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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Jan 17. 2022

중학생 딸은 메타버스가 별로라고 한다

NTF도 영 마뜩치 않나보다 

덕질만 7-8년째 (좋아하는 가수는 5번 바뀐) 인 중학생 딸이 생각하는 메타버스. 덕질에 진심인 아이는 덕질에 계속 돈을 쓰게끔 만드는 구조를 좋아하지 않는다. 


메타버스에 대한 딸의 코멘트: 


"아이돌을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걸 좋아할 거라고? 실물을 보는 게 당연히 훨씬 낫지. 메타버스는 돈 벌려고 하는 어른들 수작이야." 


"부캐를 만드는 걸 Z세대가 좋아한다고? 양심이 있어야지. 어른들이야 본캐가 있으니 부캐를 만들어도 되겠지만, '나는 누구인지', 즉 자기 본캐가 뭔지도 모르는 애들에게 부캐부터 만들라고 하는 건 사기 아냐?"


“메타버스는 30-40대 어른이 1020이 좋아한다며 만든 서비스인 거 같은데, 굳이 말하자면 어른들이 ‘킹왕짱’같은 옛날 유행어 쓰면서 10대 잘 안다고 으시대는 느낌이야. 난 별로.” (아… 킹왕짱이 z세대엔 옛날 유행어구나..)


“부캐란 건, 결국 본캐가 탄탄해야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매드클라운이 마미손인 거 다 알지만 모르는 척 하는 건 매드클라운이 이미 성공한 힙합 가수여서잖아? 소셜미디어에 내가 익명으로 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결국 또 다른 나의 표현이잖아. 그런데 메타버스 세계 안에 나를 만드는 건 그런 식의 부캐가 아니라 그냥 또다른 나인 건데, 난 그게 좀 기괴하다고 생각해.”


“메타버스 콘서트나 밋업을 하는 건 결국 기획사들은 수익을 더 올리려고 하는 의도일 거야. 궁극적으로 사이버 아이돌을 만들면 더 돈 잘 벌겠다고? 난 승산 없다고 봐. 춤만 잘 추고 노래만 잘하면 인기있어지는 게 아니야. 서사가 중요한 거지. 일본에서 유학와서 10년간 연습생이었다던지.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 집 사드렸다던지.”


물론 메타버스는, 가상세계 아바타 수준보다 좀더 복잡한 개념이긴 하다. 


나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마침 아이와 이 얘기를 한 날 web3, NFT에 대한 팟캐스트를 들었기에 최대한 내가 이해한 부분을 아이에게 설명해 주고 싶었다. 


내가 들은 팟캐스트는 워싱턴포스트에서 신기술을 프로덕트에 적용하다가 web3 기반 회사인 체닌 그룹으로 옮긴 제러드 디커(Jerrod Dicker)의 'Recode Media' 인터뷰. 인터뷰어는, 믿고 듣는 IT전문 인터뷰어인 피터 카프카(Peter Kafka). 


주제는 웹3 옹호론자에게 듣는 웹3의 철학이다. 


https://podcasts.apple.com/kr/podcast/recode-media/id1080467174?i=1000547747331


참고로 제러드 디커는 이런 사람이다. 워싱턴포스트에서 일하기 전에 디커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창작자들이 컨텐츠를 올리고 수익 배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창작자 플랫폼인 Po.et 을 운영했었다.  


https://tcg.co/team/jarrod-dicker/


조금 거칠겠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 내가 이해한 web3, NFT, 메타버스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Web3는 중앙집중적인 플랫폼에 기술과 자원, 자원 배분이 집중되는 Web2와는 달리 탈중앙화의 철학을 갖는다. 디커는 인터뷰에서 음악 공유 P2P플랫폼 냅스터를 web2 시대의 초창기 철학 구현의 예로 든다. 냅스터는 '모든 창작물을 웹상에서 개인간 공유를 통해 공유함'이라는 철학의 플랫폼이다. 이렇게 창작물에 대한 수익배분보다 디지털 자산화된 창작물을 무한정 공유 가능하게 만든 Web2는, '지식이 공짜 또는 거의 공짜로 떠다니고 공유되는 공간'이 되었다. 


Web3 세계는, 내가 이해하기엔 이렇다. 메타버스 안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부캐를 설정할 수 있고 부캐가 만들어가는 창작물, 또는 그 부캐 자체가 창작물이 된다. 여기에 기존의 가치개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당 창작물의 본질을 증명해 가치를 매기고 거래한다는 게 NFT. 그 본질 증명의 방식이 블록체인. 그걸 보상하는 체계가 크립토/토큰.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새로운 탈중앙화 인터넷 철학이 web3. 


이런 개념을 아이에게 설명하기 위해 창작자 권리와 올바른 수익 배분에 관심이 높은 테일러 스위프트 이야기도 꺼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수익배분 관련해 스포티파이와 정면 충돌한 적도 있는 만큼 당연히 NFT에 관심이 있었을 거다. 실제로 아래처럼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엔 테일러 스위프트의 NFT가 올라 있다. 



“어. 이제 NFT는 뭔지 알겠어. 그런데 그걸 일반인도 할 수 있다고? 근데 도대체 누가 유지민의 첫 트윗을 사겠어? 현실성 없는데? 그거 거래소 플랫폼 운영은 땅 파서 하는 거 아니잖아?”


“결국 크리에이터에게 제대로 수익을 나눠 주려면 NFT도 어느 정도 정부 통제에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탈중앙화라곤 하지만 결국 큰 플랫폼들이 장악할 거 같은데?” --> 사실 이 이야긴 내가 한 거고 아이도 동감했다. 


진짜 그렇다. Web3의 이상에도 불구하고, web3라는 새로운 세상을 구동하는 인센티브가 되어야 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크립토의 경우에도 탈중앙화는 커녕 집중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스캇 갤러웨이에 따르면 상위 2%계정이 95%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도 9% 계정이 80%의 NFT 가치를 소유하고 있다. 정보와 기술에 빠삭한 실리콘밸리 개발자 출신, 원래 부자, 특히 백인 남성들이 주도하여 크립토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건 그냥 팩트다. 






무엇보다 새로운 Web3 세상에서는 자신의 창작물 뿐 아니라 자아 그 자체가 가치가 매겨지고 거래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자아, 즉 본캐가 채 형성되기도 전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서 부캐부터 만들게 디지털 세상으로 밀어 넣어지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이들에게 자아 형성이란 앞으로 어떤 과정이 될까? 지민이 말이 두고두고 머릿속에서 맴돈다. 인터넷 세상(그게 Web 2든 Web 3든)에서 자아라는 게 과연 형성될 수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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