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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브르박 Aug 19. 2020

[토목&하천이야기]하천과 치수  vol.1

하천마저 비교당하는 세상     


  몇 년 전 서울에 위치한 복개 하천(하천이 수로화 되고, 상단을 덮어버린 하천) 복원에 대한 타당성 조사 사업을 수행하였다. 타당성 조사는 해당 사업을 수행하였을 때 투입하는 비용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이익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고 해당 사업의 후속 공정의 수행 여부를 평가하는 예비사업이다. 그리고 복개하천의 복원은 복개되어 도로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던 하천의 상부 구조물을 걷어내고, 하천의 수면을 다시 개방하여 이 곳에 하천이 있음을 알리고,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여 시민들의 곁으로 되돌려 주려는 것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청계천처럼 도심지의 수로처럼 만들어진 하천을 이전과 같은 모습을 만들기 위하여 복원하려는 사업이었다. 토목사업의 어려움 중 하나는 사업대상지의 주변에 지장물과 다른 사업 계획이 많다는 점이다. 대부분 주변에 상하수도관, 전력주, 통신관 등과 같은 지장물이 매설되어 있으며, 도로 계획이나 도시개발 계획 등 관련된 사업들이 수행 중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업을 수행할 때 관련된 기관이나 유관부서의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당시 타당성 조사 사업을 수행하면서 유관부서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대부분의 의견은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상부의 공영주차장과 동일한 수용력을 지닌 대체 주차장등 현실성 의견들이 많았다. 반대로 인상적인 의견이 있었다.     


“하천이 복원되면 그 위에 배를 띄우고 싶습니다. 베니스처럼요.”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구도심을 활성화 하고 싶은 대안으로 해당 의견이 들어왔었다. 그리고 의외로 저런 의견들이 아예 처음 듣는 것도 아니다. 언급했던 복개하천 복원이나, 여타 하천 관련 사업을 할 때, 혹은 하천 설계 관련 일을 한다고 하면 종종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왜 우리나라는 베니스처럼 하천 경관을 만들 수 없느냐?’이다.      


  2020년도에 코로나19로 인하여 베니스에 관광객이 줄어들자 수로의 탁도가 낮아져 물고기의 모습이 잘 보인다는 기사를 보며, 함께 뉴스를 시청하던 우리 집사람이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다.      


“왜 한국에는 저런 식으로 만들어진 하천이 없어?”     


  문득, 사람은 한평생을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비교 받으며 살아가는데, 사람뿐만 아니라 하천도 다른 나라의 하천과 비교 받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안쓰럽다. 


출처:pexels.com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상도시라고 하는 이탈리아의 베니스나 중국의 소주 같은 경관은 우리나라의 자연적인 하천에서 만드는 것은 어렵다. 환경생각안하고 경제적인 타당성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적인 하천의 형상을 추구하며 조성하려고 하면 불가능하다.      


  우선 베니스나 중국의 소주에서 볼 수 있는 수변공간은 하천이 아니라 운하이기 때문이다. 하천과 운하는 비슷하지만, 운하는 수운의 목적이나 관개용으로 물길을 만들어 놓은 인공 시설물이다. 그리고 일정한 유량을 유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베니스의 경우 바다와 인접한 도시로 강우에 의한 수위 변화보다 파랑과 조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하천과 그 궤를 달리 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도시 재생사업을 하면서 이러한 베니스를 벤치마킹하여 홍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인위적인 유지용수를 끌어와 공급하여 만든 수변공간이거나 송도의 청라, 부산처럼 해변 도시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운하의 여부를 떠나서 우리나라 하천이 베니스와 같이 만들어 질 수 없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유량의 편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하천 자체만으로는 베니스와 같은 형상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사실, 수변공간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베니스나 중국의 소주 같은 공간은 독특한 공간 구성으로 사용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사람이 걷고 머무는 공간이 하천 공간과 밀접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밀접해 있는 수변 공간은 우리나라 하천에서 보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하천을 바라보면 종종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제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제내지와 하천이 흐르는 하도 사이에 제방이라는 가림막이 존재한다. 이런 특성은 하천의 규모가 클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서울에 위치한 탄천이나 안양천, 중랑천, 그리고 청계천 같은 하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탄천은 성남을 지나서 잠실의 종합경기장 옆으로 흘러와 한강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한강의 고수부지에서 하천을 바라보다가 탄천으로 접어들면 들어오는 시야가 사뭇 다르다. 한강과 탄천의 제방 높이는 비슷하다. 고수부지에서 제방 상단까지의 높이는 대략 10~13m 내외이다. 한강의 경우 하천 폭이 1Km가 넘기 때문에 시야에 한 번에 하천의 끝이 들어오지 않는다. 저 멀리 보이는 반대편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반면 탄천의 경우 300m가 채 되지 않는 하천 공간 안에 10~13m 가 되는 제방이 양 옆으로 들어서 있다. 거기에 동부간선도로와 올림픽대로의 교량이 들어서 있어서 반대편을 바라보면 벽이 세워져 있는 기분이 든다. 조금 커다란 수로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개방감이 느껴지면서, 인간의 생활과 연결되는 수변공간은 우리가 갖지 못한 멋진 공간으로 보인다. 


한강(좌)과 탄천(우)


강우특성과 하상계수     


  우리 주변의 하천이 이러한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문학 용어가 종종 나오겠지만 어려운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읽으면서 넘어가면 된다.      


