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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CO Apr 16. 2024

프로메테우스의 저주, 오펜하이머

영화 <오펜하이머> 감상평 



닐스 보어는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오펜하이머에게 말했다. 

"You can lift the stone without being ready for the snake that's revealed."

(자네가 그 돌을 들면 뱀이 튀어나올 수도 있어.) 






프로메테우스의 형벌 


어린 오펜하이머는 불안하고 예민한 천재였다. 실험 물리학 지도교수한테 구박받고 친구도 하나 없이 놀림이나 당하는 그는 급기야 교수를 독살하려는 시도까지 한다. 모질이에서 싸이코패스로 변신하기 직전, 운명적으로 당시 양자 물리학의 대가이던 닐스 보어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권유로 당시 양자 역학의 중심으로 떠오르던 독일 괴팅겐 대학으로 진학해 이론 물리학자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물만난 고기처럼 잘나가기 시작.



닐스보어

"대수는 악보와 같은 걸세. 중요한 건 음표를 읽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가야. 자네는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나?"


오펜하이머 

"네, 들을 수 있어요."



물리학은 철학과 비슷하다. 근본적인 원리와 진리를 탐구하지만 하루하루 밥먹고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대체로 쓸모없다는 점이 그렇고, 쓸모있어지는 순간 권력에 의해 오용되기 쉽다는 점도 그렇다. 아인슈타인, 닐스보어, 오펜하이머에 이르는 물리학자들이 들은 음악은 세계 정치 현실을 만나 원자폭탄이 되었다. 


처음 의도는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나치보다, 히틀러보다 먼저 핵폭탄을 만들어야했다. 히틀러의 손에 핵폭탄 발사 장치가 먼저 주어지는 일은 누구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유대인 아버지를 둔 오펜하이머가 겪었을 일들을 생각하보면 그로써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막아야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2차 세계 대전 중에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최고 기술 책임자로 오펜하이머가 나서게 된다. 6천명의 연구원을 이끌었으며 성공했다. 


그 전까지 한번도 관리직 감투같은 것을 쓴 적이 없었던 오펜하이머가 그 많은 인원을 리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직 하나였을 것이다. 반드시 해내야한다는 집념. 히틀러에 대적하는 광기.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하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결국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과 생명을 앗아갈 수밖에 없다는 무서운 진실을 점차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된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져 22만명의 일본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2차대전을 종식시켰고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가 밤에 잠들기 전에 떠올리는 것은 22만명의 원혼이었을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오래도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갔다고 한다. 


내 가족을 죽일 것인가, 다른 사람의 가족을 죽일 것인가. 

무조건 누군가는 죽어야만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괴로울 수밖에 없다. 

(뭐 괴롭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오펜하이머는 시를 즐겨 쓰던 F였다구)



그렇게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을 지고 살아가게 된 오펜하이머를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아세우고 추궁하는 권력의 역겨운 민낯이 영화에서 그려진다. 하여튼 정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얼마나 별로인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절망적인 장르. 


엄청난 애연가였던 그는 늘 파이프와 담배를 달고 살았고 결국 1965년, 62세의 나이로 후두암으로 사망했다. 2022년, 그에 대한 불공정한 처분에 대해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보안접근 금지 명령이 취소되며 명예가 회복되었다.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기록할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몰랐을테니 안타깝다. 



영화의 재미 포인트 

- 킬리언 머피의 공허한 표정과 화끈한 노출신

- 아인슈타인이 불과 얼마 전에 살던 사람이었구나 현타. 천년전 사람같은 느낌인건 너무 위인이라서인가.

- 빼곡한 자막읽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도 잘 이해가 안가는 물리 현상(?)

- 아기보기 힘들어서 친구에게 버리는건지 맡기는건지 보내버리는 도라이 지식인 엄빠, 오펜하이머와 그의 부인 이야기다. 그래도 결국 키우긴 키움, 근데 또 임신하고 또 낳는다. 역시 핵개발보다 배우자 불륜보다 힘든게 육아라는.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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