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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y 13. 2023

반도체 미래기술 로드맵이 공개되다

삼성전자가 초격차 및 신격차를 벌리기 위한 3가지 과제

Keywords

-반도체 미래기술 로드맵: 미래를 그리다

-소자: 차세대 소자

-설계: 원천 설계 기술

-공정: 공정 자립화

-반도체 산학연관 협의체: 마음을 합치다


이번 주 화요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엘타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반도체 미래기술 로드맵' 발표회를 주관했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유럽 등 국가전이 펼쳐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대한민국 정부도 직접 나서서 K-반도체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함이었다.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1983년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한 지 40년이 되는 해로 정부가 제시한 10년 후 2033년은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가 반백 년이 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믿을 수 없는 신화를 써내려왔던 대한민국이 메모리반도체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고 시스템반도체에서 신격차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이 실현된다면 정체되어 있는 경제 레벨이 퀀텀점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로드맵은 반도체 소자, 설계, 공정 3개 분야에서 세부적인 전략을 수립했다. 



1. 소자, 원작의 아성을 넘는 후속.


소자 분야에서는 DRAM과 NAND 수준의 신소자 메모리 및 차세대 소자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개천에서 DRAM과 NAND라는 메모리 양대 소자를 개척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마리 용이 날아올랐다. 메모리 소자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발전의 속도는 점차 느려지고 있다. 10nm대 초반에 접어든 DRAM에서 1nm 미세화하고 200단대 중반에 들어선 NAND에서 1단 고단화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 대비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반도체 업계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DRAM과 NAND는 여전히 범용성이 넓고 시장성이 크지만, CPU나 GPU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장성은 좁고 성장성은 작다. 이제는 메모리 신화를 이끌었던 원작의 아성을 넘는 후속 소자가 필요하다.


DRAM과 NAND의 뒤를 이을 차세대 소자로는 강유전체, 자성체, 멤리스터가 낙점되었다. 먼저 강유전체 소재를 이용한 FRAM 소자는 RAM과 ROM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면서도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자성체 소재를 이용한 MRAM 소자는 전기충전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DRAM과 다르게 자기저항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집적도가 높고 전력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멤리스터 소재를 이용한 PRAM이나 RRAM은 NAND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동작이 우수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를 낮추고 SoC 구조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상용화되려면 연구개발이 필요하지만 대한민국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 역시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설계, 알면서도 가야만 하는 가시밭길.


설계 분야에서는 AI, 6G, 전력, 차량용 반도체 설계 분야의 원천기술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작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에서 전력반도체, 차량용반도체, 인공지능반도체에 집중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에 6G 통신 반도체가 추가되었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올해 1분기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여태껏 국가 경제에 기여했던 공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왜 시스템반도체로 제때 확장하지 않았냐는 질책을 받고 있는 두 회사로서는 다소 억울한 상황이다. 기업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지원과 국민의 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회로 설계 역량 강화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야만 하는 가시밭길이다.


국가와 기업이 합심해 점찍은 원천 설계 기술은 AI, 6G, 전력, 차량용 반도체로 구분된다. 우선 AI반도체 설계에서는 메모리 강국답게 데이터를 저장하는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PIM이나 CIM과, 인간의 뇌를 모방한 꿈의 반도체 뉴로모픽 기술이 선정되었다. 또한 전력반도체 설계에서는 품질을 보증하고 성능을 제고하기 위해 에피 박막을 두른 웨이퍼와 전력을 관리하고 변환하는 모듈 기술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6G반도체 설계에서는 고주파에 강한 GaN, 차량용반도체 설계에서는 고전압에 강한 SiC 등 화합물 반도체 기술이 선정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는 신기술 영역이지만, 대한민국에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2차전지 기업들과 플랫폼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공정, 숫자의 함정에 가려진 예술.


공정 분야에서는 전공정, 후공정에서 핵심기술을 확보하여 소재와 장비를 자립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설계 만큼이나 공정도 중요하다. 어쩌면 IDM으로서 직접 반도체를 생산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사 대비 공정 우위를 점하는 게 쉬울 수도 있다. 시장은 공정을 버리고 설계에 올인했던 팹리스의 효율성에 열광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혼란 속에서 자체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IDM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파운드리 사업만 영위하며 과반이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TSMC는 압도적이고, 나노미터를 건너뛰고 옹스트롬 시대로 곧장 진격하려는 인텔은 위협적이다. 하지만 공정에서 최종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이 게임의 본질이 숫자의 함정에 가려진 예술임을 깨달아야 한다.


공정 자립화를 위해 K-반도체는 전공정과 후공정에 모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전공정에서는 식각, 증착, 평탄화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는데, ASML이 독점하는 노광 공정을 제외한 부분부터 국산 기술로 채워가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특히 후공정에서는 첨단 패키징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는데,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FO-WLP나 TSV 같은 기술을 밀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정을 운영하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공정에 들어가는 소재와 장비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있고,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가 살아나면 결국 국가 경제도 좋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대만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빠졌을 때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국가라는 이점을 이용해서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로드맵은 작년 5월부터 기업, 대학, 기관, 정부가 함께 논의하고 수립한 국내 최초 반도체 기술개발 청사진이라는 의의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반도체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산학연관 협의체를 발족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각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이룩한 성과는 대단하지만, 약간의 불협화음만으로도 신속하게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못하거나 심지어 전임 정부의 성과를 모두 갈아엎고 백지로 리셋되는 일도 빈번했다. 적절한 투자 타이밍이 그 어떤 산업보다도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합리적인 결단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부가 더 이상 모래성이 아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기둥이 떠받치는 기와집을 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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