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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Jean Nov 15. 2023

T형과 F형의 연애, 서툰 어른들의 걸음마 로맨스

영화 '싱글 인 서울' 리뷰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야.

비연애주의자인 남자와 연애주의자인 여자가 만났다. 현실과 이상, 이성과 감성이 부딪히는 치열한 대결 속 승자는 누가 될까.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은 싱글로 지내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그려진다. 우연한 계기로 재회한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싱글의 삶을 다루는 에세이 시리즈의 책 출간 작업을 위해 뭉치게 된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MBTI(자기보고형 성격 유형 검사)에 T형(이성적)이 들어간 것이 분명한 영호는 일타 강사로 싱글의 삶을 자유롭게 즐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완벽한 F형(감정적)인 현진이 금방 사랑에 빠지고 사람들을 믿는 모습을 보면서도 어딘가 싫지 않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더불어 현진과 함께 책 작업을 하며 현진이 편집장으로서 짊어지고 있는 꿈의 무게에 대해 깨닫고 자신 또한 조금씩 성장하며 글을 써나간다. 그렇게 영호와 현진은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 조심스럽게 서로를 향해 다가간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날 때도, 떠날 때도 혼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다른 인간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작품 속 "성경도 편집자가 있다"라는 대사처럼, 신의 말도 다른 인간의 도움이 있어야 전해지는 법이다. '싱글 인 서울'은 인간은 결코 혼자서는 사랑을 하는 것도, 상처를 받는 것도, 성장하는 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를 품은 작품이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은 몽글거리는 감정으로 반짝이는 영호와 현진의 모습 이외에도 출판사 내 직원들의 코믹한 모습이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박범수 감독은 전형적인 로맨스 코미디 영화가 보여주는 클리셰를 버리고 반전 코미디가 담긴 연출을 시도했다. 회식을 좋아하는 MZ 세대 인턴, 술자리에서 한약을 달여달라는 눈치 없는 직원 등 일반적인 경우를 떠나 각자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유쾌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이미도를 비롯한 배우들은 실제로 파주 출판 단지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회사원이 된 심정으로 연기를 했다고 언급힌 바 있다.


더불어 박범수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로맨스 코미디 영화 '싱글 인 서울'은 찰진 말맛이 잔상에 남는 작품이다. 영호가 전 여자친구인 주옥(이솜)에게 "이름이 참 주옥같네요"라고 부르는 신, 혹은 현진을 상상하다 소스라치며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야"라고 소리치는 신은 이동욱 배우의 뻔뻔한 코미디 연기와 만나 관객들의 웃음 버튼을 제대로 저격한다. 최근 영화 '30일'(감독 남대중)이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올해 로맨스 코미디 장르 영화 흥행 계보를 이을 작품으로 '싱글 인 서울'이 꼽힌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은 동시기 개봉하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과 극장에서 맞붙는다. 다소 웃긴 우연의 일치지만 두 작품 모두 제목에 '서울'이 들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두 작품은 서로 전혀 다른 장르와 서사를 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사회를 거친 '서울의 봄'이 호평을 받고 지난 12일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예매율 1위에 오르며 '싱글 인 서울'은 바짝 긴장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박범수 감독은 경쟁이 아닌 상생을 상상하고 있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싱글 인 서울'과 '서울의 봄'을 합쳐 '싱글 인 서울의 봄'이라는 단어를 만들며 두 작품 모두 잘 되길 바라고 있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싱글 인 서울의 봄'이 가득한 12월의 극장이 될 수 있길 관객들의 힘을 기대해 보게 된다.

29일 개봉. 103분. 12세 관람가.


*서울경제스타 페이지에 발행된 글입니다. 기자 페이지 구독과 응원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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