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SKY), 더 이상 죽고싶지 않을 브랜드를 위해

[연필의 IT수다] 시리즈1

by YEONFEEL


매해, 같은 시즌만 되면 제품에 사활을 거는 한 회사가 있다. 한 6년 쯤 전부터 사활을 건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대체 목숨이 몇 개나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2개월쯤 뒤에도 다시 한번 사활을 걸 예정인 듯하니 아무리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많아도 이 회사는 당분간, 당분간은 괜찮을 거다. 더 큰 문제를 가진 회사가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걸 목숨도 없는데 자꾸만 살아 돌아오는, 바로 팬택 되시겠다.


이미 팬택에 대해서는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만 다뤄보면, 팬택은 이미 몇 번 죽을 뻔했고, 또 실제로 죽었었다. 그들은 피쳐폰 시장 끝물에 찾아온 워크아웃에서 기사회생했고, 스마트폰 시장 성장기에 찾아온 워크아웃을 이겨내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자기 탓 55%에 남 탓 45%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기적같이 찾아온 인수자에 의해 그들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고, 부활을 꿈꿨다. 뜨거웠던 2016년 여름, 뉴 팬택은 '아임백'으로 복귀를 화려하게 알렸고, 서비스센터도 공격적으로 늘렸다. 아임백의 초기 물량이 완판되는 등 시장 시그널은 양호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초창기 인기몰이를 뒷받침할 뒷심이 부족했던 팬택은 또다시 실패를 맛봤다. 청사진을 늘어놓았던 쏠리드는 금세 태도를 바꿨고, 아임백은 흥행에 실패했다. 신제품을 출시할 여력이 없으니 기존 제품 관리도 불가능했고, 개발 중이던 후속 기기 관련 프로젝트 또한 잠정 중단되었다. 회사를 유지하기는 해야 하니 가지고 있던 특허권을 팔아치우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서비스센터는 다시 폐업되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해고됐다.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지던 IoT 산업도 우리넷에 매각되었고, 결국 2017년 10월, 팬택은 1000만 원에 케이엔에이 홀딩스에 매각되며 사실상 이름만 남아있는 상태가 되었다. 죽지도 않고 살아있지도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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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전자신문, 착한텔레콤, SKY


