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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성의 생각 Sep 07. 2024

1.1 - ‘나’의 시대

‘나’ 없음의 아이러니



96년생인 나는 논란의 세대인 MZ세대 청년이다. 각 세대는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지만, MZ세대는 역시 좀 유별난 것 같다. MZ세대는 ‘나’ 중심의 세대다. X세대는 기성세대의 풍조에 다 함께 저항하는 세대적인 분위기라도 있었지만, 우리 세대는 그런 것조차 없다. 우리 세대의 분위기는 굳이 말하자면, 오로지 중요한 것은 ‘나’ 뿐이라는 분위기다. 나 역시 사춘기를 지나 현시점까지의 각 길목에서 ‘나’라는 그릇만을 열심히 채우도록 열열한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컸다. 이런 경향성은 직전 세대까지만 해도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었다.


우리 집이 형편은 그다지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형편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한 적도 없고, 특정 진로를 강요받은 적도 없다. 기성세대 부모님들에게는 ‘나 없는 삶’ 보편적인 경험 서사였다. 가족이나 회사 같은 ‘공동체’를 위한 희생, 아니면 조금 더 거창한 ‘대의’ 또는 ‘국가’를 위한 희생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처럼 X세대까지만 해도 개인들의 서사를 열화 시키는 보다 큰 이야기들이 중요했다. 


하지만 MZ세대에게 그런 세상은 먼 나라 이웃 나라 같이 낯설기만 하다. MZ세대가 사는 세상에 내 이야기’보다 더 큰 이야기는 없다.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답습했던 억눌린 개인관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자녀들의 개성 있는 삶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다. 우리 집도 비슷했다. 게다가 가정뿐 아닌 학교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이전 세대와는 명백히 다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맹목적인 경쟁에 무아지경으로 몰입하는 인생보다, ‘나 다운 삶’과 ‘청춘의 꿈응원하는 목소리가 더 큰 사회임이 분명하다.


뉴미디어의 등장 역시 이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성 플랫폼에 비해 눈에 띄게 자기표현적이고 즉각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SNS 환경이 그렇다. 전통적인 시장의 소비경향은 생산자가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있는 그대로 적응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이제 SNS 상에서 이루어지는 주된 소비경향은 ‘나’에게 맞춘 소비, ‘나’를 꾸미고 다시 표현하는 소비다. 심지어 자신을 상품처럼 재포장하여 SNS 진열대에 한시바삐 전시하는 ‘셀프 브랜딩’이라는 트렌드까지 등장했다. ‘나 다움’ 자체가 쓸모가 되는 시장이라는 것이 놀랍기는 하지만, 너도나도 브랜드가 되는 인플루언서 전국시대조차 이제 점점 새삼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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