병원으로 향했다. 주말 아침인 데다가 예방 접종 시즌이라 병원엔 유독 사람이 많았다. 미리 어플로 예약을 했는데도 30분은 넘게 병원에서 대기해야 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려는 아이를 겨우 겨우 붙잡아가며 진료를 기다렸다.
자, 이제 키오스크로 결제하고 처방전만 받으면 된다. 그러나 힘이 다 빠진 한쪽 팔로 아직도 힘이 넘쳐흐르는 11kg짜리 아이를 안은채로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아이를 잠시 내려놓았다. 맙소사. 두 발이 땅에 닿자마자 어디론가 뛰어가버리는 녀석. 오늘따라 삼성페이 인식도 잘 되질 않는다. 하필 내 뒤에 결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있다.
그때, 병원 자동문이 스르르 열리고, 녀석은 자동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안돼!!!!!!
처방전을 키오스크에 그대로 끼워둔 채 아이를 잡으러 허둥지둥 달려갔다. 그리곤 한 손엔 발버둥 치는 11kg를 다른 한 손엔 구깃해진 처방전을 겨우 집어 들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아이를 차에 앉히고 나니 삼켰던 속상함이 울컥 눈물로 쏟아져 나왔다. 출산 후 17개월이나 지났으니, 이 울음에 호르몬 핑계를 대긴 어렵겠지.
육아의 힘든 점은 예측 불가능성과 통제 불가능성에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이번 주말 예측 불가능한 아이 아빠의 독감이 찾아왔고, 혼자 아이를 데리고 여러 일을 처리하다보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꾸 발생한다. 이럴 때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이 글 역시 아이의 낮잠이 언제 깰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아래 작성하고 있다. 그래.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나는 이것에 강해져야 한다. 24시간 숨 쉬듯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성과 통제 불가능성에 멘탈을 단련시키자. 훈련이라고 생각하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하던데, 나는 즐기는 건 잘 모르겠고. 피할 수 없으니 이를 발판 삼아 더 강해져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