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 좋은 토요일입니다. 바람이 차가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 낮에는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계절이에요. 오전 10시에 친구들과 성수에서 브런치 만남을 하고 오후에는 남편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하늘은 파랗게 빛나고 노오랗게 나뭇가지 끝과 바닥을 물들인 은행나무의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며 남편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렇게 너무나도 설레고 기분 좋은 시간이었어요.
짧은 거리지만 길게 느껴지는 그 길을 지나 드디어 남편과 마주했습니다. 한남동 거리에는 친구, 연인과 나와 들뜬 표정의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제 눈에는 오직 남편만이 보였어요. 흑백 2D 사람들 속에 오직 컬러 3D로 보이는 단 한 사람. 그 사람이 저를 보며 환히 웃어주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마음이 차올라 저의 얼굴도 미소로 번졌습니다.
평소에는 집에서 쉬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남편이 쉽사리 나온 것도 놀랐는데요. 뭐할지에 대한 물음에 하얏트호텔 애프터눈티를 먹으러 가자고 하기에 또 놀랐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자꾸 채묻는 저에게 오랜만의 데이트니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자는 말에 그 마음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하얏트호텔로 가는 길.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걸어가는데 언덕진 그 길이 너무나도 아름다웠어요.
빨갛게 떨어져 바닥을 메운 단풍잎은 마치 레드카펫이 깔린듯 보드랍게 느껴지고
하늘에서 흩날려 머리 위에 앉는 노랑색 은행잎은 저에게 왕관을 씌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저의 옆에 왕자님까지 함께하니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행복한 길이었어요.
그랜드하얏트가 보이고 로비로 들어서자 바로 레스토랑이 보였습니다. 예약을 하지 앉아 못 갈까봐 걱정하는 남편을 앞서가 자리가 있는지 묻자 다행히 바로 안내받을 수 있었어요. 안내받은 자리는 예약했더라도 미리 요청했을 자리일 정도로
전망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넓고 높은 통창 넘어 보이는 풍경이 시선을 온통 빼앗았어요. 아름다운 꽃 사이로 놓인 작고 귀여운 핑거푸드과 한 입에 온 몸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딸기 초콜릿 티에 어깨가 들썩 올라갔습니다.
잠시 후 여자 두 분이 오셔서 곧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해주셨어요.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부터 올드 팝송까지 다양한 라이브 연주가 흘러나와 눈과 입에 이어 귀까지도 마음껏 호강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부른 배에 아름다운 풍경까지 보고 있자니 '좋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어요. 그렇게 한 시간 반을 가득 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걸어서 이태원까지 걸어오면서 예전 데이트하던 추억도 나누고 다양한 브랜드 샵 구경도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가수 조규만님의 '다 줄꺼야.' 노래가 들려오자 남편과 저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시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