그 와중에 착한텔레콤에서 스카이의 상표권을 활용해 휴대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뜬금없지만, 폴더폰과 스마트폰 1종씩을 반기마다 선보여 나간다는 계획이며, 개발은 OEM으로 진행해 10만 원과 20~30만 원대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선적으로 스카이 핏 프로라는 무선이어폰을 출시하고, 스카이 서비스센터를 인수해 서비스 망을 복원하는 등 브랜드를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SKY가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이번 컴백은 여러모로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착한텔레콤의 박종일 대표가 그동안 추진해 온 사업을 보면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던 사업들이 많았다. 그는 LTE 시장에서 늦은 출발을 했던 KT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고 오는데 큰 기여를 했고, 이후 단통법으로 인해 중고 단말의 수요가 증가할 것을 예측하고 중고폰 사업에 진출, 착한텔레콤으로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여 업계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그는 모바일과 관련해 트렌드를 알려주는 책도 매 년 펴냈고, 관련하여 강연도 다니며 전략적인 행보를 많이 펼쳤기에 그의 사업 수완과 기획 능력을 믿었으면 믿었지,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가 한 인터뷰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착한텔레콤은 팬택의 잔여 재고를 인수하여 판매하였을 때 3일 만에 1000여 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고, 이에 박종일 대표는 스카이 브랜드의 가치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단말기들이 안드로이드 4.x대의 구 버전이었고, 현재 정상적인 사용이 어려운 OS 버전의 단말기임을 고려해보면 제품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스카이 제품을 실 사용을 목적으로 구매하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착한텔레콤의 기획전에서 단말기가 잘 팔려나갔던 것은 스카이 브랜드 가치가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예전에 잘 나가던 그 시절 팬택을 애정했던 사람들이 팬택을 기억하려고, 착한텔레콤이 파격적으로(?) 판매했던 저렴한 값에 그 시절 추억이 깃든 물건을 사 두려는 의도가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메인 휴대폰으로 쓰려고 팝업 노트를 샀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런칭하는 신규 단말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착한텔레콤이 상표권 제휴를 맺은 스카이는 예전의 스카이가 아니다. 팬택의 베가를 기억하고, SK 텔레텍과 교세라의 스카이를 기억하던 사람들이 어떠한 접점을 가질만한 요소도 없다는 소리다. 팬택 중앙연구소 출신 직원들이 검수하고 기획에 참여했다손 쳐도 엄밀히 따지면 그들이 개발한 제품도 아니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자급제 시장을 공략하는 저가 OEM 단말기일 뿐이다. 또한 최근 프리미엄뿐만이 아니라 중저가 삼성/LG 단말기도 자급제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사실 사람들이 스카이를 좋아했던 것은 가성비 때문이 아니었다. 스카이가 가성비 폰이 된 건 회사가 위태로워지기 시작한 나중의 일이고, 초창기 스카이는 독특한 디자인, 독특한 기능, 독특한 마케팅과 한정 수량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얹어 시장에서 성공했던 케이스였다. 사실 잦은 고장이 수반되었지만 사람들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를 커버했다. 어떻게 보면 요즘의 애플과 유사하다. 그 후 팬택이 '버스카이' 이미지를 씌우며 브랜드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이제 스카이를 기억한다면 다들 (좋게 말하자면) 애증의 존재로 바라보지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브랜드 이미지를 믿고 OEM으로 개발한다는 현재의 전략이 걱정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도 자사 저가 휴대폰을 OEM 제조하여 국내에 들여오고 있고, 이 단말기들 또한 자급제로 판매될 예정이다. 과연 '삼성/LG'라는 대기업 브랜드를 놔두고 이미 여러 번 망해서, 심지어 가장 최근에 발매된 아임백도 제대로 된 사후지원 없이 버려지고 만 이 상황에서 '스카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선택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약 SKY 브랜드를 달고 출시하는 이번 시도가 성공하려면 단말기가 특별해야 한다. 단순 개나 소나 만들 수 있는 OEM이 아니라 스카이만의 개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러한 개성을 하드웨어에 담기 어렵다면 예전 민트패스처럼, 소프트웨어에 개성을 담아 현재의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영역의 수요를 노려야 한다. 대기업들이 아무리 멤버스나 LG헬프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펌웨어에 고객제안 기능을 반영한다고 해도 큰 회사가 턴어라운드 하는 데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노려 빠른 업데이트와 고객제안 반영을 통해 SKY 'FAN'을 만들고 그 FAN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박 대표가 분명히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당연히 남들보다 사후지원도 길게 가져가 주어야 하고, 보안패치도 남들만큼은 해 주어야 한다. 처음 출시된 단말이라 액세서리 시장이 활성화되지도 못 할 테니, 소비자들을 위해 이러한 점도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착한텔레콤이 해당 사업을 2년여가 넘는 기간 동안 준비했다지만,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와 원가관리로 허덕이는 마당에 그러한 작업이 착한텔레콤의 레벨에서 가능한 일인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솔직하게, 나는 2016년에 전장으로 다시 돌아온 팬택을 응원했다. 내가 스카이에 대해 나쁜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오히려 과거에 좋아했으면 좋아했다.) 때마침 재미 없어지기 시작했던 스마트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애플이 그랬고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는 제품은 항상 극적이기 마련이니까. 뭐, 결론적으로 아임백이 흥행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다시 살아난 팬택은 직원들을 비롯해 소비자들에게까지도 아픈 기억을 너무나도 많이 남기고야 말았다.


아임백이 출시된 이후에 소비자 체험단으로 활동하면서, 시종일관 환하게 웃으면서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던 팬택 직원분들의 모습이 오버랩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희망고문을 할 거였으면, 2015년도에 아름다운 퇴장을 하는 게 맞지 않았던 걸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자꾸만 살아나는 게 정말 좋은 일이긴 한 걸까. 우리 추억 속에 스카이라는 브랜드를 남긴 채, 그냥 그렇게 IT 태동기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함에도 마음 편 한구석에, 이번에는 정말 잘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스카이는 더 이상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대답이지만,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