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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브르박 Sep 20. 2020

[토목&하천이야기] 치수 특성

치수의 역사와 배산임수?

방재라는 단어는 ‘재해를 미연에 방지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재해는 포괄적인 의미로 전염병, 산사태, 지진, 화재, 강풍 등 다양한 것들을 내포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기서 하천의 치수로 범위를 좁혀보려고 한다.


하천의 치수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물을 다스린다는 의미로, 침수 예방뿐 아니라 가뭄, 이수에 대한 부분도 포함된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에서 치수는 이수와 분리하여 하천 범람이나 침수 등 제내지의 안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치수라는 단어의 의미를 방재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하천 치수는 기본적으로 강물의 제내지 침수를 방지하는 것이다. 치수의 역사는 고대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천수의 이용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듯이 인류 문명 발상지는 대표적으로 4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일강의 이집트 문명, 갠지스강의 인도 문명, 티크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황하의 중국 문명이 4대 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하천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도시를 형성하고 문명의 발전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렵 생활에서 농경 생활로 생활의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농사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토지는 기본이고 재배를 위한 노동력과 용수의 공급이다. 노동력은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다. 자식을 낳아서 가족이라는 노동력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었을 테고, 무장을 하고 전쟁을 시작하여 약탈을 하고, 패배한 지역의 사람들을 이용하여 노동력을 수급하는 폭력적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물은 근본적으로 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하늘에서 내리는 강우가 있어야 하고, 그 물이 흐를 수 있는 하천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농경사회는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하천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그리고 물 농사의 결실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자원이었기 때문에 고대문명부터 이 물을 다루기 위한 치수 사업에 힘을 쏟게 된다. 


치수를 위한 토목사업의 발전은 다른 분야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기하학과 천문학이다. 농경지의 효과적인 관리와 홍수 시 범람하는 하천의 범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학문이 기하학이었다. 그리고 우기와 건기, 파종의 시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절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천체의 이동을 이용한 절기와 날짜의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하나의 기술이 관련된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천은 인간의 기술발전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삶의 기반에도 큰 영향을 발휘한다. 인간의 생활에서 하천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는 4대 문명 중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쇠락에서 볼 수 있다. 4대 문명 중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고 여겨지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기원전 4000년 전 300여년간 지속된 기후학적 가뭄으로 점차 쇠락되었다는 설이 있다. 기후로 변화되어 강우의 양이 줄어들면서 가뭄이 발생하고, 농경사회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문명의 지속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외 이집트, 마야, 앙코르와 같은 고대 국가들의 급작스런 쇠락의 배후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에 의한 설이 지배적이다. 


가뭄에 관한 내용은 후술할 이수에 대한 부분에서 조금 더 다루겠지만, 하천이라는 존재가 인간이 살아가면서 문명을 구축하는데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의 역사를 살펴보면 건국신화에서 물과 농경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고구려 시조인 주몽의 부모는 하늘의 신의 아들인 해모수와 강의 신의 딸인 유화부인이다. 또한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의 부인은 물가에 나타난 계용에게서 태어난 알영부인이다.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민족의 건국 신화로 알려진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 올 때 운사, 풍사, 우사를 데리고 내려옴이 나타난다. 이런 사례들은 고대 농경사회에서 자신들의 탄생 설화에 물의 신을 끼워 넣어 그의 힘을 빌어 보려고 한 주술적 신화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다.


역사 외에도 치수의 중요성은 풍수지리에서도 나타난다. 개인적인 견해로 풍수지리에서 이상적인 땅으로 일컫는 배산임수의 지형은 치수에 최적화된 지형이라고 본다. 배산임수는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라는 의미인데, 의미대로 땅을 본다면 이 지형은 산에서부터 시작된 경사가 물까지 이어지는 지형을 말한다. 배산임수의 지형은 지대가 높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하천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그래서 강우 시에도 침수의 위험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지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하천 근처는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공급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좋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는 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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