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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y 13. 2022

유소유 #19 학생이라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안 된다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돈에 관한 3가지 가르침

나는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꿀알바'부터 힘들기로 악명 높은 '헬알바'까지 해봤다. 나름대로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괜찮은 학벌 때문에 주변에서는 나 같은 학생이 잡일을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며 돈 몇 푼 벌기보다 학업에 전념하라는 조언을 해주는 어르신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책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은 그 중 돈과 관련된 3가지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삶도 있구나' 생각하며 가볍게 읽어주길 바란다.



1. 돈 버는 어려움을 깨닫는다.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부모님께 받는 용돈을 일절 끊었다.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바라는 나의 진로와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이 크게 달랐기 때문에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면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각종 생활비와 여가비를 모두 충당하다보니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연애는 커녕 친구들과 술 한 잔 마시는 것도 피하던 시절까지 있었다. 돈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때 처음 느꼈다. 용돈을 받으며 지냈던 학창시절에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돈이 나오는 줄만 알고 흥청망청 쓰기도 했다.



중학생 때 부모님에게 노스페이스 패딩을 사달라고 떼를 쓴 적이 있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유희왕 카드를 사기 위해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댔다가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 어린 생각에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투덜댔고, 심지어 친구가 부모님에게 선물받은 장난감을 자랑하면 그날따라 부모님이 더욱 미웠다. 그때는 장난감이 학습에 방해되기 때문에 사주지 않는 줄 알았지만 부모들이 레고만 보면 도망치고 싶은 다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재테크 관점에서 볼 때 장난감은 시드머니를 깎아먹는 비용이다. 스스로 돈을 벌어보지 않은 사람은 한순간의 자존심이나 품위 때문에 지출하는 푼돈이 얼마나 아까운지 깨닫지 못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덕분에 정해진 예산 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돈 쓰는 법을 깨달았다. 그 과정에는 사고 싶은 것을 참는 고통도 따랐지만, 반대로 예산을 벗어나는 물건에는 욕심도 갖지 않아 희망고문을 겪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부터 사고 싶은지 우선순위를 정한 뒤 몇 개월 동안 돈을 모아 정말 갖고 싶던 물건을 사는 것이 의외로 즐거웠고, 실제 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소비를 하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돈 버는 게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야 돈을 소중히 다룰 수 있다. 돈에도 인격이 있어 자기를 사랑해주는 주체를 따라가는 속성이 있다. 돈을 하찮게 여기는 자로부터 돈을 소중히 다루는 자에게로 부가 이동한다.



2. 돈 없는 비참함을 깨닫는다.


꿈과 희망이 가득해야 할 대학생 때 비참하게 살면 독이 된다며 극단적인 지출 통제를 비판하기도 한다. 나 또한 모든 대학생이 그렇게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대신 젊은 나이에 작은 비참을 맛보는 게 나이가 들고 진짜 비참을 겪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대부분은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라기보다는 용돈에 보태거나 플렉스를 하기 위함이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창시절에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한 달 내지는 한 학기만이라도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해보길 권한다. 크고 작은 돈이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가는 계좌를 보며 산소가 부족해지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20대 중반에 월세방을 얻어 독립하면서 부모님에게 마지막으로 의지했던 주거 문제까지 해결했다. 아들을 떠나보내 안쓰러운 마음에 부모님은 반찬이나 주방기구라도 가져가라고 하셨지만 끝내 사양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온전히 나홀로 살아가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알고 싶었다. 극단적인 소비 통제로 인한 왜곡이 있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풍족한 삶은 아니었지만 원래부터 사치성 소비를 거의 하지 않았기에 만족하며 지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삶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크지 않았다. 물론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경제적으로 구속받지 않는 삶을 위해 나를 위해 일할 자산이 필요했다. 아끼던 돈을 더 아껴 배당 수익이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밸런스가 붕괴되면서 삶이 망가지기도 했다. 허리띠를 적당히 조르면 날씬해보이지만 너무 세게 그리고 너무 오래 졸라매면 숨이 막힌다. 그래서 투자는 보수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하는 게 좋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게다가 나는 혼자가 아닌 둘, 그리고 아이 웃음소리가 들리는 가정의 가장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자녀에게는 돈이 없어 비참한 삶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돈 없는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경험하자 자연스레 자산가, 투자자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돈 다루는 방법을 깨닫는다.


나는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에 대한 식견을, 편의점에서는 우리나라의 식품업계와 유통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넓힐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이 정도 월급을 받는데 사장님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갈까? 왜 내가 일을 더 오래 하는데 돈은 사장님이 더 많이 가져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수익 중 상당 부분은 사장의 몫이다.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었던 나는 그때부터 남의 일을 해주고 보수를 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내 일을 남에게 보수를 주며 맡기고 더 큰 이익을 도모하는 자본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돈으로 다른 물건과 교환하는 게 아니라 생산수단에 투자함으로써 소비가 아닌 돈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부자들 중에도 돈을 펑펑 쓰면서 노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놀이를 가장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사장이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건 자신이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일을 잘하는 사람과 일을 못하는 사람이 나뉘는데 일머리의 차이는 효율성을 생각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그냥', '원래' 하던대로 할 수도 있지만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것은 돈을 받는 노동자와 돈을 주는 자본가가 갈라지는 부분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과 마진이 낮은 일을 구분하는 안목이 생기면 인건비를 지불하더라도 가치가 높은 일을 하고 싶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시험공부에 매진해 자격증을 따는 친구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빼앗기는 내가 길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 불안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풍성한 경험이 뒤따라왔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면서 나만의 스토리가 생겼다. 아직 나의 일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해 생계를 유지할 수는 없었기에 남의 일을 보수를 받고 했지만 수입 중 대부분을 자산매입이나 자기계발에 사용했다. 노동과 투자는 사업가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따라서 보수가 낮더라도 주체적으로 일을 해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면 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세상 모든 일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배울 것이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은 훌륭한 스승 밑에서도 배울 게 없고, 모든 것에서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고난과 역경마저 스승으로 만들 수 있다. 나는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의 희소성, 돈의 중요성, 돈의 확장성을 깨달았다. 어차피 아르바이트로 떼돈을 벌기는 어려우니 돈의 액수보다 가치에 집중하길 바란다. 돈 얘기는 어른들이 하는 것이라는 부모에게 돈의 의미를 배울 수 없다. 경제학 교과서로 현실에서 돈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배울 수 없다. 돈을 위해 일하는 선생으로부터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 오직 스스로 마주함으로써 돈에 대한 진정한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20 (5/20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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