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모든 것은 의미가 있다
루비느 마키밀레 알카일라
루비느 마키밀레 알카일라
납같이 무거운 혀로 외친다. 그것을 들은 남자는 귀를 막고 그의 다리를 기어오르는 뱀은 머리가 터져 죽었다. 두려움에 떨던 남자는 부리나케 뛰어 낡은 주유소의 전화를 빌려 외쳤다.
곧이어 무장을 한 경찰들이 말을 뱉은 이를 찾아왔다. 방송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와 그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라의 고위직들은 그의 말에 회의를 거치고 어느 나라에선 그곳에 좌표를 찍어 미사일을 날렸다. 아수라장이 된 마을에 대통령은 전쟁을 선포했다.
고작 한 마디의 말에 세상이 뒤집히고 하늘과 바닥이 위치를 바꿨다. 고꾸라진 하늘에는 신이 없었다. 모든 세상이, 태초로 돌아갔다.
**읽는 가이드**
'이해보다는 왜 이 말이 세상을 뒤흔드는가'를 중점으로 두고 읽는 글.
우리는 변화와 다양성을 추구하나, 아니면 반복속에서 안도하는가.
스터디를 하며 불친절하고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은지라 고민을 좀 했다.
최대한 쉽게 적은 글에도 친절해야 한다, 복잡하면 독자는 싫어한다는 말을 듣고 쉽게 적어 보았음에도 제일 많이 듣는 지적이 불친절하고 어렵다는 소리다.
어차피 쉽게 써도 어렵고 읽히지 않는 '불친절한 글'이라면 그냥 영원히 이렇게 살아가련다. 나는 내 언어와 세상을 더는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다만 타인에게 얼마나 장벽이 있는 글인지는 알았기에 짤막한 설명을 포함하기로 했다.
'루비느 마키밀레 알카일라'는 위와 같은 상황과 생각에서 나온 글이다. 다양한 장르와 문학을 존중한다던 이들은 평가 시간이 되면 칭찬보단 불친절하니 쉽게 쓰라는 지적만 일삼는다. 글에 대한 피드백을 교환하는 곳에서 서로가 적은 글에 스타일을 지적하는 게 맞을까. 부가적으로 추가되는 지적들은 이해했으나, 독자가 생각할 것 없이 쉽게 읽히는 스타일로 바꾸라는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건 생각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게 아닐까.
우리는 모두가 같은 환경적 요인과 성향, 성격, 시대를 타고나는 게 아니기에. 낯설고 새로운 글을 마주할 수가 있다. 우리는 그저 언어의 세계가 다른 것뿐이다. 생각할 시간을 줄이고 읽기 편한 글을 쓰는 사람과, 보이는 게 아닌 감각적으로 느껴야만 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 것뿐이다. 그러한 다름을 비판한다면 나 역시 그들의 아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인간은 생각하고 사유하기에 인간인 것이다. 단순함 속에 안도하기 보다, 낯선 것을 마주하고 생각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새로움을 개성으로 보지 못하고 지적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이후에는 다양성이 아니라 반복 속의 정체만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