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멕시코시티
나는 지금 멕시코를 여행중이다. 2년 전 쿠바에 갈 때 한번 경유한 적은 있지만 막연히 멀고 위험한 나라라는 편견 때문에 꼭 가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나라지만 시카고에서는 네시간 반, 이백불이면 날아오는 곳인데다 레알 타코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뭐 아프리카도 가보니 사람사는 동네. 관광객 많은 동네는 안전하길래 이번엔 자유여행, 그것도 무계획으로 2주간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일정을 꽉꽉 채워서 만들고 하나라도 놓치면 그 날 하루를 망친 양 동동거렸는데 무직인 지금은 남는게 시간이요, 더구나 오후 느즈막히 일어나 적당히 서너시간 공부하다 밥먹고 잉여대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타이트한 계획을 짜기가 싫었다. 이미 단체생활 단체여행이 얼마나 나와 맞지 않는가도 깨달았고 마침 검색해보니 버스도 잘 되어 있는 편이라 나같은 스페인어 무지렁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는 잘한 선택이다 싶다. 멕시코는 음식이 무척 싸고 맛있고 사람들이 너무너무 친절하다! 영어는 잘 안통하지만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걱정했던 대기오염은 우기 끝자락에 여행한 탓인지 심각하지 않았다. 어히려 너무 더울 땐 시원스럽게 내리는 비가 고맙기도 했다. 한국에서 오려면 16시간은 걸리다 보니 아시아 사람들도 적다. 2주라는 길다면 길지만 멕시코의 넓은 면적을 생각하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기간동안 멕시코시티로부터 칸쿤까지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고싶은 것을 다 보고 올 생각이다.
여행계획을 세울 때 특히 멕시코나 아프리카 대륙처럼 낯설고 자료가 많지 않은 경우 나는 viator나 tripasvisor, tourradar 등에서 전문 여행사의 코스를 참고해 내가 보고싶은 것 위주로 재구성한다. 그렇게 하면 주요 여행지도 빼놓지 않고 내 페이스에 맞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느릿하게 지내고 굳이 중요하지 않은 곳은 스킵하면서 최적의 코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싸지기도, 비싸지기도 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의 경우는 비수기에 혼자 여행하는 바람에 엄청 비쌌고 멕시코의 경우는 훨씬 싸게 다녔던 것 같다.
첫번째로 찾은 도시는 멕시코 시티.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 크고 영어가 안통한다! 스페인어 공부좀 하고 올걸... Hola와 Gracias 다음으로 가장 많이 한 스페인어가 no Español이라 말할 때마다 머쓱해진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물가가 훨씬 싸다. 음식도 엄청 맛있다! 세조각에 $12-4 하는 미국 타코가 여기서는 같은 값이면 열개도 넘게 먹을 수 있다. 돌아다니다 삽질때매 예산초과한 날도 길거리 가판에서 타코로 끼니를 때우면 맛과 가격 모두 만족할 수 있었다.
첫날은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호텔은 구 시내 중심가에 잡았는데 위치가 걸어서 이곳저곳 구경하기도, 버스나 트램 등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도 좋았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안한 마음에 우버를 많이 탔는데 대중교통이 값도 저렴하고 시설도 정말 잘 되어 있어서 갈수록 우버나 택시는 지양하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메트로 카드를 구입하면 편리하다고 해서 한국 생각하고 지하철 역에 들어가서 카드를 파는 기계를 찾았는데 알고보니 매표소에서 직원에게 요청해야 하는 완전 수동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트램이나 현지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낡은 버스는 현금만 되는 점도, 충전도 몽땅 지하철 용으로 하면 버스용은 따로 충전해야 하는 점도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아서 결국 지하철용으로 아직도 30페소가 남아있어....
도심은 맛보기였을 뿐, 멕시코시티의 하이라이트는 테오티우아칸과 태양의 피라미드가 아닐까!
멕시코 북역(Norte)에서 좌측 맨 끝쯤에 파란 간판에 대충 피라미드같은게 그려져있고 사람들이 잔뚝 줄서있는 곳이 바로 테오티우아칸 행 버스표를 사는 곳이다. 한시간쯤 달리면 피라미드 입구에 세워주는데 전체 다 돌아보려면 약 4km가 된다고 하니 가능하면 물은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준비를 못했더라도 입구에서 행상에게 살 수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여러 유적지를 다녔고 각각 나름의 멋이 있었지만 태양의 피라미드만한 규모와 위엄은 없었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엔 과달루페의 성모 성당에 들렀다. 멕시코 토착 신앙과 정복자들의 카톨릭을 융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은 피부의 성모 이야기가 전해오는 성당. 멕시코의 어느 성당에 가든 과달루페의 성모는 항상 있었다.
사실 저렴하게 다니려면 얼마든 할 수 있지만 가는 도시마다 미식여행의 재미를 또 빼놓을 수 없기에 이번 멕시코에서는 Pujol을 선택했다. 멕시코 전통을 파인다이닝으로 풀어내 계절마다 다른 메뉴구성과 오래된 몰레에 매일 새로 만드는 몰레를 함께 내는 시그니처 메뉴, 두가지 몰레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짧은 멕시코시티 여행을 뒤로 하고 푸아블라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