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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게 Apr 25. 2023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린다면

자, 잠시 귀를 닫고 마음에 집중해보자

| 방랑자의 원형


퇴사 결정 후 회사에 이야기할 때까지 부모님과 언니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당장 불안하고 요동치는 내 마음보다도 부모님의 반응이 더 신경쓰였다. 심지어는 공포까지도 느꼈다. "남들 다 하는 직장생활인데 왜 너만 그러냐, 기껏 힘들게 들어가놓고 그렇게 쉽게 포기해버리냐"라는 식의 말을 들을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그건 결국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나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절박하게 필요했다.


책 <나는 나>에는 방랑자라는 심리적 원형이 소개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사람을 뜻하는데, 여기 소개된 내용이 지금 나의 현 상태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


여행을 떠날 시간이 되면 방랑자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 감정은 피할 길이 없다. 많은 경우 소외감이나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행길에 오르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그들의 발달 과제는 홀로 있음을 이겨내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오히려 방랑자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창조한 외로움을 충분히 느끼도록 멀리 떨어져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쌓아 올린 벽을 넘어오려는 타인들에 맞서 싸우느라 정작 자신의 외로움을 뼈저리게 인식하는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나는 나>, 캐럴 피어슨 p.102



어쩌면 내가 가족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거리를 두고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에게 있어 둘째 딸인 나는 '꼼꼼하지 못한, 치밀하지 못한' 사람으로 자주 설명되었다. 뭐든 알아서 척척 잘하고, 원하는 것은 끈질기고 똑부러지게 요구하는 언니에 비해 나는 항상 더 허술하고 덜 계획적인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이런 얘기를 슬쩍 했을 때, 과장님들이 "너 엄청 야무지고 똑부러지는데? 너네 언니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야."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조금은 가라앉는 마음. 아직 다른 사람의 말에 불안과 위안을 쉽게 얻는 단계인걸 보니, 오늘보다 더 단단해질 여지가 많이 남아있나보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 진정한 자아감이 충족되지 않는 한 돈과 경력을 포함한 모든 것이 그냥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일 시간에 너무 남들 말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고 살다보면 생각하는 힘을 잃고 삶의 주도권을 세상에 내어주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연적으로 나를 둘러싸고 있던 환경과 한 발짝 거리를 두고나니,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과 더 가까워졌고 덜 외로워졌다.


세상의 경제계와 교육계는 애정결핍을 이용한다.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면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될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다고 우리는 배운다. ... 이런 식으로 욕망에 이끌리면 자아감을 키울 시간도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나는 나>, 캐럴 피어슨 p.96

 


남들 다한다고 똑같이 따라하는 삶이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는 건 충분히 겪었다. 오히려 더 많이 불안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의 말에 더 귀기울이기로 했다.


갓 대학생이 되었을 때 선배들의 말이 생각난다. '20대 때는 무조건 놀아야지'라는 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노는 것'은 곧 클럽을 가거나, 밤새 술을 마시는 등등의 것들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런 놀이들은 즐겁지도 않았고, 가치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그 때의 나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면, 나는 밤을 새서 도서관에서 책을 더 많이 읽으라고 해줄 것 같다. 윗 사람들이 해주는 조언들 중에는 실용적인 조언도 많지만, 그 중 많은 부분이 '본인의 과거에 대한 회한'으로 범벅이 되어있기도 하다. "젊을 때 여행 더 많이 다닐걸, 더 많이 놀 걸, 책 좀 더 많이 읽을 걸" 등등. 결국 사람들은 본인 인생에 대한 관심이 제일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


더 명료하게,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린다면 눈을 딱 감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이 사람처럼 되고 싶은가?" 되고 싶다면 그 조언을 따르면 되고, 아니라면 듣고 흘리면 된다. 그렇게 간단하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고,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정말로 관심있는 일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서 사는 것. 우리 모두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도 있다. 아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내가 정말 몰입해서 즐겼던 활동을 기억하는가?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종류의 일은 무엇인가?

요즘 배우고 싶거나 하고 싶은 주된 관심사가 있는가?

나는 어떤 것으로부터 동기부여가 되는가?

당장 1년 후 바라는 내 모습은 어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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