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끓여서 질겨요 '오징어게임3'

넷플릭스 '오징어게임3' 리뷰

by 정지은 Jean


오징어를 사골마냥 우리다 보니 질기다 못해 잘 씹혀 넘어가지도 않는다. 이전 시즌들이 남긴 과제를 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시즌3의 등장에 또 한 번 시청자들은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성공한 시리즈에서 국내외 조롱 패러디의 영감이 된 패착은 무엇일까.


*해당 글은 어마어마한 양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최종장까지 보고 판단하려 이제서야 원기옥 모아 터뜨리는 리뷰이기에 다수의 혹평이 담겨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아...기훈이 형!!!!!!

시즌 1에서 성기훈(이정재)은 딸에게 향하는 비행기까지 노쇼하며 복수의 칼날을 뽑더니 시즌 3에 이르기까지 무를 썰긴커녕 베는 시늉조차 하지 못했다. 이는 주구장창 섬 브이로그만 찍다 끝난 유튜버 황준호 형사(위하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즌3가 채워야 했을 대략적인 메인 스토리의 갈래는 성기훈의 복수 / 프론트맨의 정체와 형제관계 / 장기밀매팀의 최후 / 오징어게임의 새로운 게임과 희생자들 로 나눠진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 어느 것도 다채롭게 풀어내지 못했다.


0002479404_001_20250702100013740.jpg '오징어 게임' 시즌 3 스틸.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욕심이든, 그렇지 않든 시청자의 입장에선 속편이 '재미'만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창작자는 이를 간과한 채 빈약하기 짝이 없는 양산형 서사만 끌고 왔다.


시즌 1에서 진작에 끝났어야 할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마음을 먹었다면 더욱 탄탄한 서사와 흥미로운 캐릭터를 가져왔어야 하는 것이 창작자의 과제다. 하지만 양심은 어디 가고 창작자는 톱스타 캐스팅이라는 포장으로 시청자들을 '현혹시키기만' 했다.


698228_657665_711.jpg '오징어 게임' 시즌 3 스틸. 사진=넷플릭스


새롭게 등장하는 게임 또한 마찬가지다. '오징어게임'의 묘미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향수를 일으키고,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게임에 있다. 하지만 시즌3의 게임들은 쫄깃한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즌1의 줄다리기, 유리 다리 건너기에서도 보여줬던 '추락해서 죽는' 설정을 줄넘기 게임과 고공 오징어게임에 중복적으로 넣었다. 이외에 골목길을 배경으로 열쇠와 칼을 쥐어주고 그저 학살을 명하는 게임은 유혈만이 낭자할 뿐, 참신한 부분은 없다.


최근 빈번히 일어나는 '묻지마 범죄' 관련 기사를 많이 쓴 필자로서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현장을 그대로 지켜보는 듯한 불쾌감마저 느껴졌다. 전체적 그림에서 의미가 있는 연출이고 게임이었냐 묻기엔 주인공들은 "니탓, 내탓"하기 바쁘고 어이없는 죽음만 속출한다.


698228_657658_78.jpg '오징어 게임' 시즌 3 스틸. 사진=넷플릭스


결과적으로 가장 불쌍한 건 배우들이다. 연기 잘 해내면 무슨 의미인가. 정작 그들이 연기하는 역할엔 알맹이가 없다. 시즌 2에서 등장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캐릭터들은 시즌 3에 와서도 특별히 메인 스토리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시나리오가 배우 자체의 존재감에 기대는 느낌이다.


그중에서도 넷플릭스 공무원 수준의 다작러 박규영과 이진욱이 각각 연기한 강노을, 박경석의 존재감은 처참하다. 탈북민을 캐릭터의 한 단면으로 넣는 건 시즌 1에서 이미 나온 시도로, 다음 시즌에서는 그 이상을 그려내는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또 '엄마', '잃은 아이', '모성애'가 전부다. (준희, 금자를 비롯해 시즌3에 남은 여성 캐릭터들은 '엄마'라는 키워드로 대통합된 것으로 보인다.)


698228_657659_78.jpg '오징어 게임' 시즌 3 스틸. 사진=넷플릭스


장기밀매 팀의 최후를 그리기 위해 넣은 캐릭터들인 건 알겠으나 그 부분을 풀어내는 방식이 얄팍하기 짝이 없다. 시리즈 통틀어 유일에 가까운 해피엔딩 인물들임에도 '우당탕탕 오징어게임 탈출기'로 끝난 허술한 마무리에 탄식만 나온다.


