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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호너구리 Dec 20. 2023

세후 190 인간 - 잃어버린

수동적 인간의 최후

난 회사에서 예스맨이다. 시키는 일이면 일단 한다. 그냥 꾹 참고 시킨 일을 해내려고 노력한다. 근데 사실 전후관계를 따져보면, 꾹 참고 하지 않는다. 온갖 이해와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실행은 하지만 마음속에는 온갖 불평불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여태까지 항명이라든지, 거절이라든지,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든지. 한번도하지 못하고 결국 이 사람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기냥 스스로 사표를 낸 경우가 많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참는다는 표현은 나중에는 터질것으로 전제된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가끔 회사에 퇴사할 때 할 말이 있냐는 말을 듣는다. 난 개선점에 대해서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차피 나가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라는 마인드로 살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단 한 번도 나는 진심으로 일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하루하루 시간이나 때우고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수동적으로만 살아왔다. 수동적인 인간은 결국 세후 190인간이 되었던 걸까.


예전에 테마파크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근무환경이고 뭐고, 거기서도 나는 마찬가지로 똑같았다. 시키면 했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았다.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으니깐. 바보같이 받아들이고만 살았다.


그러고 나서 새로운 신입분이 들어와서 굉장히 많은 개선점을 말했다. 이런 것 일할 때 부당하고 안 좋다. 이건 고쳐야 한다는 둥,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참고 넘어갔던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씩 지적했다,


고작 알바인데, 한 달 동안 다닌 후에,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게 생각했다. 멋졌다. 단순히 그 사람은 일터가 싫은 게 아니었다. 한 달 동안 일했지만, 이 일터가 더 발전하기 위해선 이러한 요소들이 필요하다 등. 정말 발전적인 발언들을 많이 했다.


물론 이런 모습들이 관리자들에게 물론 고까웠을 것이다. 당장 조용하게 운영해도 모자랄 판에 아르바이트생 하나가 시끄럽게 물 흐린다고 생각했을 테니깐.


그리고는 관리자는 모두를 모아놓고 그 사람을 질책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대충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 오래 일한 김 아무개, 이 아무개, 야호너구리들도 불평불만 없이 일하는데 네가 뭔데 물을 흐리냐.'


라고 그 사람을 질책했다고 한다. 부끄러웠다. 말 잘 듣고 까라면 까고, 입 닫고 시키는건만 하는 인간의 대표표본이 나였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 사건이 있은 후에, 그분을 새로운 곳으로 갔고,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비록 그 평화가 올바른 평화가 아닐지라도. 찾아오긴 했다.


그 후로도 난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 늘 하루하루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바보같이 살아온 게

사실 그때부터 난 많은 걸 잃었던 것 아닐까.


세상에 크게 소리 지르고 말할 수 있는 용기말이다.

그래서 지금 세후 190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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