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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Jean Nov 13. 2023

'전두광'으로 변신한 황정민, 머리만큼 빛난 연기력

영화 '서울의 봄' 리뷰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역사는 만드는 자가 아닌, 기록하는 자의 몫이다.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의 일원이었던 전두환을 필두로 일어난 군사 쿠데타 '12.12 군사반란'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나던 시절 고3이었고 자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날의 소리를 들었다. 오래된 숙제를 푸는 것과 같이 이 사건을 열어본 그는 욕망 어린 한 집단이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삼킨 그날의 기억을 스크린에 옮겼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 역사의 주도권을 가지려는 전두광(황정민)과 그의 무리들이 서울을 차지하기 위해 수도경비사령관인 이태신(정우성)과 맞붙는 이야기가 그려지는 작품이다. 긴박했던 그날의 이야기를 나열하며 동시에 진압군, 반란군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며 결말까지 달려간다. '남산의 부장들'을 제작했던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다시금 제작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역사의 흐름으로 봤을 때 '서울의 봄'은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의 다음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이후 무너진 권력 체계 속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역사 속 전두환의 행보를 조명한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은 국가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자들이 권력을 쥐려 다투는 추악한 상황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작품 속 핵심 인물인 전두광은 그가 속한 육군 11기 출신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조직 하나회를 중심으로 자신의 세력을 모으지만 계엄 선포 이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된 정상호(이성민)와 대립한다. 정상호 는 이태신을 서울을 지키는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임명하려 하지만 이를 보는 전두광 무리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결국 이태신은 수도경비사령관에 임명되지만 자신의 직책에 비해 월권을 행사하던 전두광은 정상호에 의해 동해안 경비사령관으로 보직 이동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하나회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한 정상호의 결단은 전두광의 더 큰 반감을 낳게 되고 그는 하지 말아야 할 결정, 군사반란을 선택하게 된다. 전두광은 대통령 살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을 이유로 정상호를 억지로 체포하고 당시 급하게 대통령 대행을 맡은 최한규(정동환)에게 체포 수사에 대한 재가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핵심 등장인물인 전두광은 어렴풋이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황정민은 실제 인물의 외형과 비슷한 모습으로 파격 변신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4시간의 분장을 통해 완성된 모습은 그야말로 전두광 그 자체였다. 여러 작품을 하며 비슷한 연기를 한다는 혹평을 들어왔던 그는 '서울의 봄'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하나회 회동 당시 무리의 선봉에 서 화려한 말발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장면, 화장실에서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명장면들이다.


이외에도 이태신 역을 맡은 정우성을 비롯해 정상호 역의 이성민, 김준엽 역의 김성균 등 연기로는 이미 신의 경지에 이른 배우들이 탄탄하게 서사를 받쳐주며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특별 출연으로 등장하는 대세 스타 정해인, 이준혁의 존재도 반갑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서사, 배우들의 열정이 넘치는 열연이 더해져 탄생한 '서울의 봄'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전두광은 작품 속에서 쿠데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전방 부대 병력을 자신의 병력에 합류시키고 "북에서 쳐들어와도 괜찮냐"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 자신만만하게 "김일성은 때려죽여도 안 내려온다"고 외친다. 그의 모습에서 이 모든 역사는 단지 한 인물의 이기심을 위한 결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서울의 봄'은 전두광의 욕망이 펼쳐진 12월 12일에 희생됐던  영웅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역사 속에서 작은 영웅으로 기록돼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지만 당시 전두광의 폭주를 막기 위해 나선 젊은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역사 속 지워진 이름들을 하나씩 발굴해낸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반대로 자신의 이기심에 따라 선택을 내리고 편안한 여생을 산 이들의 얼굴과 이름도 공개된다. '12.12 군사반란'은 총리 공관에 재가를 받으러 왔던 전두광을 체포를 방해하고, 행주대교 진입을 허락하고,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숨은 이들의 선택만 아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던 사건이다. 시대에 위축된 사람들 속 신념을 저버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근본을 지킨 이들의 자세는 그렇지 않은 자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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