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취향을 찾아야겠다

지피티야, 내 취향 좀 찾아줘

by 장장

낯선 사람에게 들었을 때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하나 있다.


"취미가 뭐예요?"


상대에게 관심이 없어도 어색함을 풀기 위해 누구나 툭 던질 수 있는 질문. 소개팅 첫만남에서 할 법한 뻔하고 흔한 질문. 하지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질문은, 대답하는 순간 나의 삶과 취향, 생활방식, 가치관까지 많은 것을 드러나게 만든다. 질문 하나로 상대의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가성비 좋은 질문이 또 있을까. 첫 만남 단골 질문이 된 것도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질문 자체는 가벼운데 답변은 묘하게 부담스럽다.


처음엔 내가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타고난 성격 탓으로 돌렸다. 낯선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늘어놓는 걸 어려워하는 편이라 '어떻게 대답해야 내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을까'하며 늘 방어 태세에 돌입했으니까. 하지만 최근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이보다 더 큰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것은 바로 '사실 내게 그럴듯한 취미가 없어서'라는 것, 더 궁극적으로는 '내가 내 취향을 아직 잘 몰라서'라는 것이다.


사실 취미가 없으면 없는 대로 '딱히 없어요'라고 가볍게 말할 수도 있다. (차라리 이러면 솔직해서 매력이라도 있지 싶다) 그런데 나는 또 그런 쿨한 인간은 못된다. '뭐라고 대답해야 그럴듯하게 들릴까?'같은 고민 따윌 하느라 순식간에 마음이 시끄러워진다.



한때는 '취향이 없는 나도, 나'라며 합리화해보려고도 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취향이 뚜렷하다는 게 문제였다. 내가 선망하는 삶과 전혀 다른 노선을 달리다 보니 그 간극에서 자꾸만 괴로워진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 스즈메가 친구 쿠자쿠와 자신의 삶을 자꾸만 비교하듯이 말이다. 결국은 나 스스로를 더 좋아하기 위해서라도 내 취향을 확고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스스로를 '무색무취'인간이라 생각치는 않는다. 남들에게 좋다 싫다 크게 티 내지 않을 뿐, 어쩌면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넓고 얕게 펼쳐진 취향들 속에서 내 진짜 취향을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 이유로 더 늦기 전에 내 취향을 차곡차곡 정리해 보기로 했다. 챗지피티가 2.9만원 값어치를 할 수 있도록 취향 찾기를 위한 100가지 질문들을 뽑아 달라했고, 괜찮은 질문들을 추렸다. 하나씩 답하다 보면 적어도 내 취향이 뭔지 감은 잡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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