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없이 살기 (2025.9.)
10여일이 지나도록 아무 생각없이 지냈다. 머리를 복잡하게 쥐어짜던 모든 계획들도 내려놓았다. 말그대로 완전히 쉬도록 해주었다.
그동안 평생을 한시도 아니 일분일초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그랬기에 늘 바쁘게 살았고 시간이 그저 흘러가게 둔 순간도 없었다.
형제들도 아이들도 좀 여유있게 보내라고 여러번 경고를 주었다. 아이들은 제발 엄마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여러번 했었다.
점점 단기기억의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감에 따라 온가족이 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에따라 나도 좀더 느긋하게 시간에 쫒기듯 살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모처럼 정말 바보가 된 느낌이 들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노래도 하고 운동도 하고, 친구를 만나도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초조해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느긋하게 쇼핑도 했다. 이런 나를 나는 백만년만에 만나고 있다. 마치 또 다른 내가 나를 지켜보듯이...
속편하긴 하다. 거의 10일만에 모처럼 책상에 앉아본다. 매일 아프던 머리도 조금씩 빈도가 줄어든것 같기도 하다.
매일 하루의 계획을 머리속에 그리거나 책상앞에 붙여놓고 체크 하던 습관도 내려놓으려 한다. 이제는 그저 그날 그시간 하고픈걸 하기로 마음 먹는다.
요리를 좋아하고 그것도 극찬을 받을정도의 요리실력이었지만 이제는 요리도 잘 할 수가 없다. 김치를 세번이나 담그었지만 그대로 버려야했다. 참 이상하다. 내가 무슨짓을 한것인가? 요리대에서서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서성거리기 일쑤다.
독서, 운동, 노래, 영화보기, 댄스, 피아노치기, 그림그리기, 붓글씨쓰기, 정원가꾸기.. 등등
하고싶은 마음이 들때 하는거다. 오롯이 나를 위해 집중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