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감명 깊게 본 영화가 있다면 어떤 거였어?

by 장장


누군가 내게 '인생 영화'를 물으면, 나는 늘 로베트로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꼽는다. 처음 이 영화를 본 건 중학생 때쯤이었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학교 도서관에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을 읽고, 관련 영화를 찾아보다 발견했더랬다. '안네의 일기'를 만화책으로 읽으며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던 홀로코스트를 교과서 밖에서 처음 제대로 이해한 순간이었다.

대학 시절엔 재개봉 소식을 듣고 혼자 영화관을 찾아갔는데, 관객이 듬성듬성한 상영관에 홀로 앉아 엔딩씬을 바라보던 순간의 감동이 기억에 선하다. 재개봉작이 주는 행복을 처음 알게 해준 것도 바로 이 영화인 것.



내가 이 영화를 인생작으로 꼽은 이유가 뭘까 생각했을 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첫번째 이유는 '아이의 시선으로 시대의 비극을 비춘다는 점' 때문. 나는 유독 아이 시선으로 그린 영화나 책을 좋아하는데,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보면 어른의 시선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진실하다고 느껴서다. (내가 동화책을 좋아하고 모으게 된 것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있는 걸까?) 아이들의 세계는 복잡한 해석도, 계산도 없다. 그저 느껴지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더 잔인할 만큼 솔직하고 슬프다.

이 영화도 그렇다. 시대적 비극을 노골적으로 그리고 있진 않지만, 주인공 가족과 아이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시대상 속에서 보이는 것 이상의 참혹함을 느끼게 한다. 나는 이 점이 좋다. 반드시 비극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니까.



또 하나의 이유는 영화의 엔딩!‘세상에서 가장 슬픈 해피엔딩’이라는 내 한줄평처럼, 가장 어둡고 험악한 시대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과 웃음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좋아서다.(이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인 것도 좋음)

수용소에서도 아들에게만큼은 끝까지 웃음을 잃게 하지 않으려 했던 주인공의 모습이 곧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삶의 신념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유머'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감각이고, 그 중에서도 정말 똑똑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화에 유독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덧붙이는 이야기


이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더 꼽아보자면...

횟수로 가장 많이 본 영화로는 '기생충',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 3개는 봐도 봐도 이상하게 안 질린다. 마성의 매력.


여름이면 생각나는 수박 같은 영화로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비 오는 날엔 '셰이프 오브 워터', 축축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울고 싶을 땐 '아이엠 샘'. 번아웃이 올 땐 '소울',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좋아하는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윤가은. 사실 특정 감독을 덕질하거나 하진 않는데, 이 두 감독 작품은 꼭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인생은 아름다워' 외에 아이들 중심 서사라 좋아하는 영화로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플로리다 프로젝트', '집으로', '괴물(봉준호 말고 고레에다 거), '마이걸'(맥컬리 컬린 나오는 거), 윤가은 감독 '우리 집', '우리들'. 비슷한 계열로 '남매의 여름밤'이라는 영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