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이지만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부산, 책방 동주

by 정지은 Jean
초면이지만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부산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방문한 독립서점을, 가장 처음 소개합니다. 책방 동주입니다.



책방 동주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매우 두서없지만 매우 연관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랄까요. 샘플북 비치를 위해 미팅을 잡았는데 떡볶이와 쿨피스를 준비해놓으신 사장님을 보고 이미 여기서부터 이 곳은 심상치 않다 생각했습니다... 알고보니 최근 이 책방에서 비치하게 된 신간 <당신의 떡볶이로부터>라는 책의 굿즈더군요. 그렇게 초면에 실례지만 셋이서 작은 식탁에 둘러앉아 떡볶이를 흡입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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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눈 책방의 사장님은 자연과학 분야에 으뜸가는 지식인이신 이동주 작가님이셨고, 하물며 자리에 함께 했던 금요일의 책방지기 분은 <일인분의 삶>의 저자이신 이슬기 작가님이셨습니다. (감동적인 문구와 함께 책에 싸인도 받았습니다 야호-)

책방 동주라는 이름이 저는 윤동주 시인에서 따온 것이고 시집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알고보니 사장님 성함이 이동주셔서 지은 이름일 뿐이며 자연과학 서적들을 파는 책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름에 낚여서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하셨습니다. 낚여서 와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방인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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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자연과학 책방이시라더니... 지브리 스튜디오부터 해리포터까지 별의별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잘 안 꺼내서 보여주신다는 굿즈와 책들까지 보여주셨습니다.(새로워... 짜릿해...감동적이야!!) 해외에서 직접 가져오신 것들도 많았어요.

그리고 책방 이름처럼, 한 곳엔 윤동주 선생님의 굿즈 패키지 섹션이 있더군요. 참고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을 본따 그대로 만든 책이 7,700원 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홀린 듯 바로 구매했습니다.

(제 실제 반응은 이랬습니다: 여기 출판사 어디에요? 미친 거 아닌가요?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다고요?)


알고보니 그 미친 출판사는 저희 출판사 건물과 멀지 않은 곳에 있더군요ㅎㅅㅎ... 다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잘들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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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사장님은 제게 큰 감동을 주셨습니다. 가는 길에 가져가라고 꽃을 개별 포장해서 주셨는데 너무 감동스러워서 집에 와서 자랑을 했습니다. 마침 꽃꽂이가 취미셨던 어머니가 작은 화분에 함께 꽃아 예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책상에 놓고 일하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쳐다보는데 예뻤습니다. 선물이란 그 사람의 일상에 자리 잡는 것이기에 참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사장님이 제게 아주 소중한 일상의 한 부분을 선물해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책방 동주의 가장 힙플레이스인, 윤동주 패키지 섹션 옆에 저희 신간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샘플북을 놓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눈길이 잘 닿는 곳에 놓아주신 사장님께 저희 신간에 실린 이제니 시인의 추천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해보네요. 책방 동주가 알아본 '에밀리 정민 윤의 시적 언어의 귀한 자리라 하겠다'고요.


* 이 포스팅은 인스타그램에서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jeanbehere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