  하천의 특성을 표현하는 수치들이 있다. 하천의 형상을 나타내는 만곡도나, 하천의 차수, 유역의 형상을 나타내는 유역형상계수, 유량을 나타내는 저수량, 풍수량, 갈수량, 평수량과 같은 수치들이 있다. 그 중에서 하상계수라는 것이 있다. 하상계수는 하천의 어떠한 지점에서 최대 유량과 최소 유량의 비를 나타낸 것이다. 한강의 경우 평상시 팔당댐에서 하류로 방류하는 유량은 약 120cms이다. 여기저기 지류에서 들어오는 유량과 더해진다면 약 서울에서 200cms의 유량이 흐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강의 치수안정성을 위하여 계산한 200년 빈도의 계회홍수량은 3,7000cms이다. 약 18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이 유량이 최소값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상계수가 된다.     


  우리나라의 주요하천의 하상계수는 한강 1:393, 낙동강 1:372, 금강 1:299이다비교를 위해 다른 나라 하천의 하상계수를 언급하자면문명의 발상지로 유명한 이집트의 나일강이 1:30, 중국의 양자강이 1:22

이다남미의 콩고강은 1:4 우리나라 하천 유량의 변화되는 범위는 다른 국가들의 주요 하천과 비교해 보아도 상당히 큰 편이다.      


  이렇듯 국내 하천 대부분의 하상계수는 큰 편이다. 대부분은 평소에 유량이 적어 하천의 저수로 부분에서만 물이 흐르지만, 일부 기간에 강우가 지속되거나 강우의 양이 커지면서 평소 보기 힘든 위치까지 수위가 오르게 된다.  





  유량이 이렇게 편향된 분포를 보이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여름과 가을에 강우가 집중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반도 중부지방에는 연간 약 1200~1500mm의 강우가 발생하는데, 여름철 장마기간에 50%이상의 강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가을철 태풍으로 인하여 많은 강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4계절을 시기적으로 구분한다면, 여름부터 가을은 우기로 볼 수 있고, 늦가을부터 봄까지는 건기로 볼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겨울의 가뭄은 향후 이수에 대한 이야기에서 다시 언급해 볼 예정이다.      


  하천에서 흐르는 유량은 결국 강우량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강우가 한 시기에 몰리게 된다면 하천에 흐르는 유량도 그 시기에 몰려서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강우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 하천의 치수대책은 극값에 맞춰서 계획된다. 즉, 평상시가 아닌 강우가 발생하는 시기의 강우량 자료를 분석하여 계획홍수량을 결정하게 된다.      


  계획홍수량과 계획홍수위는 그 하천에서 설계에서 기준이 될 수 있도록 고시한 수치이다. 그리고 그 수치들을 이용하여 하천에서 이루어지는 치수 및 정비사업이 이루어진다.      


  이때, 계획홍수량은 하천의 크기나 중요도에 따라서 발생빈도가 달라진다. 종종 뉴스에서 200년 빈도나 100년 빈도의 강우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하천 설게에서는 이러한 빈도가 하천별로 기준되어 있다. 한강과 같은 국가하천의 경우 200년 빈도의 홍수량이 계획빈도가 된다. 그보다 규모가 작은 지방하천은 80~100년, 소하천은 50년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때, 계획빈도가 200년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2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홍수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방식의 설명은 이해를 조금더 쉽게 하기 위한 표현이다.      

 

  계획빈도 홍수량은 계획빈도의 확률강우량을 통하여 계산된다. 빈도별 확률강우량은 지금까지 발생한 강우량을 실측값을 이용하여 확률분포를 사용하여 해당 빈도에 해당하는 강우량을 계산한 값이다. 강우와 유량의 실측 자료가 충분하다면 실제 데이터에서 계산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량과 강우량과의 상관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실측된 강우량자료를 분석하여 확률강우량을 계산하고 유역의 계수를 이용하여 계획빈도 홍수량까지 추정하게 된다.      


  이렇게 계산된 50년에서 200년 빈도의 홍수량이 우리 하천의 치수계획의 기초 자료가 된다. 대부분 기간의 하천은 계획홍수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위에서 흐르고 있다. 종종 설계일을 하다보면 높은 제방, 혹은 통수단면적의 확보로 인한 계획의 제한에 대하여 실제로 저런 홍수량이 발생하는 경우도 없는데 과한 설계가 아니냐는 의견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렇게 과하다고 지적하는 계획홍수위에 근접하게 되는 유량이 발생할 경우가 있다. 그런 상황을 우리는 최근 2020년 여름 장마에서 보았다. 2020년 여름 장마가 유례없이 길어지면서, 전국에 물난리가 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전국의 많은 하천들의 수위가 상승하였고, 섬진강과 낙동간의 경우 제방이 붕괴되어 제내지의 농경지가 침수되었다.      


  우리나라 하천의 경우 대부분 고수부지 이하에서 물이 흐르고 있지만, 이번처럼 길어지는 장마와 태풍과 같은 강우가 발생하면 수위가 상승하게 된다. 2020년 장마와 같이 기상이변이 일어나 장마가 유례없이 길어졌던 것처럼 하천의 계획홍수량 혹은 그 이상의 유량이 흐르게 될 경우 제내지의 치수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를 진행하여야 한다.      


  비록 답답하고 주변과 동떨어진 느낌을 가져다 주지만, 국내의 기후 특성과 그로 인한 유량 특성을 적용하고, 제내지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나라 하천은 결국 현재의 모습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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