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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y 18.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10 렌탈&렌터카

렌탈: 제품이 아닌 비즈니스를 팔다.

#코웨이 #SK네트웍스 #쿠쿠홈시스


봄이 다가오면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눈이 간지럽고 코가 답답했다. 맑은 공기가 당연하지 않은 현대사회에서 공기청정기는 필수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맑은 물도 사서 마셔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쿠팡에서 물을 사 마시자니 페트병이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 같고 브리타 정수기로 직접 정수를 하자니 상당히 귀찮다. 그렇다고 정수기나 공기청정기를 일시불로 주고 사려면 꽤 큰 돈이라 부담스럽다. 그런데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달 소액을 지불하면서 코디네이터의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와 기업 양쪽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렌탈은 하나의 전략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2020년 40조 원을 넘어선 렌탈 시장은 2025년에는 무려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규모가 큰 렌탈 품목은 자동차이며 롯데렌탈, SK네트웍스, SK렌터카, 현대캐피탈, 하나캐피탈이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공유경제, 구독경제, 모빌리티가 활성화되면서 렌터카 시장도 주목받고 있는데 추후 '쏘카'라는 유니콘 기업을 소개할 때 함께 다룰 예정이다. 오늘의 주제는 생활가전 렌탈 산업인데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코웨이, SK매직, LG전자, 쿠쿠홈시스, 청호나이스, 웰스, 바디프랜드가 있다. 이 중에서 투자할만한 상장사는 업계 1위 코웨이, SK매직의 모회사 SK네트웍스, 뉴페이스로 등장한 쿠쿠홈시스 정도로 볼 수 있다.


국내 렌탈 비즈니스 1위 업체이자 대한민국에 렌탈이라는 서비스를 정착시킨 기업이 바로 코웨이다. 웅진코웨이라고도 많이 알고 있는 코웨이는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 윤석금 회장이 1989년 설립한 기업이다. 윤석금 회장은 백과사전 세일즈맨 출신으로 방문판매 전략을 정수기에 도입하며 렌탈 비즈니스의 문을 열었다. 웅진그룹은 건설과 중공업까지 사업을 확장하다가 자금 위기에 빠지고 2013년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에 매각한다. 2019년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되찾아오는 데 성공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다시 자본 위기에 빠지고 넷마블에 인수를 당한다.


코웨이는 한때 절반이 넘는 60%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했지만 대내외적인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현재는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SK매직과 LG전자가 빠르게 치고 올라왔는데 특히 LG전자의 광폭 행보가 돋보인다. 다만 LG전자 전체 매출 중 생활가전 렌탈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를 투자 포인트로 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오히려 SK네트웍스는 생활가전 렌탈(SK매직)과 함께 차량 렌탈(SK렌터카)에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렌탈 산업 성장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 한편 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전자에서 분리된 쿠쿠홈시스가 생활가전 렌탈 시장에서 제 2의 코웨이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렌탈 비즈니스 모델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일반적으로 정수기 렌탈은 36개월 약정을 맺는데 처음에는 원가비용으로 손해지만 1년이 지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그 이후로는 꾸준히 플러스가 지속된다. 약정 기간이 끝나고도 새로운 상품으로 재약정을 맺거나, 상품 교체 없이 멤버십을 유지하면 렌탈 기업은 적은 추가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쌓을 수 있다. 이처럼 현금흐름을 꾸준하게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렌탈은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한계에 봉착했다. 과점화된 내수 시장을 탈피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과 신시장 개척이 절실한 렌탈업계다.


렌탈에 가입한 계정 수도 중요하지만 계정 당 몇 가지 상품에 가입했는지도 중요한 지표다. 코웨이를 비롯한 렌탈업체들은 정수기에 이어 공기청정기, 비데, 심지어 매트리스까지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렌탈 비즈니스의 핵심 사업전략은 방문판매인데, 코디네이터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면서 공기청정기나 비데를 자연스럽게 가입시킬 수 있다. 렌탈은 전환비용, 즉 다른 브랜드 제품과 서비스로 갈아탈 때 발생하는 금전적, 심리적 비용이 높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도 기존 브랜드의 다른 제품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최근에는 LG전자가 렌탈 사업부를 격상시키며 창문형 에어컨 등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보다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더 어렵다. 특히 정수기 렌탈은 국내 시장에서는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할 정도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코웨이는 일찌감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말레이시아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에는 인구 규모만큼이나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코웨이가 말레이시아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말레이시아가 마시는 물을 사 먹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진출하고 있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인구 규모는 말레이시아 대비 훨씬 크지만 아직 렌탈 산업이 뿌리내리기에는 문화적으로 준비가 덜 되어있다.



코웨이 정수기는 기술적으로 훌륭하지만 기술력만으로 코웨이의 성공 신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방문판매의 대가 윤석금 회장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백과사전을 팔던 영업사원 시절부터 경제적해자의 핵심 요소인 전환비용(Switching Cost)과 연결효과(Network Effect)를 몸소 익힌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배당성향을 유지해 안전마진을 구축하는 등 선구적인 경영자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사업다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몰락한 기업가로 오명을 남겼지만, 제품이 아닌 비즈니스를 팔아서 국내에 생소했던 렌탈 산업을 일구어냈다는 점에서 윤 회장과 코웨이의 스토리는 충분히 공부할만한 가치가 있다.



