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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ug 05. 2022

유소유 #31 여름 휴가, 꼭 가야겠니?

가치소비자가 되기 위해 내려야 하는 3가지 선택

여전히 하루에도 10만 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더 이상 전염병이 무서워서 밖에 안 나가는 사람은 없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놀지 못한 억울함을 한방에 풀겠다는 보복여행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핑계로 여행을 갈 수 없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나처럼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철에 굳이 밖에 나가서 고생하고 싶지 않거나, 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 여행은 사치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소비에 있어 사람마다 느끼는 효용은 제각각이다. 이제는 가치투자자를 넘어 가치소비자가 되기 위해 3가지 문제에 각자만의 선택을 내려보자.



1. 돈 쓰는 경험 대신 돈 되는 경험을 소비하라.


흔히 여행을 가는 이유를 물어보면 다음과 같다. '젊을 때 경험하는 게 중요하니깐요', '지금밖에 놀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 놀러가자는데 혼자서만 안 가기 눈치보여요'.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수동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여행을 가는 이유와 목적이 뚜렷하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린 것이다. 이런 여행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쉽고, 어떠한 배움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투자자가 항시 유의해야 하는 '의미 없는 헛돈 쓰기'가 될 수도 있다. 경험이라고 똑같은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니다. 젊을 때 해야 하는 경험은 돈 쓰는 경험이 아니라 돈 되는 경험이다.



나는 이번 여름 휴가 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소홀했던 인간관계를 돌보았다. 그리고 2022년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2023년을 어떻게 시작할지 계획을 세웠다. 또 매일 정신없이 살아가느라 잊어버렸던 나의 인생 목표를 재점검하고 마음 속에 되새겼다.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니 직장 동료들은 역시 '휴가 때 어디 놀러갔다왔냐'고 물었다. 예전의 나였으면 다녀오지도 않은 여행을 꾸며 말했겠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어디 놀러가지는 않고 집에서 푹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이다. 여름 휴가에 여행을 가야 한다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고 괜히 주눅들지 않아도 된다.



혹시 오해할까 봐 말하지만 나는 여행에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주체성이 결여된 무목적 여행에 반대하는 것이며, 실제로 나도 내년 겨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출장에 가까운 이 여행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고, 상당히 많은 돈을 쓰겠지만 그 이상의 돈이 되는 경험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편 여행이란 원래 계획 없이 떠나 뜻밖의 경험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무계획과 무목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만약 여행의 목적이 힐링이라면 특별한 계획 없이 최선을 다해 먹고 자고 오더라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여행 뿐만 아니라 모든 경험에 대해 이만한 돈을 쓸 가치가 있는지, 얼마의 돈이 될 가치가 있는지 계산해보길 바란다.



2. 한순간의 경험 대신 여러번의 경험에 투자하라.


종종 친구들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먹고 싶은 음식 원하는대로 먹기'와 '입고 싶은 옷 원하는대로 입기'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하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정답이 없는 문제지만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거의 50대 50이었는데 흥미롭게도 음식보다 옷을 택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재화의 특성에 그 답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음식은 먹자마자 사라지는 소비재이지만, 옷은 입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내구재이다. 한순간의 경험에 소비를 최소화하고 여러번의 경험에 투자를 최대화하는 것이 투자자들이 알게 모르게 공유하는 마인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체계적으로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 가계부를 작성한다. 덕분에 어떤 항목에 얼마를 쓰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예산에 맞춰 소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런데 주거비, 교통비, 통신비는 매달 거의 일정하게 지출하는 반면 옷과 음식에 대한 지출은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옷을 살 때 쓴 돈은 전혀 아깝지 않은 반면 음식을 살 때 쓴 돈은 왠지 아까웠다. 이 느낌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소비를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미식가와는 거리가 멀어서 방금 먹은 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거울을 자주 보고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굉장히 큰 불편함을 느낀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 소비를 줄여 옷 투자를 늘렸다.



이번에도 나는 식비를 극단적으로 아끼라는 게 아님을 해명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스스로 느끼는 가치가 최대화되도록 소비를 조절하라는 것이다. 나도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에서 한정판 신상품이 출시되면 충동구매를 한다. 하지만 나는 식비를 포함한 다른 지출을 줄임으로써 전체적인 예산을 관리한다. 다른 소비를 줄이더라도 내 삶에 자신감을 부여하는 옷이라는 재화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다. 만약 본인이 음식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 SNS마케팅, 먹방콘텐츠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 식비도 지출이 아닌 투자가 될 수 있다. 각자마다 다른 한순간의 경험 이상의 여러번의 경험을 발견하고 이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3. 남들의 경험 대신 나만의 경험을 추구하라.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해시태그가 있다. 한 끼 식사에 누군가의 한 달 식비만큼 들어가는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 일반인은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즐기지 못하는 취미를 가벼운 마음으로 체험해보는 '골린이'와 '테린이'가 대표적이다. 한쪽에서는 외식은 커녕 커녕 통신요금조차 연체하는 마당에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인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소비의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유행을 좇기보다 유행을 거스르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경험을 모방할 것인지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경험을 추구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을 내려야 한다. 



나는 유행에 둔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오징어게임>이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보지 않았는데,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유행을 좇는 것에 일종의 반항심을 느낀 탓도 있다. 또한 SNS를 적극적으로 하지도 않는다. 인스타그램이 아닌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이유도 남에게 보이는 사진보다 나에게 유익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유행에서 멀어지려는 노력 때문인지 나는 불변하는 진리나 정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소유권, 주식회사, 기업가정신에 대한 연구는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이 되었다. 나는 유행이 야기하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배움을 추구하고 있다.



역시 유행 추구나 SNS 활동 자체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남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 궁금한 게 자연스러우며, 유행에 민감해야 경쟁력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맹목적인 유행 추구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유행이라는 룰이 지배하는 게임에서는 무한 속도 경쟁을 펼쳐야 하고 한번만 삐끗해도 크게 뒤쳐진다. 하지만 유행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룰을 설정하면 몇 차례 실수해도 회복할 수 있다. 다만 유행에서 멀어지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세상에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남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나만의 동기부여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경험을 탐구해보길 바란다.



젊음의 특권이라는 여행을 포기하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음식을 거르고, SNS를 접고 유행을 벗어나면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돈을 아끼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씁쓸함과 억울함에 그동안 쌓인 소비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분출할 수도 있다.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투자자의 삶이라는 힘든 인생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투자자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면, 게다가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무일푼 투자자라면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여행, 음식, 유행에 대한 소비를 최대한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소비를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포스팅을 참고해 가치투자와 가치소비를 병행하기를 권한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32 (8/12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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