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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Feb 11. 2023

갤럭시와 반도체, 빅뱅이 시작된다

CEO's Spirit 6. 삼성전자와 갤럭시 생태계의 부활

Keywords

-GALAXY UNPACKED: PC와 모바일 다음의 디바이스

-갤럭시S: 가가린과 셰퍼드

-갤럭시북: 태양과 행성

-갤럭시XR: 갈락티코와 티키타카

-GALAXY ECOSYSTEM: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


지난 주 목요일 샌프란시스코에서 'Galaxy Unpacked 2023'이 열렸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와 노트북 '갤럭시북3' 시리즈를 공개했다. 특히 '갤럭시S23 울트라'는 100배 줌으로 달 사진을 선명하게 담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리고 '갤럭시북3 프로'는 전작 대비 엄청나게 개선된 성능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되면서 LG전자의 '그램'은 가볍게 누르고 애플의 '맥북'과 견줄 만한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에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무대로 올라와 삼성전자와의 XR 파트너십을 알렸다. 2023년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가 PC와 모바일을 넘어 차세대 디바이스로 확장되는 빅뱅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1. 갤럭시S: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


모두가 잘 알듯이 삼성전자는 소비자에게 '갤럭시'라는 브랜드명으로 완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완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이제는 사람 몸의 일부처럼 여겨지는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와 반도체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스마트폰의 뇌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AP는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하나의 칩에 모은 결정체로서 설계 능력의 증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의 모바일AP 수주는 공정 생산 능력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한편 스마트폰의 눈이라고 불리는 이미지센서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작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카메라 성능을 중시하기 때문에 중요도는 높은 편이다. 갤럭시S23도 게이밍과 함께 카메라를 핵심 기능으로 강조했다.


갤럭시S23의 모바일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Gen2'가 채택되었다. 갤럭시S22까지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200'이 일부 탑재되었는데, 스냅드래곤과 성능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GOS 사태'까지 터지면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삼성전자가 밀려난 모바일AP 시장은 애플, 퀄컴, 미디어텍의 3파전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TSMC로 공정을 옮긴 스냅드래곤8 Gen2가 애플의 'A바이오닉16'과의 격차를 상당히 좁히면서 갤럭시S23이라는 역대급 스마트폰이 탄생했다. 한편 최상위 라인업인 갤럭시S23 울트라에는 삼성전자의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2'가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기존의 절대 강자였던 소니에 밀려 아직 2위에 머물고 있지만 바짝 추격하며 고삐를 조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우주에 간 사람은 유리 가가린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우주에 간 사람은 누구일까? 대부분 모르겠지만 답은 앨런 셰퍼드다. 그럼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달에 간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닐 암스트롱이고 꽤 많은 사람들이 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인지도를 확보한 선두업체를 후발업체가 뛰어넘기는 매우 어렵다. 갤럭시는 지금까지 아이폰의 유일한 대항마로 잘 싸웠지만 이대로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이야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건 아이폰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즉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될 만한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삼성전자가 1등에 맞서는 2등이 되기보다 '세상에 없던 기술'로 2등이 없는 시장에서 1등이 되기를 바란다.



2. 갤럭시북: 알파는 여유가 있다.


