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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l 11. 2022

프로듀스 유니콘 #07 직방

자취생의 좋은 집 구하기

2030의 꿈이 '내집마련'인 시대에서 영원한 숙제는 바로 주거다. 학교나 직장 때문에 정착하지 못하고 거주지를 수차례 옮기는 것은 다반사이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져서 비자발적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집은 의식주의 한 가지 축으로 삶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 자산이라는 가치로 더 주목받고 있다. 아마 여러분도 현재는 원룸에서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지만 몇 년 후에는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로 갈아탈 수도 있고, 녹물이 나오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소위 '몸테크'를 하며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기다릴 수도 있다. 프로듀스 유니콘의 의식주 시리즈를 마무리할 스타트업, '직방'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History]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

출처: 직방


자취방을 구하러 발품을 팔아본 사람이라면 집 구하기의 어려움에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중개사와 집주인 사이에서 호구당하는 기분이 들고, 입주할 때는 집에 하자가 있을까봐 노심초사하고 퇴거할 때는 손해배상을 청구당할까봐 조마조마하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은 일반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다. 매매가 아니라 전월세라도 수천만 원, 수억 원이 들어가는 계약을 앞두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집을 스마트폰으로 살 수 있을까? 아직 그렇게까지는 못하지만, 실제로 집에 방문하기 전에 사진을 많이 보고 가서 후회를 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마음 먹은 한 청년의 손에서 '직방'이라는 유니콘이 탄생했다.



서울대 통계학과 출신의 안성우 대표 역시 학창시절에는 전국의 수많은 자취생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어린 시절부터 창업을 꿈꿔왔던 그는 공인회계사, 게임 개발자, 벤처투자 심사역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2010년 '채널브리즈'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2012년 출시한 '직방'이 3년이 지나 2015년 1000만 앱 다운로드를 달성하자 안성우 대표는 사명을 직방으로 바꾸고 M&A를 통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2018년 아파트 실거래가를 제공하는 '호갱노노'를 시작으로 2019년 셰어하우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우주'와 상업용 부동산을 중개하는 '슈가힐(네모)'을 차례대로 인수하며 말 그대로 '프롭테크 어벤져스'를 결성했다.



2021년 컬리, 두나무와 함께 유니콘의 반열에 오른 직방은 팬데믹을 계기로 사무실을 없애고 전면 메타버스 근무를 실시했다. 직방의 직원들은 '메타폴리스'라는 자체 개발 가상오피스에서 일하기 때문에 강남이 아닌 제주도나 강릉에서도 로그인만 하면 출근할 수 있다. 2022년 '메타폴리스'를 글로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시킨 '소마'를 런칭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모은 직방은 증시 자금이 마른 상황에서도 1000억 원의 Pre-IPO 투자를 받으며 최대 2조5000억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 받았다. 실물자산인 부동산을 취급하는 직방이 가상오피스를 개발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관점 하나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파격적인 시도라고 볼 수도 있다.



[Business] 부동산 중개 시장을 넘어서.

출처: 직방


'프롭테크'라는 말은 'Property(부동산)'과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IT 기술을 부동산 시장에 접목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프롭테크가 등장하기 전에는 집을 사려면 공인중개사를 찾아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었지만 인터넷이 생기면서 손품을 팔아 조금이나마 수고를 덜게 되었다. 이를 프롭테크 1.0이라고 한다면 직방 같은 스타트업은 모바일을 통해 새로운 프롭테크의 시대를 열었다. 부동산 개발을 '업스트림', 부동산 중개를 '다운스트림'으로 본다면 프롭테크의 초기 모델은 후자에 가깝다. 특히 아파트에 비해 정형화 되어있지 않은 원룸, 빌라, 오피스텔 같은 소형 주거 임대차 중개로 시작함으로써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었다.



