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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Oct 19. 2021

사랑하는 페북, 왜 이모양이 된거야

회사를 사랑한 내부고발자. 창업자에게 경쟁 대신 독점하라고 전파한 투자자

나는 페북의 '연결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좋은 분들을 정말 너무 많이 만났다. 


무의를 결성할 수 있었던 인연들 절반 이상이 페북에서 만났거나 그 인연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다. 


내게 연결의 희망을 상징하던 페이스북이 트럼프 시대를 지나며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비판받는 게 안타깝고 실망스러웠다. 


그걸 똑같이 느낀 사람이 이번에 WSJ에 페북 내부파일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다. 



하우겐이 말했듯 알고리즘은 사람이 만든다.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에게 영향을 준 인물이 바로 페이팔 공동창업자이며 페북 창업초기에 돈을 빌려준 엔젤 채권자이자 페북 이사회 최장기 이사인 피터 틸이다. 


틸은 스탠포드 강좌를 모은 <제로투원>이 나왔을 때 한국에도 와서 연세대 강당을 꽉 채우고 강연했던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 "독점이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혐오하고 학교, 정부 등 기성권력에 도전하는 걸 삶의 미션으로 삼은 사람이다. 


제로투원 출간 후 연세대에 온 틸 


이런 유명한 분들도 강연 경청

피터 틸과 같은 구루의 복음을 따라 세상을 뒤엎어버리겠다고 나선 혁신 스타트업들의 패기가 어느덧 빅테크의 권력이 되었다. 빅테크가 0에서 1이 되는 과정에, '낡은 산업' 100이 무너져 내렸다. 컨텐츠 소비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며 컨텐츠 노출 알고리즘이 수억명 유저의 뇌세포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그 정도의 파괴(disruption)과 파장을 야기한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빅테크 페이스북의 빛과 그림자(또는 그림자와 빛)처럼 보이는 '낮은 직급의 전직원 내부고발자' 프란시스 하우겐과 '최장기 이사이자 막강한 막후세력' 피터 틸이 창사 최대 위기를 맞은 페이스북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에 대한 글을 썼다. 퍼블리 출신 오세훈 님이 만드신 해외 비즈니스 뉴스레터 커피팟 - 키티의 빅테크 읽기(3)다. 유료 레터라서 일부만 공개되어 있다. 


(왜 키티냐고 물으시면... 대학때 누가 고양이 닮았다고 해서요;;;; 헬로키티 아님다)



이 중 피터 틸을 다룬 내용 일부를 발췌한다. 


(전략) 


틸이 저커버그에게 끼친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최근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기자인 맥스 채프킨(Max Chafkin)이 쓴 틸의 전기 <콘트래리안(The Contrarian: Peter Thiel and Silicon Valley's Pursuit of Power)>*이다. 


틸의 스탠퍼드 대학교 강의 내용을 엮은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은 독점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인물로 최근 30년간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가장 문화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제로 투 원>을 보면 기업가들에게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메시지 이외에도 아예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를 독점하여 그 과정에서 큰 돈을 벌라고 설파한다. 함께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었던 리드 호프먼은 "비즈니스 규모를 빛의 속도로 키우라(Blitz Scaling(블리츠 스케일링)"는 교훈도 전한다. 책을 쓴 채프킨은 이러한 틸의 사고방식이 많은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이 규제나 기존 질서를 무시하거나 아예 거부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서술한다.


(중략)


채프킨은 애초부터 틸은 어떤 서비스를 만드는 창업가라기보다는 마케터에 더 가깝다고 분석한다. '기존 질서를 깨뜨리는 행위', '권력을 획득하는 행위' 자체에 더 매력을 느꼈고 자기 자신이 그런 사상을 전파하는 지식인임을 알리는 데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통찰이 페이스북 투자로 이어졌지만


확실히 틸은 우리가 아는 소위 리버럴한 실리콘밸리의 전형성과는 차이가 있다. 스탠퍼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틸은 극보수 성향의 학생신문인 <스탠퍼드 리뷰>를 운영했고, 작은 정부를 표방하던 레이건 정부 지지자였다. <콘트래리안>에서는 틸이 스탠퍼드의 진보적인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 반감을 품었다고도 서술한다.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에도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틸이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서비스에 투자한 이유도, 소셜미디어의 비즈니스 전망을 내다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커버그가 학생 때 처음 만든 서비스인 페이스매쉬(Facemash, 신입 여학생의 얼굴 평가를 하던 사이트)의 반동적, 반사회적 정서에 끌렸기 때문이라고 책의 저자인 채프킨은 분석한다. 또한 유통 정보들이 가짜정보라 해도 기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나중에 규제하더라도)는 페이스북 회사 내부 방향성도 틸의 영향이라고 진단한다.



과연 페이스북을 구하려고 나설까?


이렇게 흥미로우면서 영향력 있는 인물 틸이 과연 위기에 빠진 페이스북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을까? 틸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저커버그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중략) 


틸은 트럼프 지지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 이것도 페이스북에게는 불편한 측면이다. 틸이 미는 정치인들은 공개적으로 저커버그를 비난하는 일도 잦다. 여러모로 페이스북에는 골치가 아픈 셈이다.  


현재의 저커버그는 물론 틸에게 엔젤 투자(라기보다는 대출)를 받은 시점의 저커버그와는 달라서, 틸과 충분히 각을 세우거나 이사회에서 해고할 수 있을 만한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모두 공격받는 가운데 틸을 해고하는 건 페이스북에 정치적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페이스북이 전방위적 압박을 받는 가운데, 틸의 전기가 나온 건 타이밍이 기묘하다. 하우겐과 틸은 페이스북의 빛과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두 사람이 앞으로 페이스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 


*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한달에 한번씩 커피팟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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