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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형 Sep 28. 2022

해파랑일기를 시작하며

나를 찾아가는 길

          10년 전, 아들 녀석과 함께「ROAD No1.」이라는 이름으로 국도 1호선을 따라 국토종주여행을 했다. 42살 아빠와 11살 아들의 도전이었다. 일과 술에 절어 사는 아빠가 아들 녀석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450KM의 국토종주 도보여행을 생각하고 엉겁결에 시작했다. 매월 1번씩 주말에 도보여행을 했고 1년 반 만에 파주 통일대교에서 전라남도 목포로 이어지는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행을 시작할 때는 아이를 위한 여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발걸음을 옮기며 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었던 것 같다. 여행이 끝날 무렵 어느새 아이는 소년의 모습이 되어 있었고, 나는 여행을 통해 지나온 내 삶과 남겨진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행을 마치고 아내와의 관계, 잃어버린 꿈에 대한 희망 그리고 직업에 대한 태도 등 몇 가지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아들 녀석은 21살의 청년이 되었고 나는 마음만 젊은 52살의 장년이 되었다. 그리고 도보여행을 다시 시작한다. 올 초, 몇 년 동안 앓아온 공황장애가 심해져서 3개월의 휴직을 해야만 했다. 휴직기간이 지나고 복직을 했지만, 마음의 중심을 찾기 힘들었다. 복직을 하고 다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몸은 이전의 사이클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비틀거리며 갈길을 찾아 헤매기 일쑤였다. 10년 전 도보여행이 내 삶의 변화를 만들어 주었듯이 이번 여행이 삶의 중심을 찾기 위한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다시 길 위로 나선다.


          나보다  바빠진 아들 녀석은 함께 여행하기에는 10년이라는 시간만큼이나 거리가 생겼고  스스로도 오롯하게 혼자만의 여행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혼자 여행하기로 했다. 여행길을 정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평소에   걸어보고 싶었던 동해안 바닷길을 따라 만들어진 해파랑길정했다. 해파랑길은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750km 도보여행길이다. 1달에  , 하루에  25km 걸으면 10~15 정도, 1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내 여행 계획을 들은 아내는 응원과 함께 무리하지 말고 병나지 않게 여행하라고 당부한다. 이렇게 두 번째 도보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나를 찾는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0년 전 여행에서 블로그를 통해 아이와의 여행을 기록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브런치 메거진'을 통해 일기 형식으로 여행의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토요일(10월1일) 아침 강원도 고성의 대진(통일전망대)으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예약했다. 연휴 3일 동안 75km를 여행할 작정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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