렌터카: 팬데믹도 끝났는데 드라이브나 갈까?

#SK네트웍스 #롯데렌탈


나는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차를 탈 일이 거의 없다. 지하철과 버스로 가지 못하는 곳이 없고 어디 하루 이틀 놀러갈 일이 있으면 쏘카나 그린카를 이용하면 된다. 또한 투자금을 늘리는 현 시점에서 굳이 감가상각이 큰 차를 당장 구매할 계획도 없다. 언젠가 차가 필요한 시기가 오더라도 신차보다는 중고차나 렌터카를 활용하면 된다. 여전히 자기 명의로 차량을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앞으로는 차량을 공유하는 게 당연해지고, 차는 부를 뽐내기 위한 사치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렌탈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렌터카 시장을 공부하면서 중고차 시장과 모빌리티 산업까지 곁들여 다루어볼 것이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법인 차량을 렌터카로 전환하면서 급속도로 커졌다. 그 이후 2008년 약 20만 대에 불과하던 렌터카는 2020년 100만 대를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소비와 트렌디한 유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동차를 구매하기보다 임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집 다음으로 인생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출이기 때문에 비용이 부담되지만 매년 신차가 출시되기 때문에 자꾸 바꾸고 싶은 욕심을 렌트카로 해소하는 것이다. 게다가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등장하면서 공유경제가 활성화되었고 렌트카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렌터카 산업에는 수많은 플레이어가 있는데 대기업 계열 빅3와 기타사업자로 나뉜다. 2021년 기준 렌터카 시장 1위는 롯데렌탈로 21.6%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2021년 코스피에 상장되었고, 2022년 KRX300 지수에 편입 예정이다. 한편 SK렌터카와 SK네트웍스가 각각 13.2%, 5.3%로 합산 점유율 기준으로는 2위이며, 선두 롯데렌탈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ICT 디바이스 유통과 화학 및 철강 제품 트레이딩 사업이 메인 비즈니스이며 렌터카 사업은 점진적으로 SK렌터카에게 넘겨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그룹의 현대캐피탈은 12.7%의 점유율로 3위에 올랐으며, 나머지 47.1%는 수많은 중소형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렌터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다. 첫번째는 장기렌탈로 보통 법인에서 임원 차량이나 업무 차량을 빌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개인 장기렌탈도 늘고 있어 전체 차량 대비 렌터카 침투율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번째는 단기렌탈로 흔히 여행이나 출장을 가서 잠깐 빌리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렌터카의 성지인 제주도를 중심으로 리오프닝 수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는 중고차판매로 계약이 만료된 차량을 고객이 인수하거나 연장하지 않고 반납하면 중고차 시장에 되파는 것이다. 차량용반도체 공급난 때문에 신차 생산이 감소하자 중고차 가격이 튀면서 렌터카 업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렌터카 시장은 결국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는 2022년부터는 차량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조달 능력이 중요한데 대기업은 자체적인 자본력이 튼튼하고 신용도가 높아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열리게 되면 차량 뿐만 아니라 인프라나 서비스 경쟁력이 중요해질 텐데 여러 계열사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대기업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갈 것이다. 따라서 2010년대 중후반까지 점유율 경쟁을 벌이던 상위 사업자들은 의미없는 싸움을 그만두고 2020년대 초반부터는 수익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롯데렌탈과 SK그룹의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롯데렌탈이 선택한 핵심 전략은 'B2C 중고차 플랫폼 진출'이다. 중고차 시장은 2023년부터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어 있는데 2013년 금지되었던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이 10년 만에 해제되면서 현대차그룹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올해 10월 플랫폼 출시 계획을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오기 전에 B2C 중고차 매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롯데렌탈은 렌터카 기업이 취급하는 중고차가 상대적으로 관리가 잘 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중고차 플랫폼 진출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네트웍스와 SK렌터카는 '온라인 렌터카 플랫폼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선택했다. 아직까지는 딜러를 통한 오프라인 판매가 일반적인 렌터카 시장에서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판매로 전환할 수 있다면 롯데렌탈을 제치고 1위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최태원 회장의 주도하에 SK그룹이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는 SK네트웍스와 SK렌터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금지로 SK그룹에서 분리된 케이카를 SK네트웍스와 SK렌터카가 다시 인수하면 롯데렌탈이 선점할 B2C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도 단숨에 막강한 경쟁사로 올라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에 진입은 렌터카 시장까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 규모는 전체 영업이익 대비 유의미하지 않다. 하지만 대기업이 주축이 되어 인증제도를 활성화하고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정상화하면 중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이는 신차 가격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그리고 신차 가격이 높아지면 차량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렌터카 시장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렌터카 산업은 장기적인 패러다임 시프트 속에서 실적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가시성이 높고, 단기적인 이벤트 모멘텀을 받아 멀티플 리레이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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