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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er Jan 21. 2018

연애하듯 살아야지 원본

  2011년 내 목표는, <연애하듯 살아야지>다. 2010년은 참 모든 걸, 나도, 이 주위도 사랑하지 않고 살았다. 몸무게가 고등학교때마냥 불고, 스킨 로션도 잊고 살았다. 그나마 추리닝 쓰레빠짝 끌고 학교다니지 않은 게 다행인 양 살았다.

  2011년엔 연애하듯 살아야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모든 내 인연들을 대해야 겠다. 나는 툭하면 약속시간에 늦는다. 특히 주말 약속의 경우, 전기장판 깔린 침대에서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까지 등을 부비다 연잇는 휴대폰 알람에 못이겨 일어나 세수하고 때론 머리조차 감지 않고 나가기 일쑤다. 이젠 그러지말아야지. 짝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약속을 기다리듯, 약속 시간 삼십분전엔 일어나서 머리도 감고 스킨이랑 로션도 꼼꼼히 바르고 드라이로 머리도 다 말리고 나가야겠다.  짝사랑하는 누군가의 만남엔 꼭 십분 일찍 나가 기다리는 것 조차 행복하다는 여자의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과의 약속에 늦지 않도록 살아야겠다.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연애하는 그 마음으로 가꿔야겠다. 우린 말한다. 야 너 예뻐졌다, 연애하냐? 연애하면 사람은 확실히 예뻐지더라. 생물학적으로 호르몬 작용도 있겠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사람을 더 가꾸게 하나보다.  누군가가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더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가꿔야겠다. 

 내가 이 얘길, 나의 신년계획이라며 오만방자한 기세로 세 사람한테 했다. 다들 얼굴 찡그리면서 한마디씩 한다. 그러면 연애를 해. 연애하듯 살아가야지 하지 말고.

 악, 다들 내 맘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내가 얘기하고싶은 건 이런 건데. 굳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지 않더라도, 사랑받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거. 사람들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을 때 느끼는 행복감과 충족감을 난 스스로도 느끼고 싶다는 거. 누군가가 날 사랑해줘서 내가 사랑받는 듯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사라진다면 내 행복감은 사라져버릴 게 아닌가. 누군가 날 꼭 사랑해주지 않더라도 사랑받는 사람마냥 살아가고 싶다.

  이룬게 없는 것 같아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스스로 움추려들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관리조차 하지 않고 막 살았던, 게다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막 나기가만 했던 이천십년의 움추려들었던 나는 이제 그만 안녕이다.

 이천십일년은 2011년은 연애하듯 살아야지. 아무리 수많은 사람들이 눈을 흘기며 연애하듯 살지말고 연애를 하라구 잔소리를 해대도, 미안하지만 난 연애하기 전에 내 삶을 연애하듯 살아가는 삶으로 만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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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시 2011.01.04 00:05 (업로드 2011.01.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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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이 말 멋있다ㅎㅎㅎ

2011/01/4 15:21

 멋있다~ㅜㅜ 글 완전좋아ㅎㅎ

2011/01/5 09:56

 ㅎㅎㅎㅎ*** 그사진들뭐임 나너한테반함

2011/01/5 11:22

 히힛>.<

2011/01/5 16:30

 독삐

핫핫~젊긴 무자게 젊군요.연애는 않고 연애하듯 살아봐요~할 수만 있다면...빠샤!!

2011/01/5 13:37

 ㅋㅋ 근데 연애 안 해보고 연애 감정을 어떻게 알고 연애하듯 살어! ㅎㅎㅎ

2011/01/5 16:04

 나너가미워

2011/01/5 22:52

 왜ㅜ?

2011/01/5 23:43

어 애증?ㅋㅋㅋㅋㅋㅋ

2011/01/6 02:11

나도너가미워

2011/01/7 13:55 


이미 이 블로그서 몇번 언급된 바 있는 연애하듯 살겠다는 기록의 원본. 사랑받지않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될 수 없었다. 대신 여전히 전기장판을 사랑하고 약속과 드라이기로 머리말리는 것(안 그래도 며칠전에 엄마는 아직도 머리를 말리라고 잔소리를 해야겠냐며 불현듯 화를 내셨다. 너무해ㅠ)을 싫어하는 나. 저 때부터 전기장판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당시 나는 시니컬한 친구 및 어른친구들의 반응이 서운했다. 싸이에 남긴 대부분의 표현들을 보면 -지금도 미숙한데- 한참 미숙하다. 대부분 당시의 생각을 나름 고민하며 적었을 글자들은 물론 나야 내가 당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또 그 생각들이 지금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 수 있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곡해할 여지도 많고 또 글쓴이 특유의 샤방샤방함에 딴지가 걸고 싶어진다. 까닭에 그들의 방향성이 상실된 댓글들에 나는 너는 내 뜻을 잘못이해했어 그렇다면, 하고 더 열심히 얘기했어야 했는데, 당시의 나는 대체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ㅎㅎㅎㅎ와 ㅋㅋㅋㅋ로 이를 웃고 넘어가고 왜 사람들은 내 마음을 몰라줄까 엉엉 했었다. 

그 때의 내가 보고싶기도 하고 또 꼴보기싫기도 하고 그르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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