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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형 Jun 23. 2024

인도네시아 여행기(Ep 01)

오늘 인니에 도착했지만 내 여행은 어제 시작됐다.

오늘 인니에 도착했지만 내 여행은 어제 시작됐다.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10년 전 미얀마 여행이 마지막이었다. 휴가철도 아닌 3월에 우연찮게 회사에서 한가한 시간이 만들어졌고, 직장인에게 쉽지 않은 기회라는 것을 아는 아내도 혼자 떠나는 여행을 쉬이 허락한다.


          어디를 가 볼까 고민 끝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를 여행하고 싶어 인도네시아를 여행지로 결정했다. 여행지를 결정하면 여행지와 관련된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가곤 한다. 인도네시아 여행을 위해 구입한 책은 인도네시아 정치와 경제, 지리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알 수 있는 ‘인도네시아: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_양승윤저‘였다. 여행자의 이야기를 들려줄 책으로는 ‘발리보다 인도네시아_김무환저’,를 구입했다. 네덜란드가 지배했던 인도네시아의 식민역사를 다룬 소설 ‘막스하벨라르 _ 물타뚤리저’도 함께 읽어봤다. 그리고 가이드북으로는 ‘lonely planet Indonesia’를 선택했다. 국문 가이드 북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발리를 제외하고는 국내 가이북이 없어서 영문 가이드북을 이용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여행지에서 읽을 책으로는 류시화의 ’ 지구별 여행자‘를 골랐다. 내 인도네시아 여행을 이렇게 다섯 권으로 책으로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여행을 준비하며 읽은 책들

          인터넷과 서점을 뒤지다 보니 발리를 제외하고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음에 놀랐다. 특히, 발리를 제외하고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한글로 된 최신 가이드북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의아하기까지 했다. 어쩨든, 인터넷 서핑과 책을 읽으며 표면적으로나마 내가 여행할 인도네시아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자료를 정리했고 개략적인 여행지와 일정도 만들 수 있었다.


          몇 권의 책과 인터넷 자료들을 살펴보며 인도네시아가 세계 4위의 인구대국이고 국토가 넓고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여서 생각보다 여행하고 싶은 곳이 많았다. 휴양지로 유명한 발리와 롬복, 제3세계의 구심점이었던 반둥, 아마존과 더불어 세계의 허파라고 불리는 깔리만딴(보르네오), 여전히 진행형인 수마트라의 화산들. 알아갈수록 여행하고 싶은 곳이 늘어가는 나라이다.  고심 끝에 여행지를 수도인 자카르타와 이슬람과 힌두(프롬바난) 그리고 불교 유적(보르부드르)으로 유명한 古都 욕야카르타 인근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내와 약속했다. 발리와 롬복은 같이 여행하기로...


          인도네시아 여행시기가 라마단 기간이어서 식사나 여행에 제약이 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생소한 이슬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나시고랭, 른당, 삼발 등 세계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이니 만큼 다양한 음식을 먹을 계획에 마음이 이미 들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욕자카르타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한 성격의 도시로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의 유적들을 둘러볼 계획을 세웠다.


          어느 책에서인가 여행의 즐거움은 세 번으로 나누어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여행 계획을 세우며 머릿속으로, 떨리는 가슴으로 첫 번째 즐거움을 느낀다. 두 번째는 여행지에서 실제 경험을 통해서다. 그리고 마지막은 여행이 끝나고 배낭의 먼지를 털어내며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다. 오늘 인니에 도착했지만 내 여행은 이미 어제 시작됐다.


(2024.03.16) 여행을 시작하며….


          이른 아침잠에서 깬다.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는 습관적 기상이다. 커피를 한 잔 준비하고 부엌을 어슬렁거리다가 냉장고를 열어본다. 대파, 양파, 청양고추, 베이컨 그리고 김치를 꺼내 김치볶음밥을 준비한다. 아침 식사로는 좀 과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무색하고 미안한 마음에 아내와 딸을 위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어제 저녁 급하게 정리한 배낭을 확인한다. 어제 저녁 근무를 마치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지방근무를 하고 있어서 일주일만의 귀가이다. 당연히 배낭을 싸지는 못했다. 근무시간에 설레는 마음으로 틈틈이 모바일수첩에 적어두었던 여행준비 목록을 참고하여 배낭을 꾸렸다. 평소와 다름없는 짐꾸리기지만 매년 늘어나는 짐이 약 보퉁이다. 평소에 먹는 혈압약과 호르몬제 등 필수 약들과 아내의 걱정이 만들어 낸 상비약이 큰 짐이다. 20살 첫 번째 여행 배낭에는 옷가지 몇 벌이 전부였다. 핸드폰도, 노트북도, 가이드북조차도 없었다.(90년대 초반 여행가이드북은 없느니만 못했다) 배낭에 넣을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내 나이와 함께 무거워진 배낭은 핸드폰, 패드, 가이드북 그리고 커다란 약 보퉁이가 더해져 있다. 배낭은 변했지만 배낭을 메고 있는 사람의 설렘은 변하지 않았다. 멍 때리다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아내, 딸아이와 함께 김치볶음밥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군에서 복무 중인 아들 녀석에게까지 아비의 철없는 여행 안부전화를 마치고 나서야 공항으로 출발한다. 이제 자카르타다.


(2024.03.17) 이제 자카르타, 그리고 친구들


          인천에서 자바섬 자카르타까지 7시간의 비행. 인도네시아는 정말 큰 섬나라다. 서울에서 자카르타까지의 거리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도시에서 티모르섬의 동쪽 도시까지의 거리가 거의 같다고 한다. 얼마나 큰 나라인지 짐작 갈만한 비유이다.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자카르타 공항에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마중 나와 있다. 자카르타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들인데 성화에 못 이겨 호텔예약도 취소하고 한 친구의 집에 묵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옛이야기를 나누며 소주 한 잔을 할 수 있어서 기뻤고 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의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과 이곳 경제, 정치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주관적인 경제, 정치이야기보다는 친구들의 단골 맛집에 대한 이야기가 여행기에는 더 어울릴 듯하다.


          자카르타의 친구가 소개해 준 가성비 맛집. 중국 음식풍의 식당이다. 중국음식에 동남아 스타일이 가미된 음식들이 대부분인 식당이다. (욕야카르타를 여행하면서도 이런 스타일의 식당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식당의 위치도 새로 조성된 차이나타운 인근이어서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고 들르게 되었고, 식재료도 특이한 것이 없어서 거부감 없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Chef's kitchen live seafood 


         50대 중반이 되어버린 아저씨들의 끊이지 않는 수다로 하루종일을 보내고 월요일 친구들의 출근길을 뒤로하고 이제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욕야카르타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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