갤럭시 언팩 행사의 주인공은 스마트폰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갤럭시북3는 가격, 성능, 디자인 모든 측면에서 역대급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특히 하이엔드 모델인 갤럭시북3 울트라의 CPU와 GPU로는 인텔의 '13th Gen Core processors i9'와 엔비디아의 'Geforce RTX 4070'이 탑재되었다. 애플이 자체적으로 설계한 'M2 Pro' 또는 'M2 Max'가 탑재된 맥북 프로와 비교하더라도 대부분의 스펙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록 PC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업무와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디바이스다. 그리고 사람들은 웬만하면 PC,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IT 디바이스를 같은 브랜드 제품으로 맞추려고 한다. 갤럭시북3는 갤럭시 생태계에 처음 발을 들이는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제품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CPU나 GPU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PC 시장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파운드리 사업 때문이다. CPU에서는 인텔과 AMD가, GPU에서는 엔비디아와 AMD가 피 튀기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TSMC의 3나노 대결도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로직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TSMC의 3나노 공정은 애플과 인텔이 차지했고 엔비디아와 AMD는 TSMC의 무리한 단가 인상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공정 변경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갤럭시북3의 후속작에 탑재될 CPU와 GPU 물량을 받을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즉 삼성전자는 PC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보다는 파운드리 시장의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계기를 마련하는 데 전략적인 초점을 맞춰야 한다.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 중에서 지구에만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태양과의 거리가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도체 생태계를 태양계에 비유한다면 파운드리와 팹리스는 각각 태양과 행성에 해당한다. 하나의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여러 팹리스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운드리와 팹리스도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 거리가 너무 멀면 신뢰가 깨지고, 반대로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경영상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와 AMD는 TSMC의 무리한 단가 인상에 곤욕을 겪고 있고, 인텔과 애플은 TSMC의 공정에 발이 묶여 차세대 제품 개발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PC에 탑재되는 로직 반도체 칩을 안정적으로 생산하여 여러 팹리스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알파가 되기를 바란다.



3. 갤럭시XR: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작년 11월 퀄컴은 '스냅드래곤 2022'에서 향후 IT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중대한 발표를 했다. 바로 AR 전용 칩셋 '스냅드래곤 AR2 Gen1'을 출시한 것이다. 이미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XR 전용 칩셋인 '스냅드래곤 XR1'과 '스냅드래곤 XR2'를 출시했는데, AR을 특정하여 새롭게 출시했다는 점은 반대로 생각하면 퀄컴이 VR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아무거나 걸렸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의 XR이 아니라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는 확실한 의지의 AR 디바이스가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퀄컴은 AR1을 건너뛰고 AR2로 네이밍을 한 이유가 유연성을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어쩌면 이번에 삼성전자와 구글과 진행하고 있다는 프로젝트가 AR1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스마트폰 시대의 최대 수혜를 입었던 구글은 올해 연초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검색엔진 'Bing'에 AI 솔루션을 도입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즉시 AI 검색엔진 'Bard'로 맞대응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며 역효과만 낳았다. 한편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AI(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나 메타버스(애플, 메타)로 각자의 노선을 정한 반면 구글은 아직 두 개를 모두 놓치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AI에서는 자력으로 경쟁하는 한편 가능성은 있지만 확실성은 낮은 메타버스에서는 협력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미 메타버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메타와 신중하게 접근하는 애플, 그리고 여기에 삼성전자-퀄컴-구글 연합군이 등장하면서 흥미진진한 싸움이 기대된다.


2000년대 레알마드리드는 '은하수'라는 뜻을 가진 갈락티코 정책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를 영입해 우승을 노렸지만 선수들의 개성이 너무 강한 탓에 항상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한편 2010년대 바르셀로나는 티키타카 전술로 세계 축구를 지배했다. 특히 '세 얼간이'로 불린 중원 선수 3명은 마치 한몸처럼 움직였다. 삼성전자(갤럭시), 퀄컴(스냅드래곤), 구글(안드로이드)의 XR 협력 역시 기대가 큰 만큼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또한 1980년대 IBM(하드웨어), 인텔(프로세서), 마이크로소프트(소프트웨어)의 협력에서 IBM이 나머지 두 기업에게 배신당했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퀄컴, 구글과의 팀워크에 앞서 DX부문(갤럭시)과 DS부문(반도체)이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위대한 원팀, 삼성전자가 되기를 바란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온 것도 17년, 갤럭시S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14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스마트폰이 주는 설렘은 점차 무뎌지고 있다. 비록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할 디바이스 발굴이 절실하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메타버스 헤드셋이 있고 그 속에는 지금보다 성능이 훨씬 더 좋은 반도체가 들어갈 것이다. 즉 삼성전자의 DS(Device Solution)부문은 DX(Device eXperience)부문의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2022년 DMC부문이 CE부문과 IM부문으로 분리된 지 정확히 10년 만에 DX부문으로 통합된 만큼 'Galaxy Ecosystem'의 세계관도 확장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디바이스로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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