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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Jean Jun 10. 2022

신체적 한계 뛰어넘은 톰 크루즈, 창공을 가로지르다

영화 '탑건: 매버릭' 리뷰

"대령이 있어야 할 곳에 돌아왔으니,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들어주게.
(You’re where you belong.
Make us proud.)"


심장이 쿵쾅대고 입이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구의 모든 중력을 최대한 받은 것처럼 숨이 가빠지고 의식은 흐려진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 불확실한 작전의 성공 여부 앞에 절박한 마음으로 미사일 발사, 그리고 불스 아이! 결과를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토해낸다. 이것은 '탑건: 매버릭'을 보는 관객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될 감상이다.


탑건 매버릭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은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이자 일명 콜사인 매버릭이 자신의 졸업한 탑건의 교관으로 임명되며 엄청난 경쟁력을 이겨내고 발탁된 어린 파일럿들을 자살 미션에 가까운 임무에 투입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여정이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과거 잃었던 동료인 구스(안소니 에드워즈 분)의 아들 루스터(마일즈 텔러 분)를 후보생 사이에서 발견한다. 그를 미션 투입조에 넣어도 될지, 그 또한 자신의 동료처럼 목숨을 잃게 되지는 않을지 두려움이 앞선 매버릭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이러한 매버릭의 마음도 모른 채 루스터는 불만을 품는다. 죽기 전 아들만큼은 파일럿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구스 아내가 한 부탁 때문에 자신의 해군 조종사 입대 지원서를 반려한 매버릭에게 엄청난 증오를 느끼게 되고 이는 시종일관 그들을 갈등하고 부딪히게 만든다.


그렇게 투입된 파일럿들이 무사귀환할지도 모르는 미션에서 성공하기 위해 후보생들을 있는 힘껏 가르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고난을 겪는 매버릭은 자신이 교관으로서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자신 또한 성장한다.


탑건 매버릭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영화의 속편을 오랜 기간이 지나고 나서 제작하는 일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은 훌륭하게 그 임무를 완료했다. 이는 2021년 한국에 공개됐지만 혹평을 피할 수 없었던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감독 라나 워쇼스키)와는 상반된 결과물이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주요 검색 포탈인 네이버에서 반 토막 난 평점 6.12(2022년 6월 10일 기준), 해외에서도 썩을 대로 썩은 로튼 토마토 지수 63%(2022년 6월 10일 기준)를 받으며 국내외로 참혹한 결과를 맞이했다. 원년 멤버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의 합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작 시리즈들에서 담아냈던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서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18년 만의 후속작이었지만 제대로 망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실수를 답습하지 않은 '탑건: 매버릭'은 원년 멤버인 메버릭 역의 톰 크루즈, 페니 역의 제니퍼 코넬리, 그리고 아이스맨 역인 발 킬머를 모아 억지스럽지 않은 서사로 등장인물을 한 데 모았다. 그들이 왜 다시 탑건과 관련됐는지에 대한 이유 있는 전개, 이후 이어지는 새로운 인물들과의 이야기는 원작의 감동이 담긴 스토리를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탑건 매버릭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더불어 '탑건: 매버릭'의 최고 볼거리는 단연 고공비행 신이다. 작품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행 신은 매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트레이닝 과정에서 등장하는 도그 파이트 훈련 신은 제작자로 참여한 톰 크루즈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매버릭은 창공을 가르며 무한하게 질주한다. 특히 2분 30초라는 짧은 미션 시간 내에 두개골이 척추를 짓누르고 온몸이 몇 톤의 중력을 받는 동안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임무를 완수해 내는 신에서는 관객들 또한 조종사 뒷좌석에서 함께 비행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긴장감과 전율을 선사한다.


그리고 더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레전드 가수들이 완성한 OST 라인업이 작품의 퀄리티를 한층 더 높인다. 원리퍼블릭, 레이디 가가, 한스 짐머가 참여한 OST는 작품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신들의 무드를 배가시킨다. 특히 들리자마자 관객들을 강제로 캘리포니아행 비행기를 태워버리는 원리퍼블릭의 'I Ain't Worried'는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트랙이다.


탑건 매버릭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생각하지 마. 그냥 해! (Don't think. Just do it!)"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미션 실패로 이어지는 순간들 속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동시에 신체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파일럿들의 싸움은 매일이 고통이다. 하지만 이러한 숨이 막히는 긴장감은 압박감이 아닌, 관객들의 마음을 짜릿하고 전율이 일게 만든다.


G-1 봄버 재킷을 입고 땅과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오르는 매버릭. 그때 그 시절 한 번이라도 바람을 맞으며 세상을 휘젓고 다니던 매버릭과 '탑건'을 동경했던 모든 이들에게 선물 같은 선물이 되어줄 작품이라 자부한다. 6월 22일 개봉.


*KBS스타연예 페이지에 발행된 글입니다.

https://kstar.kbs.co.kr/list_view.html?idx=21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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