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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누나 Oct 07. 2020

너는 왜 고기 안 먹어?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기로 결심하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기로 결심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간다. 내가 육류를 먹지 않기로 한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육식 산업에 대해 공부하면서 더 이상 육류를 먹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렇게 나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었다. 사실 육류를 먹지 않기고 결정했을 때만 해도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는 단어도 알지 못했다. 그저 육류를 먹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었을 뿐, 스스로가 채식주의자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에게 채식주의자는 '풀만 먹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고 후에야 나 같은 사람을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고 부르고 채식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육류는 못 먹지는 해산물, 유제품은 먹을 수 있.  내가 더 이상 육류를 먹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지인들은 나의 결정을 응원해줬다. 그러나 몇몇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게 얼마나 갈 것 같아? 결국 다시 고기를 먹게 될 걸?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정말 그 사람의 말대로 될까 봐,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 사람의 말대로 다시 고기를 먹으면 어떡하지? 나는 육류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꾸준히 찾았고 지금도 찾고 있으며 육류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시시때때로 추가되기도, 수정되기도 한다.


사실 문득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 동물을 사랑한다고 자부하고 때로는 나만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 거라며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여전히 고기를 먹었다. 그래서 이런 나의 이중적인 모습에 모순이 들었다. 나는 과연 소, 돼지들을 보면서 귀엽다고 할 자격이 있을까?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입장을 바꿔보면 소름 돋기 그지없다. 인간을 잡아먹는 외계인이 인간인 나를 보며 귀여워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 육식을 해야 하는 이유보다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이 외에도 훨씬 더 많았다. 과도한 육식 소비로 인해 파괴되는 지구환경을 위해서. 우리가 고기를 원하면 원할수록 가축동물들을 좁고 불우한 환경에서 지내게 되니까.


무엇이 소, 돼지를 다르게 만들었을까? 개와 고양이는 당당한 반려동물에 이름을 올릴 동안 소, 돼지, 닭은 인간을 위한 고기용 가축동물이 되었다. 육식 산업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내가 얼마나 세상 돌아가는 것에 무관심했는가를 깨닫게 된다. 인간을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이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외면해온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사실 내가 육류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이러한 나의 신념을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다. 사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육류를 먹지 않는 것일 뿐이지 여전히 해산물을 먹고 유제품을 먹고 있으니까. 치즈를 너무 좋아하는지라 아직은 치즈를 끊을 용기가 없다. 물론 전보다 절제하고는 있지만.


내가 이토록 동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데는 우리 집 강아지의 공이 크다. 동물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었다고 해서 나에게 생기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그저 식탁에 고기가 올라와도 고기반찬을 먹지 않을 뿐, 나의 일상은 큰 변화가 없다. 심적인 변화라면 이제는 죄책감을 덜 가지고 떳떳하게 유튜브에 나오는 귀여운 소, 돼지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고 약육강식의 논리를 따라 우리는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뿐이라고. 그렇기에 고기를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먹이사슬 속 누군가를 먹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먹히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나 우리는 먹이사슬, 자연의 섭리만을 따르기에는 복잡한 존재이다. 그저 본능에 따르는 것이라면 자신이 따르는 신념에 의해 무언가를 결정하고 절제하고 심지어는 죽음까지 택하는 사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육류를 먹지 않기로 한 것은 그저 나의 신념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고 그저 혼자서 묵묵히 따를 신념. 나의 이런 신념을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말을 들을 때도 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인 말들이 가슴속에 더 오래 남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 세상이 이해와 존중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참 살만한 세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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