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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Aug 08. 2024

2024 여름

다시 시작합니다

2024년 8월


벌써 8월이네요. 

어느새 8월이 되었나 싶다가도, 그간 일어난(벌어진, 혹은 벌인) 일을 생각하면 그럴만 했다 싶기도 해요.



우선 벌어진 일.


가장 최근의 일인데, 할머니 두 분이 같은 시기에 돌아가셨어요.

친할머니(102세)가 지난 7월 25일에, 외할머니(101세)가 7월 27일, 즉 친할머니 발인 날에 각각 먼 길을 떠나셨어요.

두 분 다 고령이셔서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같은 시기에 가시게 될 줄은 몰랐네요. 

덕분에 저희 가족은 장장 일주일 넘게 장례식을 치렀답니다. 

체력적으로 무척이나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두 분의 장례일정이 겹치지 않은 것에 감사할 뿐이었어요.

어느 분께도 장례식 불참이라는 불효를 저지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두 분이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기도했어요. 

그리고 이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던 분이 없어지셨기 때문에 더 굳건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벌인 일.


그 사이 제 명의의 집이 생겼어요. 제 명의의 거대한 빚도요.

이른 바, 영끌러가 된 거죠. 

과연 이게 합리적인 결정인가 여전히 확신할 순 없지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19년 동안 무려 8번의 이사를 다녀야했어요.

보증금을 올린다는 말에, 위험한 치안 때문에, 전세를 월세로 돌린다는 말에..

앞으로 얼마나 더 직장생활을 하게 될지, 그래서 얼마나 더 서울에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이렇게 이사를 다닐 순 없었어요.


요행히 은행은 제게 돈을 빌려주더라구요.

"날 뭘 믿고? 나 30년 일 못해. 30년 뒤엔 70살이 넘는데?" 라는 제 말에

제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은행은 널 믿는 게 아니야. 네가 산 그 부동산을 믿는 거지."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호시탐탐 노리는 은행으로부터 이 오래된 집, 잘 지켜보려구요.


아참, 그리고 구축을 매입하면서 반셀프로 인테리어도 했어요.

돈이 부족하니 반셀프 밖에 선택지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와서 다행이에요.


또 벌였던 일.


올해가 시작되면서 유튜브를 만들었더랬어요.

뭐라도 해보자, 그게 뭐라도 안 하던 짓을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요.

1월부터 3월 초?까지는 나름 꾸준히 올렸는데 그래도 500분 정도 구독해주셨더라구요.

아무 데도 알리지 않고 홀로 사부작거리며 만든 거였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

급격하게 바빠진 회사일과 반셀프 인테리어, 할머니들 상까지 겪으며 몇 개월간 쉬고 있긴 하지만

조만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해요.


잘 할 수 있겠죠?


일어난 일.


마음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어요.

실은 재작년부터 급격하게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온갖 치료를 다 받고 있거든요.

아직 개선이라 할만큼의 효과를 보고 있진 않지만,

최근 아주 약간의 희망을 보고 있어요.

심리와 신체 상태가 동시에 나빠졌는데, 전 이게 심리상태가 신체에 영향을 미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최근에 신체가 먼저 반응하고 그 상태에 심리가 따라가는 걸 느꼈어요.


제 몸에 제가 속고 있다는 느낌?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어쩌면 이 깨달음이 나를 개선시켜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으로 이어진거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는 것.

올 해 최대 프로젝트입니다!


마지막으로, 일어날 일..


놓고 있었던 브런치를 다시 시작해보려 해요.

(사실 브런치를 할지 블로그로 돌아갈지는 정하지 못했어요. 저는 여전히 브런치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놓고 있었던 유튜브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하구요.


이 두가지 매체를 통해 저의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변화에 대해 기록하고,

제 삶(집을 포함)을 꾸려가는 과정도 기록해보려고 해요.


그러니까


올 한 해 동안, 벌어진 일, 벌인 일, 일어난 일, 그리고 일어날 일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이유는 없어요.

그게 나중에 뭐가 되든, 뭐라도 되겠죠. 뭐가 또 안 되면 어때요. 그 자체가 무엇인 것을.

그냥 그래 보려구요.


2024년 여름,

저는 그렇게 다시 시작해보려구요. 

제게 일어날 일에 저는 지금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답니다.


 20240808 늦은 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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