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건 '지금 내 머리를 돌로 치면 피가 난다' 정도의 자명한 사실이다. 신이 있다면 사기 치는 야바위꾼의 형상에 가까울 것이다. 지구와 인간을 만들고 자유의지는 만들어놨지만 눈앞에서 마구마구 섞어놓고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지 않나. 그러곤 내게 "자유의지를 주긴 했지만 네 의지대로 지구와 인간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진 않았는걸? 힝 속았지?"라고 농락하는 꼬라지를 나는 무력히 직관하는 것이다. 그것도 매번.
하기사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면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고나 배웠지. 대낮에 국밥집에서 소주 반주를 갈기면서맨정신을 회피하려는 어른이 될 것이라곤 가르치지 않았지 않나. 아 물론 이건 내 얘기는 아니고 내 동료의 이야기다. 이제 동료나 팔아먹는 야비한 어른의 축까지 속하게 됐다니. 허 참.
남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평가는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주위에서 대단하다고 해도 내가 대단하지 않으면 않은 것이고 곧바로 의심의 싹이 트기 시작한다. 무엇이 어떻든 내 심지가 굳게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요즘 심지가 굳지 못해선가. 내 자신을 사랑하기가 참 힘들다. 어린 시절 내가 생각한 지금은 완연한 어른의 모습이 되어있을 터였는데.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 행세를 할 수도 없는 것이 그저 아득하게 애매할 뿐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평소에는 착착 할 수 있는 일조차도 무력하게만 느껴진다.
주위에선 시간이 너를 빚어왔고 그것을 발판삼아 나름대로 성장했고 지난날의 아픔이 오늘의 너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난 왜 그렇게 그 말이 듣기 싫은지 모르겠다. 사실 그 아픔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더 행복했을지도 모를 일이지 않나. 굳이 트라우마를 안고가야할 이유가, 굳이 너무 큰 아픈 아픔은 겪어야 할 필요가 없다.
글을 쓰다 보니 내 자신을 넘어 기분까지 싫어하는 자기 혐오에 가까워지고 있어 그만해야겠다. 아마 내일도 똑같은 하루겠지. 여전히 한참 멀고 아득한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건널 생각도 못한 채로 모래 위에 발을 묻고있는 이 부족한 용기란. 오늘도 글 쓰는 거 밖에 재능이 없음이 한탄스럽다. 아주 하는 건 없는데 글만 살아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