직방은 중개사들에게 광고 수수료를 부과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실상 중개 수수료를 다른 명목으로 받는 것이다. 수수료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방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실제로 서비스', '부동산광고 실명제', '안심중개사 정책', 'VR홈투어', '빅데이터랩' 등 부동산 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며 고객을 모은 직방은 2021년 '디지털 복덕방'이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중개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직방은 미개업 중개사의 창업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플랫폼의 지위를 앞세워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공인중개사협회의 거센 저항에 밥그릇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이 그리는 부동산 제국은 어떤 모습일까?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원룸, 빌라, 오피스텔에 아파트(호갱노노), 쉐어하우스(우주), 상가(슈가힐)를 장착한 직방은 2020년 청소서비스 업체 '이웃벤처(호텔리브)', 2021년 아파트관리 업체 '모빌'을 인수한 데 이어 2022년 하반기 삼성SDS의 홈 IoT 부문 인수까지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부동산 원스탑 서비스와 스마트홈 생태계가 구현되는 것이다. 게다가 직방은 자체 개발한 가상오피스 플랫폼 '소마'를 다른 기업들에게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B2C를 장악하고 B2B까지 진출한 아마존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직방이 메타버스를 근간으로 수익모델을 창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Performance] 고지가 보인다!

출처: 직방


직방은 앞서 소개했던 유니콘들에 비해 성장성이 약해 보인다. 매출액이 2015년 121억 원에서 2021년 559억 원까지 약 다섯 배 뛰는 동안 영업이익은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다. 직방은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초기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고 해명했지만, 2018년부터 매출액 성장률까지 꺾이면서 시장의 의심은 커지고 있다. 다만 대한민국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프롭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0.1%에 불과하며, 대한민국은 모바일 보급률이 높고 국토 면접이 좁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잠재력이 기대되기도 한다. 특히 기술력이 뛰어난 프롭테크 스타트업을 자본력이 큰 정부 및 건설사가 지원하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프롭테크가 유망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질로우, 레드핀과 함께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으로 손꼽히는 오픈도어에 투자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직방에게도 러브콜을 하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다. 결국 손정의 회장의 선택은 받지 못했지만 직방은 골드만삭스, 알토스벤처스 같은 투자 거물을 등에 업고 Pre-IPO까지 마쳤다. 직방은 2014년 30억 원의 시리즈A를 시작으로 약 8년 만에 3000억 원 이상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하며 스타트업으로서 마지막 고지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금을 M&A에 활용한 직방에게 남은 숙제는 계열사 시너지를 강화해서 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Competition] 우물 안 개구리일지도?

출처: 직방


대한민국 프롭테크 스타트업 1세대는 직방과 다방이 양분했다. 광고모델 대결만큼은 혜리에 올인한 다방이 이겼지만 승리의 여신은 직방에 미소를 지었다. 직방은 투자 시리즈를 거듭하며 유니콘이 되었지만, 다방은 매출액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스타트업의 핵심가치를 잃어버렸다. 이 외에도 부동산 중개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생겼지만, 결국 직방이 승자독식의 행운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로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직방이나 다방보다 네이버부동산을 많이 사용한다. 네이버부동산은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는데, 이는 부동산 어플의 핵심이 화려함이 아니라 깔끔함에 있음을 시사한다.



웬만한 건설사보다 큰 기업가치로 평가 받는 유니콘 직방을 보면 거대해 보이지만 어쩌면 아직 우물 안 개구리일 수도 있다. 직방의 최대 상대는 다방, 네이버부동산, 혹은 다른 프롭테크 기업이 아니다. 직방이 이겨내야 하는 최종 보스는 바로 공인중개사협회다. 테슬라가 자동차 기업으로서 말도 안 되는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이라는 혁신을 제외하고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온라인 다이렉트 판매다. 기존에 딜러를 통해 판매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탈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방이 테슬라처럼 시장과 정부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다른 판을 구상해야 할 수도 있다.



출처: 직방


직방이 세상에 등장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직방이 제공하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 서비스는 분명 부동산 시장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집 구하기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은 버튼 한 번 눌러서 집을 살 수 있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집은 최소한 한번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하지 않을까? 부동산 거래는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완전히 기술로 대체되기 어려울 수 있다. 즉, 직방이 해야하는 건 기존 부동산 시장을 와해시키는 게 아니라 중개사와 함께 시장에서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고, 정부와 힘을 합쳐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더 나아가 건설사와 금융사와 함께 혁신적인 기술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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