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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e Nov 10. 2019

맥시멀리즘, 미니멀리즘.

"Less is more"

디터람스의 이 말은 아마 디자이너로 교육받으며 작업할 때마다 금과옥조처럼 항상 유념해야 할 명언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경영진과 실무자들과 싸웠던 날들이 얼마인가!

채우기는 쉬워도 욕심을 버리고 비워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덜어낼수록 핵심에 가까워지게 마련이다. 간결한 디자인이 주는 심미성과 주목도가 제품의 완성도를 얼마나 좌우하는지는 더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IT에서 서비스를 론칭하고 운영하다보면 복잡함이 점점 증가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덧붙여야 하기도 하고, 이벤트 배너를 좀더 잘 보이게 해야 될 때도 있다. 온갖 부서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려면 욕망의 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서 처음 론칭할 때의 간결함은 온데간데 없고 키메라처럼 변형되어 운영 1년차쯤 되면 저 서비스는 내가 만든게 아니야...라고 부정하고 싶은 단계에 이를 때도 있다. 


여러 동료 디자이너들의 노력과 성과에 힘입어 기업들도 예전보다는 서비스에서 UX의 중요성을 많이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들을 기울이는 덕에 아직 모두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전반적인 디자인 수준은 많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단순한 한자릿수 서비스로는 험난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송금서비스로 시작한 토스는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고, 우버나 리프트도 차량 라이딩 공유서비스에서 확장해 전동킥보드나 대중교통까지 탈 것은 몽땅 붙여서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서비스가 확장되고 성장하는 과정에 단순함만을 고집하기는 어렵다. 


UX designer as a Maximalist

그래서 요즘은 어쩌면 UX디자이너는 이제 맥시멀리스트가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빼고 숨기고 하기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어떻게 조화롭게 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슴슴한 한그릇의 곰탕도 좋지만 매일 먹으면 물리게 마련이다. 대신 여러가지 반찬이 있으면 조합에 따라 다른 맛을 만들어 내며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벌의 딱 떨어지는 기본 청바지도 좋지만 포인트가 되는 악세서리를 어떻게 잘 매치하느냐로 나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 패션잡지의 스타일리스트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저 많은 걸 조화롭게 매치했을까 싶을 때도 있다. 한끗만 잘못하면 패션테러리스트가 되기 쉬운데 많은 아이템을 조화롭게 그러면서도 각각의 아이템이 돋보여서 모든 사람에게 비싼 코트를 팔순 없더라도 악세서리 하나 정도는 살 마음이 들게 구성하는 게 바로 전문가의 스킬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이 간결함의 중요성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용성은 심플해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가 심플해지면 사실 이용할 만한 게 별로 없거나 이용 빈도가 떨어지게 된다. 사용자에게 자주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잊혀지게 될 것이다. UX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은 이 복합적인 서비스들을 일관성 있고 조화롭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 서비스의 Governing하는 UX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보통 서비스별로 나뉘어 일을 하다보면 전체 서비스를 보는 관점이 부족해질 수 있는데 이럴 때 같은 기능직군끼리의 Steering comittee 를 통해 가이드를 수립/업데이트하고 그것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리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세편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성장할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마련이다. 도널드 노먼은 Simplicity가 정답이 아니라 Complex한 서비스를 Complecated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했다. 언제까지 테트리스만 할 순 없지 않겠는가(하지만 이런 기본서비스 하나 만들어서 저작권 꿀 빨아보고 싶다...). 배그도 하고 오버워치도 하고 복잡한 컨트롤도 써보고 해야 새로운 사용자가 자꾸 유입되고 아이템도 팔아야 또 새로운 게임을 만들 돈이 생기는 것이지. 복잡한 세상사용자가 편하게 살 수 있도록 고민 또 고민하느라 나는 편하게 살 수 없는 게 현실,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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