최악의 경우 아픈 아이만 남겨지는 위험천만한 오징어게임에 참가할 정도로 돈에 절박했던 박경석이 탈출 후 곧바로 아이의 병을 해결해버리는 엔딩은 실소가 터진다.


698228_657663_710.jpg '오징어 게임' 시즌 3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외에도 출산을 한 건지, 그냥 큰 볼일 한 번 본 건지. 게임 중 진통이 시작되자마자 10분 만에 아이를 낳고도 멀쩡히 걷는 임산부 참가자 준희. 섬을 눈앞에 두고도 6화 내내 배에서 내리질 못하는 준호는 의심이 직업인 형사가 어떻게 됐는지조차 의문이다.


장기매매 음모의 중심에 선 부대장(박휘순)은 "어디로 향할 거냐"만 허공에 외치다 퇴장하고. 금자(강애심)는 게임에서 처음 만난 초면 임산부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가정폭력 속에서도 끔찍하게 아껴온 제 자식을 희생시키고야 만다.


수습되지 않는 감정선을 보여준 인물들을 기다리는 종착지는 매번 데드 엔딩이다. 죽이면 그만. 감독의 빈약한 상상력으로 인해 희생되는 캐릭터라니, 이 얼마나 잔인한가.


죽음의 방식 또한 시즌1에서 보던 것만큼 울림이 없으니 한국형 신파를 내세우면서도 한국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아이러니는 자연스레 발생한다.


698228_657655_77.jpg '오징어 게임' 시즌 3 스틸. 사진=넷플릭스


등장인물의 서사도 얕디 얕은 와중에 90분짜리 영화 한 편으로 끌어가도 충분할 스토리를 시리즈화시켜 총 6화에 풀어내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지부진한 전개, 행동에 대한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다.


게다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밈으로 생산되는 장면들 중 하나는 VIP들의 등장 신들이다. 더빙에 또 더빙을 한 듯한 오디오에 분위기는 갑분 '서프라이즈' 재연 드라마다. 한국어 대사라고 치면 "글쎄요~후훗!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 지켜봐야겠는걸요~"처럼 격앙되고 오글거리는 대사로 인한 거부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AKR20250131005251091_03_i_P4_20250131104011719.jpg '오징어 게임' 시즌 3 스틸. 사진=넷플릭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3'에 남은 건 무엇인가. 인류애의 소실과 인간사회의 현실을 꼬집는 작품들의 특징은 메시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절망에서 나오는 자조와 암울한 현실이 담겼음에도 메시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다. "살아 있는 동안 부모님에게 잘해라? 자신이 낳은 자식부터 챙겨라? 애초에 험한 일 당하기 싫으면 빚을 지고 오징어게임에 참가하지 마라?"


'Written by 황동혁'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머리를 쥐어짜본 결과, 어쩌면 감독은 시청자들이 각자 성기훈이라는 인간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를 알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기훈이 인생에 있어 잊지 않아야 할 신념을 지킨 고결한 자인지, 혹은 자신의 목숨을 포함한 910명의 목숨을 앗아간 희대의 살인마인지.


0006052274_001_20250629171410980.jpg '오징어 게임' 시즌 3 스틸. 사진=넷플릭스


하지만 적어도 필자에겐 성기훈이라는 캐릭터는 고결하지도, 일관된 신념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얼음!"을 주구장창 외치고, "이 게임을 해봤다"고 사람들을 살리던 그가 결국 910명을 죽이는 선택의 주체자였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결과다.


개인적으로, '오징어게임3' 시나리오 자체가 VIP가 보는 시선대로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을 보게끔 강요하는 위화감이 들었다. 누구 하나 죽는다고 해서 신경도 안 쓸 사회의 쓰레기.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질 만큼 책임감 없는 사회구성원. 살다가 마주칠 연도 없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인간이길 포기하라고 만든 룰이 가득한 게임에서 인간이길 포기했다고 한들 그것을 질책할 수 있냐고 묻고 싶다. 마지막 게임인 고공 오징어게임에서 아기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죽어야 하는 성기훈의 '정답'이 인류애가 샘솟는 정의구현이 맞냐는 의문이다.


그러기에 성기훈은 당찬 스타트를 끊었으나 감독의 상상력 부족한 시나리오에 의해 갈대처럼 휘둘리다 소비되어버린, 안타까운 등장인물일 뿐이다. 만약 감독이 기훈의 시선을 통해 프론트맨의 대사인 "인간을 아직도 믿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면 그 시도는 실패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P.S. 성기훈, 니가 타노스보다 더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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