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나게 된 건 2018년도 11월이었다. 나는 어드밴스드 스쿠버다이버 자격증을 따러 필리핀 보홀에 갔었다. 오빠도 마침 그곳에 자격증을 따러 왔다. 오빠는 나를 보고 이렇게 예쁜 사람은 처음 봤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동남아 바닷속에서의 로맨틱한 만남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스쿠버를 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같이 다이빙을 하면 머리는 미역이 되고 얼굴은 콧물에 침 범벅이 된 상태를 보게 된다. 어쨌든 오빠는 그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뻤다고 한다.
짧은 연애를 하고 우리는 결혼의 확신을 가졌다. Honeymoon phase(연애 초기에 상대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기간) 지나고 천천히 결혼을 결정하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어차피 이 사람이랑 결혼할 텐데 그냥 얼른 하고 싶었다. 오빠랑 나 둘 다 강한 '직감'은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았고, 이건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사랑(혹시 오빠는 아닐 수도...)이라는 걸 서로 알고 있었다. 다행히 양가 부모님들은 우리를 믿어주셨고, 감사하게도 본인들의 자녀가 한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주셨다.
나는 결혼 후 더 밝고 행복해졌으며, 즐겁고 재밌는 일(요가, 마라톤, 유튜브, 글쓰기)을 많이 시작했다. 우리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잘 맞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결정적인 부분(경제적 관념, 가족이나 결혼에 대한 가치관, 자녀 계획)에서는 매우 잘 맞았다. 나는 오빠를 남편이기 전에 멋있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오빠도 나에게 똑같이 해준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직 아이도 없고, 신혼 8개월 차인 내가 행복한 결혼에 대해 정의하기는 너무 이르다. 그놈의 결혼이 뭐길래 10년 동안 사귀면서 지겹게 싸우면서 맞춰나간 커플도, 결혼 후 1년 만에 이혼하기도 한다. 그러니 초보 유부녀로서 할 수 있는 결혼에 대한 소소한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상대방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 나는 외출하고 나서 휴대폰을 닦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오빠한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오빠는 화장실을 갈 때 환풍기를 켜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비난이 아닌 대화로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
2.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거나 행동하기로 기대를 하지 말 것
- 우리는 30년 넘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상대방이 심령술사가 아닌 이상 내 마음을 알 수 없다. 나는 오빠가 '내가 이러이러해서 잘못했어'라고 말해주길 기대하지만, 오빠는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기 전까지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 기대하면 기대가 빗나갔을 때 실망하게 되지만, 기대하지 않으면 상대의 배려에 감사하게 된다.
배우자가 생기는 것은 영원히 내 옆에 내 편이 생기는 기쁜 일이다. 남편과 나란히 누워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계획하고 상상하며 잠드는 것은 너무나 달콤한 일이다. 그러나 항상 달콤한 일만 있지 않은 일상을 함께하는 결혼 생활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는 필수적이다. 사실 결혼은 상대방의 문제가 아닌,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것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